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마포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열린
<다큐 반다나 시바, 씨앗을 껴안다 with 쓰지
신이치>라는
다큐 상영회에 다녀왔다.
반다나 시바를 영상으로도 만나고 싶었지만
대담을 하신 '슬로라이프'의 저자 쓰지 신이치 선생을
직접 뵙고 싶은 생각이 더욱 컸는데.
마침 시사회가 끝난 후 이어지는 토크쇼 패널로 참가하게 되어
직접 신이치 선생과 대화를 나누는 기쁨을 누렸다.
다큐는 쓰지 신이치 선생이
반다나 시바의 나브다냐
농장을 찾아가 나눈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심각하고 진중한 주제임에도
다큐의 전편에 흐르는 것은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따뜻함, 그리고 희망이었다.
다큐를 보면서 내내
반다나 시바의 열정에 빠져들고
그의 깊은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텔레비전의 다큐보다도 더 짜임새 있고
아름다운 영상과 메시지가 뛰어나
주위의 사람들 손을 끌고 와서라도 함께 보고 싶은 다큐였다.
대담에서 시바는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의 고향에서 개발업자들이
숲을 베려하자
고향 여성들과 함께
나무를 끌어안는
“칩코”(껴안다라는
뜻의 인도어)라는 운동을 하면서였다.
.
“최고의 저항은
깊은 애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나무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무를 끌어 안는 것입니다.
벌채 업자와 싸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나무를 부둥켜 안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제게 이런 가르침을 주었어요.
숲은 나무를 제조하는 공장이 아니라, 물의
근원이라고”
다큐에서 시바는
어스 데모크라시(지구 민주주의)를 강조하였다.
그렇다. 이 지구는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다.
온갖 생명이 서로 의존하고 살아가는
거대한 생명의 그물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함부로 종을 변형하고 파괴하는
독재자의 행세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GMO다.
시바가 들려준 인도의 실상은 참혹하였다.
“한 예로, 인도의 면화는
GMO가 된 이후, 씨앗의 값이 80배가 되었지요.
이제, 인도 코튼의 95%는 유전자변형 된 면화입니다.
자신이 특허를 가지는 상품을 팔고 싶어 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그 상품으로 시장을 독점하고 싶겠지요.
그것이 바로 특허의 목적이니까요.
독점이 진행될 수록, 재배의 비용과
리스크가 증대 되고,
농가들은 부채를 껴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면화의 대생산 지대인 cotton belt에서
27만명의 농민들이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고 말았지요.
씨앗의 자유 없이는, 인간의 자유도
없습니다.”
인도 cotton belt에서만 27만 명의 자살.
GMO가 들어오면
우리 농업의 미래가 어떠할지
선연하다.
대담 시간에 신이치 선생께 물었다.
“간디는 소금
행진을 통해
인도의 경제 자립을 고취할 수 있었는데
그 당시는 사람들이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은
발전된 시대라 그럴 수 있었다.
씨앗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나 씨앗을 농민의 힘만으로는 지킬 수 없다.
도시 소비자들이 함께 해주어야 하는데
오늘날 효율성과 편의에 중독된,
퇴보된 도시인들에게
어떻게 그 중요성을 알려줄 수 있는가?” 하고.
나의 질문에 신이치 선생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자급자족은
혼자 힘으로는 힘들다.
서로 힘을 합하여 지켜 나가야 한다.
일본에는 자판기가 약 300만대인데,
이 자판기에 쓰이는 전력은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양에 해당된다.
자판기만 사용하지 않아도
원전 1기는 없앨 수 있다.
나는 20년째 컵을 갖고 다닌다.
또한 공공재를 지키고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물 공기 햇빛 씨앗 등은 공공재이다.
기업이 이런 공공재까지 손을 댔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짚 한오라기의
혁명’의 저자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과일을 먹으면 그 씨앗을 항상 주머니에 간직하였다.
그리고는 여기 저기에 뿌려두었다.
우리도 씨앗을 소중히 해야 한다.
씨앗을 모아두었다가
도시에서 게릴라처럼 여기저기에 뿌리는 일도
그 한 방편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인도 씨앗 시장에 몬산토가 들어온 것은
1988년 세계은행이 인도정부로 하여금
씨앗 시장의 규제를 철폐하라고 강제한
씨앗정책에 의해서였다
규제철폐는 세계화로 나아가는 길
세계화는 몬산토 지상주의로 나아가는 길
몬산토 지상주의는 자력갱생이 완전히 상실된
멸망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이번 다큐는 내 가슴에 또렷이 새겨주었다.
*감사의 글*
'반다나시바, 씨앗을 껴안다'는
일본 “나무늘보클럽”의 기획으로
문화인류학자 쓰지 신이치와
현대에콜로지의 거장 사티쉬 쿠마르가 만들어가는
아시아의 지혜' 시리즈 중 하나이다.
'아시아의
지혜' 시리즈는 지금까지
<사티쉬 쿠마르, 지금 있는 미래>,
<가와구치
유이치, 자연농이라는 행복>,
<황대권, Life is Peace>의 DVD를 통해
아시아의 생명평화사상가들의 목소리를 발굴하고
세계에 소개해 왔다.
이 멋진 다큐를 만들어준 나무늘보클럽과
시사회를 마련해준 여성환경연대,
마르쉐@,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에
각별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