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그토록 갈망해왔던 포르투갈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카미노를 마침내 이루었다. 내 나이와 건강을 생각하면 마지막 순례길 도전이었다고 본다. 그래도 막상 마치고 보니 또 다시 해보려는 욕망이 솟아오를 만큼 카미노는 매력적이다.
이번 순례길 코스는 내가 종주한 일곱 번째의 길이다. 이전에 끝낸 카미노는 2014년의 800km의 프랑스 길을 필두로 스페인 북부 해안가 길, 고되고 힘들지만 자연이 수려한 카미노 최초의 길, 100km 이상을 걸으면 순례로 인정해주는 영국 길, 피니스테레-무시아 길 그리고 사리아-산티아고길이다. 바꾸어 말한다면 산티아고로 가는 모든 일곱 개의 코스를 마친 거다.
원래는 같은 이름의 포도주로 유명한 포르토에서 시작해 산티아고에 이르는 250km 카미노를 5년 전에 하려고 비행기 표를 구입하고 다른 모든 걸 준비했으나 코르비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건강 또한 약해지는 탓에 아내가 반대하다 내 간절한 소망을 받아주어 대망의 카미노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남은 생을 보다 값지고 정직하게 보내는 길을 찾으려고 홀로 순례길을 걸으려고 했다. 그러나 30여년 알고 지내온 후배 최규택의 간곡한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14살 어린 성실하고 착한 후배는 큰 도움을 주었다. 때마다 먹을 걸 챙겨주고 배낭의 짐도 덜어주어 커다란 힘이 되었다.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한편으론 장도에 오르기 일주일 전 돌아가신 유일한 스승님이신 박용도 상공부 차관님의 영혼도 순례길을 함께 했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유일한 청백리였던 차관님은 내 건강의 산파이었고 나를 더욱 바르게 살도록 이끈 은인이다. 삼일 내내 장례식장을 지키고 장지에서 아픈 이별을 고했다. 그러나 차관님의 영혼만은 깊이 간직하고 이번 카미노의 끝 지점에서 펼쳐진 대서양으로 보내드리며 슬프면서도 기쁜 이별을 했다. 늘 정직하고 청렴하게 살아오신 차관님의 영혼이 변함없이 흐르는 푸르고 푸른 대해의 품에서 행복하게 살고 계시리라 굳게 믿는다.
4월15일에 서울을 떠나 거의 한 달간의 카미노 여정을 마치고 5월13일에 돌아와 돌이켜 보니 모든 힘들고 아팠던 순간들이 아름답게 가슴에 새겨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