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산행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토요일 산행 뒷풀이를 새벽 서너시까지 하고
먼동이 트면 휘청이는 몸을 이끌고
또 다시 산으로 향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한라산 등정을 약속해 놓고 갈등이 인다.
마음 속으로 정해 놓은 100대 명산인데..
일단은 올레길만 생각하기로 했는데
베낭을 꾸리는 손은 산행준비물을 챙긴다.
원행 전날의 불면이 어김없이 괴롭힌다.
세개씩 놓아 둔 알람을 하나하나 끄며
마음을 다잡는다.
"오늘은 올레길이다."
먼동이 틀 때의 비행..
비행기 날개 끝에 걸린 태양과의 조우.
일상에서 일탈의 설래임과 맞물린
장관에 가슴이 벅차다.
이런, 카메라가..
망설이다가 가져 온 고령의 카메라의 반란이다.
DSLR 편애에 대한 꼬장이리라.
주머니의 손폰으로 기억을 보완한다.
성판악에서 바라 본 한라는 거부의 몸짓이 뚜렷했다.
어두컴컴한 하늘과 비를 먹음은 바람의 위세에 발걸음은 남쪽으로..
서귀포
훈풍에 여유를 찾은 눈에 띈
"행복한 찻집"
넓은 잔디정원에 소박한 이층 집.
이른 시간 비어있는 찻집에서의 따뜻한 차 한잔에
한라산등산의 아쉬움을 녹이고 발걸음을 옮긴다.
외돌개
드디어 바다다.
"이생진"의 그리움에 그 바다이다.
나는 오늘 그 바다에 두려움과 외로움을 더 언지리라.
잘 꾸며진 외돌개를 한바퀴 돈 후
쇠소깍쪽 비탈길을 오른다.
무거운 베낭을 짊어진 중 늙은 이가
자동차만 쌩쌩 달리는 남쪽 섬 끝자락 길을
뒤뚱뒤뚱 걷고있다.
베낭의 무게를 애써 생각해 보나
질질 끌리는 발걸음에 생각은 가지만 치고
어찌 답을 얻을 수 있으리..
숨쉬는 사람 모두가 그렇듯 그냥 걷고만 있다.
자동차만 쌩쌩달리는 남쪽 섬 끝자락 길을..
굽이굽이 돌아내리는 길 가
빨간동백에 땀 방울은 잦아들고
하얀 포말의 파도와 한참을 마주섰다.
바다,파도,
무섭게 다가 와 잔잔한 가슴을 내리치고
이내 잦아들고 물러서는 저 놈의 기세에
가슴 속은 아픈 거품만 하나가득이다.
또 다시 달려드는 무서운 기세에
얼른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는 내 줄 가슴이 없기에..
천지연을 지나고..
사람의 땀냄새가 물씬 풍기는 서귀포항.
내 고향 영등포시장과 똑같은 땀냄새가 정겹다.
횟집에 앉아 후덕한 횟집 아줌씨와 소주 한잔..?
그러나 나는 오늘 스쳐지나는 나그네일 뿐이다.
가난과 그리움의 이중섭을 피해간다.
그리움을 달고 사는 이들의 만남은 눈물뿐이리..
정방폭포를 지나 kal호텔이 보이고
다리가 플릴 때 쯤
한라봉 예쁘장한 젊은 아낙네가 귤 한쪽을 내민다.
예쁜 꽃과 여인에겐 벌나비가 꼬인다나?
따뜻한 차 한잔에 한라봉 한상자 택배하고..
뿌연 하늘은 빗방울을 뿌리고
길가 귤가게 젊은 여인의 시콤달콤한
향취에 취해 여정을 접는다.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성산 허름한 밥집,
요기를 할 요량으로 들어서는데
주인 아낙의 얼굴빛이 예사롭지 않다.
항암주사의 핏기없는 얼굴, 성근 머리칼..
밥 한 숟깔에 그녀의 슬픔을 푹푹 얹어 먹는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면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적한 성산의 바닷가 콘도는 그렇게 나를 맞았다.
사의는 적막하고,
멀리서 들리는 파도소리는 달콤한 잠으로 인도한다.
첫댓글 멋진 여정과 ~아름다운 글...
젊은 시절엔 인기 좋으셨겠읍니다
이제서야 신록님을 알게됐네요.. 맞아요 어제 늦은저녁에 친구분과 함께 오셨던분.. 골뱅이안주가 넘 늦게나와 죄송했던 손님.. ㅎㅎ 반갑습니다~!!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 무슨일을 하시는 분이실까~??
반가운 제주기행이네요..바로 어제 전 칼호텔서 숙박을 하고 왔는데....정말 제주는 너무 볼곳이 많은곳이더군요...
여행과 글을 쓰시는것을 보니까 자유로운 분같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