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들꽃, 들판에 누워
달력
이제민
달력 속에는
숫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요.
하루하루 지나 한 달이 되어
한 장을 넘기다 보면
계절에 맞춰
예쁜 그림도 바뀌지요.
새 달력이 나오면
먼저 기념일에다
동그라미를 넣고
공휴일도 세어요.
해마다
반복되는
숫자들의 배열
우리네 인생이에요.
------------------------
·서울특별시 『금천구 소식지』 2007년 11월호 (제162호)
들꽃
이제민
봄바람 불면
이름 모를 들꽃
바람아저씨보고
인사해요, “안녕” 라고
바람아저씨 “방긋”
손짓하며 지나가요.
남들보다
예쁘지도, 향기도 없지만
들꽃은
모나지 않게 꼿꼿이 살아가요.
저 멀리 혼자
떠다니는 구름처럼…….
-----------------------------------
·통신바둑모임 『하이텔바둑동』 회지2호(1997년 12월)
들판에 누워
이제민
들판에 누워
꽃향기 맡으며
하늘을 보노라면
뭉게구름
내 마음 실어
둥실둥실
하늘에 떠있고
들판에 누워
바람향기 맡으며
먼 산 바라보노라면
노을빛
내 그리움 담아
넘실넘실
산 위에 걸쳐있고
들판에 누워
가을향기 맡으며
그대 함께 있노라면
당신 마음속
내 마음 담아
새근새근
잠들고 싶네.
------------------------
·계간 『한국문학세상』 2007년 겨울호 (통권 제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