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는
영화감상 후 그 여운이 오래가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다. ^^"
그럼에도 장기기억속에 안전하게 저장되어
언제 어디서든 꺼내들 수 있을 정도가 된 가타카!
이 영화는 생명과 과학을 다루는 과목을 공부하던 중
교수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내비친 영화 제목을
놓치지 않고 긁적여 놨다가 한참이나 지난 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열 손가락 안에 꼽는 영화이다. ㅎ
유전자 조작으로 1차 산업인 농업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면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진화로 포장되는 변화를 겪게되었다.
이것이 과연 발전인지 퇴보인지는 찰스 다윈조차도 명석하지 못할 부분이니 생략하기로 하고... ㅡ.,ㅡ@
다시...
죽은시인의 사회에서의 에단호크가 풋풋한 청소년이었다면
가타카에서의 에단호크는 좀 더 성숙한 청년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를 연상하면 떠오르는 미완의 서투름이나 불안과 함께 거침없이 나아가는 카리스마가 있다.
어느 하나로 단정짓지 못하게 하는 다양한 연기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라 하겠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대부분이 첨단장비나 과도한 액션들로 포장하는 것과는 달리
가타카는 현재의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
감상 후 오랫동안 여운이 남게하는 진지함은 아마 거기서 비롯된 것이리라..
가타카는 우주항공회사의 이름이면서 영화의 제목으로서 생명의 모든것이 수치화된 미래사회를
영화의 주요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속 미래는 태어나자 마자 질병에 걸릴 모든 확률들이 숫자로 표시, 심지어는 예상 수명까지
숫자로 표시된다. 즉 유전자로 모든것이 결정되는 유전자 운명론이 지배하는 사회로 해석된다.
완벽한 우성인자들만이 세상을 지배하는 미래에 열성인자로 태어난 사람 빈센트..
빈센트 프리맨(에단 호크)은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유로운 인간을 뜻한다.
다시말해 유전공학에 따라 유전 정보들을 조작해서 만들어낸 우성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랑의 결과로 태어난 열성인간인 것이다.
주인공은 빈센트가 아닌 제롬 모로우로 살아가기 위해 매일 매일 자신의 수염과 각질을 제거하고
회사에서도 자신의 흔적을 낱낱이 제거하며 숨막히는 긴장감의 나날~~
엄마는 왜 유전학자의 권유를 듣지 않고 맞춤형 인간이 아닌 신의 뜻을 따라 사랑으로 잉태된
'신의 아이들'을 선택하였으며 신의 아이가 더 행복하다고 믿었을까?
나는 이 자연인간의 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자신의 열성을 어떻게 극복해 낼지,
깔끔하지만 딱딱한 시각적인 대비의 영상미에 현혹되어 관람했던 듯....ㅎ
열성인자로 태어난 빈센트는 자신의 토성탐사 비행을 이루기 위해 감쪽같이 신분을 속이면서
세상을 살아간다. 은밀한 DNA의 중개와 혹독한 수술을 통해서 자신의 열성을 감추면서
하루하루가 피마르는 상황의 연속이다.
우성인자로 태어난 동생과 자연인자(열성)인 형, 형제는 겁쟁이 놀이를 즐긴다.
바다 멀리까지 헤엄쳐 갔다가 먼저 겁나 돌아오는 쪽이 지는 게임이다.
항상 지기만 하는 신의 아이 빈센트...
하지만 어느 마지막 날은.... 예외였다.
동생이 생각보다 강하지도 않으며 아울러 자신이 약하지도 않음을 확인한 마지막 게임.
신경계 질병 60% 가능
우울증 40% 가능
집중력 장애 89% 가능
심장질환 99% 가능
예상 수명 30.2년으로 조기 사망의 가능성까지 안고 있는 빈센트 안톤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를 묻는 동생에게
"난 되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아서 널 이길 수 있는거야"
불완전한 생명체가 실낱같은 가능성에 전부를 batting하는 도전을 보며
빈센트의 인간적인 몸부림이 뜨거웠던 영화 가타카..
그래,
어쩌면
완전이이라든가 확률 따위에 전전긍긍하며 자신감을 상실하는 것은 어리석인 짓이다!
[이 영화는 첨단 과학 기술이 지배하고 있는것 같지만 사실은 디스토피아의
차가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미래사회에 예리한 매스를 들이대고 있다. -평론가 이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