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73기상전대에 드디어 다녀왔다. '드디어'라는 말을 강조한 이유는 사실 웹진에서 진작 소개되었어야 할 <공군 항공기상의 노스트라다무스>를 이제야 조우하게 된 연유다. 사실 73기상전대가 제공하는 '생활기상' 정보는 인트라넷과 인터넷에서 '식단안내' 다음으로 많이 검색하던 알짜배기 정보였다.
매일매일 기상체크가 필수인 비행단에서는 기지별 예보가 그날의 스케줄을 결정할 정도로 공군 기상대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이다. 더욱이 시간대별 강수량 및 바람의 세기(Knot 단위)와 고도별 구름의 정도까지 예측하는 고도(高度)의 기상정보는 이미 공군 뿐 아니라 타군 및 민간에까지 도움을 주고 있단다.
취재협조를 마치고 발걸음을 기상예보실로 향하는 순간, 난데없이 소나기가 쏟아진다. "뭐야, 우산 안가져왔는데" 했는데 그 순간 아차 싶은 오늘의 기상정보, 그러고보니 한두차례 소나기는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카오스로 가득한 요즘 세상에 내일의 날씨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슈퍼컴퓨터 통계로 구름의 양과 이동을 통해 "내일의 날씨는 이럴 것이다"라고 예측한다지만 사실 점쟁이의 사주 족보도 수백년에 이어진 개인 운명의 통계치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척척 내일의 기상을 맞추어 내는 공군 73기상전대의 능력은 가히 '노스트라다무스급'이라 평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소나기가 멈추고 바쁘게 들어선 예보실 입구에는 '하계 악기상 집중 감시기간'이란 표어가 적혀 있었다. 기상을 '감시'하다니. 여름철 악천후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하는 예보실의 노력이 엿보였다.
오늘의 인터뷰어는 기상예보실장 정병주 중령(공사 32기). 소탈한 유머감각으로 시종일관 웃음이 함께하는 예보실장의 눈에는 그러나 번뜩한 냉철함도 함께 스며들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십수년간 매일매일을 '예측'과 '결정'으로 시작해 왔던 나날인지라 '하늘'을 보면 구름 속부터 보게 된다는 말도 농담처럼 들리진 않았다.
- 여름이라 날씨변화가 심한데 많이 바쁘시진 않나요?
글쎄요. 사실 기상은 1년 365일 똑같이 변화무쌍합니다. 365일 바쁜 셈이죠. 하지만 유독 기상피해가 우려되는 여름과 겨울에는 집중 감시기간을 두고 태풍과 집중호우, 폭설 등의 기상변화를 예의 주시합니다.
- 날씨 전문가시니 "오늘 날씨는 어떤가"는 질문을 많이 들으시겠어요?
제게 날씨 묻지 마세요.(웃음) 사실 공군의 기상정보는 단순 날씨예보와는 차원이 다르죠. '비오니 우산을 챙기라'가 아니라 '비행단 전투기가 몇일 몇시에 뜰 수 있을까'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중요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공군의 항공전략은 물론 전투력까지 좌지우지하는 것입니다. 날씨를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쳐요.
- 기상정보는 어떻게 예보되죠? 과정이 궁금합니다.
기상위성 및 레이더를 비롯한 기상장비의 '관측'을 통해 기상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예보를 '생산'하며 군과 민간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일련의 기상예보과정에는 휴식이 없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사정보는 항공작전을 지원하고 타군, 타국의 연합 합동작전일 지원하게 됩니다. 기상청을 비롯한 정부기관도 공군의 기상정보를 협조 받고 있죠. 사실 단순 요약한 과정은 이렇지만 데이터 수집에서 수치 분석까지 예보과정을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입니다.
- 오랜 기간 기상장교를 해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많지만 먼저 작년 이맘때의 일이 기억나네요. 아마 에위니아 태풍 때였죠. 강원도 원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는데 당시 강충순 단장님과 전지휘관 참모들이 초긴장상태에서 일주일간 밤을 새우다시피 재난 방지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우리 기상대도 초조한 마음으로 비상근무에 임하고 있었죠. 그때 북한강 수계의 횡성댐을 방류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강이 범람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하류의 원주비행단이 침수되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할 수 밖에 없었죠. 시시각각 기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방류시점에 여유가 있다는 판단을 했고 "우리를 믿고 방류를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열겠다', '기다려달라'는 실랑이가 오가는 순간, 다행히 강수는 줄어들었고 결국 댐은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원주비행단도 무사했구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던거 같아요.
- 멋집니다. 그만큼 제 73기상전대의 예보능력이 돋보이는 듯 하네요.
미래를 예측하는 업무의 특성상, 사실 완벽한 기상정보란 어려운 일이겠지요. 하지만 특화된 공군의 기상정보는 지금도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73기상전대는 특히 軍 유일의 기상정보 생산기관으로 타군은 물론 미군에게까지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듣기로는 주한 미공군이 수행해 오던 전시 '기상예보 임무'가 한국군으로 전환된다던데.
네. 주한 미 공군이 수행해 오던 한반도 전구에 대한 '기상예보 임무'는 금년부터 한국군으로 전환되었죠. <10대 군사임무 전환>의 하나로 우리군이 주한 미군에게도 기상정보를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군이 수행해 온 한반도 지역에 대한 지난 57년 동안의 예보경험과 뛰어난 기상예보 능력을 기상 선진국으로부터 인정받은 결과구요. 공군은 제73기상전대에 T/F를 구성하여 임무전환준비를 해 왔고 현재는 전시 모든 기상정보를 한국 공군 제 736기상대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 김은기 공군참모총장께서 연합사 정보작전참모부장을 역임할 당시에 '기상예보 임무' 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지금은 임무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원활한 임무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기상전대가 이루어나가야 할 일은 어떤게 있을까요?
현재의 기상정보 시스템은 우리 군기관 뿐만 아니라 민간과 해외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조와유대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물론 타군과의 관계도 그렇구요.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더욱 공고한 유대를 가질 생각입니다. 또한 인력 및 장비의 전문화도 필요하구요. 기상과학은 모든 과학분야가 망라되었다고 할 정도로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체계화된 교육체계를 가져야 합니다.
- 끝으로, 공군인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우스갯소리지만 제가 생각하는 날씨변화의 변수는 바로 사람의 마음입니다. "날씨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변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항상 웃고 지내게 되는 거죠. 공군인 모두가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날씨도 덩달아 화창해 질 겁니다. 우리 모두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갑니다.
공군 73기상전대는?
공군 73기상전대는 1948년 창군기에 이미 업무를 시작해 1950년 공군본부 기상대가 정식으로 창설된 이래 57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기상전문 부대. 이미 1970년대부터 기상위성 수신 장비와 기상 레이더 등 첨단 기상관측 장비를 운영할 정도로 전문성을 가진 것은 물론 장기간의 경험을 보유한 전문 예보관들의 우수한 예보 능력은 군 내외의 관계관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
기사제공= 공군웹진 공감 http://www.airforce.mi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