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권력이 비선출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선출권력과 비선출권력 사이에 위계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찬반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
권력의 위계를 인정하는 것은 한쪽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권력 불균형은 민주주의 원리와 어긋난다. 권력의 독점을 막기 위한 제도 중 하나가 삼권분립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채택됐다. 권력분립이 잘 갖춰진 체제에서는 어느 권력도 다른 권력을 전복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권력 역시 도전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선출 권력과 비선출 권력은 우열을 가리는 개념이 아니다. 상호 견제하는 관계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적 근거로 권력 간 위계를 정당화할 경우, 선출 권력의 독점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선거로 당선된 지도자에 의해 무너진다. 대중을 명분으로 권력 행사에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됐다. 2004년 대법원의 대법관 정원을 기존 20명에서 32명으로 늘려 자기 충성파 판사들로 채웠다. 2009년 국민투표 실시 후엔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의 연임 제한을 완전히 철폐해 장기 집권의 기틀을 다졌다.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내걸고 집권했으나 전체주의로 치달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대법관 수를 증원하면서 임기 중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은 8개 사건, 12개 혐의로 기소됐다. 자신의 유무죄를 최종 판단할 대법관을 임명하는 건 재판에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이 작동한다. 민주주의는 선출 권력이 국민의 지지를 이유로 사법부를 무력화할 때 와해한다.
선출 권력의 독점을 막는 장치가 ‘법치주의’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국가가 법을 벗어나 권력을 행사할 때 전제 정부로 변한다. 근대 이전 프랑스에서는 왕권신수설을 바탕으로 국왕이 법 위에 군림했다. 자의적인 전제 정치는 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로 이어졌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이유다. 국가권력이 법 아래에 놓여야 한다는 법치주의와 국민주권의 원칙이 확립된 순간이다. 이후 민주주의 국가들은 최고 사법기관을 정교하게 설계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되, 야당 의원들도 있는 입법부의 동의도 요구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구성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고, 정수의 약 3분의 1씩을 차례로 교체한다. 임기도 6년으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보다 길다. 사법부는 당파성을 띠기 어려운 구조다. 민주주의 체제에 비선출 권력이 필요한 이유다.
민주주의는 삼권이 견제와 균형을 이룰 때 건재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 다수의 뜻을 한 사람에게 위임한다.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아 국가원수가 됐더라도 이해충돌이 개입하거나 권력이 집중되면, 권력이 남용될 수 있다. 대런 애쓰모글루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한 개인이나 소수 무리에 권력을 몰아주면 다원주의적 정치제도의 기반을 훼손할 위험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삼권분립이 필요한 이유다. 선출된 권력과 비선출 권력의 위계를 세우는 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인식이다. 권력의 서열을 세우기보다는 견제와 균형에 기반한 민주적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