산을 노래하다
최한결
백두산
민족의 시원이며 반도의 머리로다
정수리 천지에 정화수 담아놓고
유구한 배달의 민족 번창을 기원하는
금강산
은핫물 쏟아지듯 떨어지는 폭포들
일만 이천 봉우리 철따라 맛 다르게
하늘의 손길로 빚는 눈부신 걸작이여
태백산
장군봉에 올라서 사해를 바라본다
아득히 굽이치며 밀려오는 산너울
힘차게 솟아오르는 붉은 해를 마신다
마니산
이 땅의 배꼽에서 돋아난 성산이다
칠선녀 성화 채화 면면히 이어주는
하늘에 제례 올리던 단군 얼이 흐르는
설악산
척추인 백두대간에 불끈 솟아올라
금강산에 가려던 울산바위 그러안고
반도를 직립케 한다 강골의 표상이다
북한산
그 어떤 찬사나 칭송도 수식어다
서울을 인자하게 굽어보며 지켜주는
부리에 발 딛고 서니 품 너른 산이 된다
소백산
피붙이 태백산이 절절이 그리워서
까치발 한껏 뜨고 북녘을 바라보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상념에 잠겨 있다
금오산
역사와 전설이 살아서 숨을 쉰다
산자락 품에 안긴 용장사 산방에서
매월당 영혼을 바쳐 집필하는 금오신화
지리산
경상도와 전라도를 좌우로 어깨 겯고
골골이 마을 품고 반달곰 기르다가도
남몰래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치나니
한라산
뭍에서 천리 먼 길 창파에 떠오른 섬
그 섬을 딛고서서 하늘을 떠받들며
백록담 마르지 않게 미리내 길어준다
- 『시하늘』, 2023년 봄호
카페 게시글
♡‥ 최한결 시인
[최한결] 산을 노래하다
최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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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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