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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작가님께서주신글]
양평에서
수양버들의 빨갛고 노란 입새가
힘이 부쳐 축 늘어진 시냇가를
노부부가 천천히 거닐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 곁에서 양산으로 뙤약볕을 가려줍니다. 정작 할머니는 따가운 석양볕을 그대로 맞으면서
할아버지가 연못가에 쭈그리고 앉아, 윗몸을 기울여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할머니는 뒤에서 꽉 붙잡아 줍니다.
언제나 나들이를 나오면, 할머니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할아버지의 보호자가 됩니다.
울 아저씨는 참말로 따뜻한 사람이라예. 숨이 막힐 때면 숨통을 터주고, 답답할 때 바라보면 하늘같아요! 그래서 고생이 힘들지 않았어예.
두 분의 이런 모습이 그림 같습니다.
석양노을이 뉘엿뉘엿 산하를 온통 오색으로 물들이는 만추입니다. 파랗던 잎들도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기러기 한 쌍이 물가에 내려앉습니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눈과 날개가 짝을 지어야 비로소 날 수 있는 비익조(比翼鳥)입니다.
감잎처럼 곱게 물 들 수만 있다면
와이셔츠 깃에 향수를 뿌리지 않겠어요.
버버리 외투에 카라는 세우지 않겠어요.
넥타이는 굳이 구찌를 고집하지 않겠어요.
외출 할 때는 화려한 스카프를 매겠어요.
커피는 엑스프레소를 마시지 않겠어요.
카페에서 와인은 혼자 마시지 않겠어요.
허주의 아침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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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을 아시나요?
수중보를 건설공사에 도전한 청년은
여름철 장마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간
장비와 자재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공사 진척도 없고 재정도 바닥난 상태였다.
인부들은 밀린 노임을 달라며 파업을 했다.
그래서 공사는 거의 중단 상태였다.
사채 조달도 힘든 상황이었다. 처음으로 맞닥뜨린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청년은 사채놀이를 하던 요정 마담에게 자금을 부탁했다.
하늘이 도왔는지 마담는 더 이상 돈을 융통하기 어려웠던 청년에게 자금을 지원해주었다.
청년 보다 두 살 위인 마담은 대학까지 나온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신여성이었다.
마담은 읍내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딸이었다. 그러니 상대가 엇비슷해야 혼담도 들어올 인데, 엄두도 내지 못했다.
혼기가 차도 짝을 구하지 못해 결혼 적령기를 놓쳤다.
더 이상 노처녀로 허송세월할 수 없어 아버지의 권유로 요정을 인수했는데 수완이 좋아 읍내에서 제일 장사를 잘 했다.
한편 공무원을 접대해야 하는 청년은 요정에 자주 드나들었다.
소박하고 검소한 성품과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씨에, 요정의 스타가 되었다.
마담도 내심 그 청년을 좋아했다. 아래 기생들도 형부 형부 하고 잘 따랐다.
오늘 오실까? 내일 오실까? 무슨 사고라도. 안절부절하는 것을 보니 마담이 사랑에 빠진 것이다.
말이 청산유수라야 마담 노릇한다는 그녀도 청년 앞에서는 수줍어 말 못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도도했던 성품도 다소곳해졌다.
어언 3년이 흘렀다. 내일이면 나아지겠지! 하다가 빗만 늘어갔다.
청년은 마담 볼 면목이 없어 경리 책임자를 시켜 자금을 받아오도록 했다.
하루는 마담이 “이번에는 직접 와 달라! 자금을 많이 준비했으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꼭 보고 싶다” 는 편지를 보내왔다.
청년은 볼 면목이 없어 전과 같이 경리직원을 보냈는데. 이번에는 편지와 함께 평소보다 세 배가 넘는 돈을 보내왔다.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편지란 다름 아닌 유서였다.
사랑하는 청년을 위해 마담은 계속해서 빚을 얻어 청년을 뒷바라지를 한 것이다. 그 결과 잘 되던 요정은 문을 닫았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실패를 코앞에 두고 자살까지 시도했던 청년 아닌가? 마담이 자기를 대신해서 죽었다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졌다.
갚을 길이 없이 주기만 하고 끝내야 하는 사랑 앞에서, 청년은 한없이 오열했다.
그러나 마담의 사랑은 ‘오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 같이 청년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청년은 이광수의 흙을 읽고 ‘허숭’처럼 출세하겠다고 다짐하고 심기 일전하여 사업에 매진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일어섰다.
마담이 생각나면 읊는 시가 초혼이었다.
초혼 (招魂) 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고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 서산마루에 걸리고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목석같은 정주영 회장에게 그런 면이 있었다니,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누군지 아셨어요? 순애보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 수장에 오른 정의선회장의 할아버지입니다.
허주의 아침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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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찾아 인생을 찾아
내가 너무 무심했나?
다들 잘 있겠지, 보고 싶구나!. 우리 주위에는 이민 간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 인구는 대략 8000만이다.
그중 남한이 5200만. 해외동포가 700만,
총 인구의 8 -10% 정도가 재외동포다.
한 많은 이민사
1800년대 만주 연해주 개척이민
1900년대 연해주와 스탈린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1930년대부터 1945 해방까지 강제징용으로 만주 이민
1945년 전쟁포로로 인도 브라질 이민
1945-1965 국제결혼 유학 입양 등으로 미국, 남미, 유럽 이민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났네!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애타게 불러보는 노래가 아리랑이다.
객지에서 고생이 얼마나 많으십니까? 삶이 버거울 때면 아리랑을 불러보라! 위안이 될 것이다.
교민들은 우리말을 쓰는 한인 교회에 자주 모인다. 그리고 교회에 다니다 보면 기독교 열성 신자가 된다.
끼리 모여 지내다 보면 기름처럼 떠도는 신세가 된다.
조국에 관한 정보는 전문가 수준이다.
미국에서 의류 도매상을 하는 친구, 브라질에서 봉제공장을 하는 친구,
조국의 세세한 정보를 이웃에 사는 친구처럼 역으로 우리나라에 보내준다.
교민들은 한국이 참가하는 행사나 스포츠 경기에 빠지지 않고 참가해서 열심히 응원한다. 그래서 대부분 애국자가 된다.
고국의 추억은 모두 그립다.
소꿉동무의 어린 손,
고향의 늙은 소나무,
다리 밑 송사리 떼.
고향 산천
콩 한쪽도 나누어 먹는 따뜻한 이웃
아름다운 사계절
그곳이 더 낫지는 아닐까?
그러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내심 수긍하면서도 죽어도 아니라고 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
꿈을 이루려고
사랑을 따라
그러나 현실을 도피하려고, 또는 죄를 짓거나 원한이 많아 떠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귀촌은 이민과 같다. 부모님이 살아계시면 고향으로, 안 계시면 친척 친지들과 멀리 떨어진 타향으로
집칸이나 가지고 잘 사는데 뭐가 아쉬워 이민을 가?
이민생활은 힘들었으면 힘들었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제 나라에서 못 견딘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도 못 견딜 것이다.
제대로 정붙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조국의 소식이 궁금해서 여기 저기 연줄을 대어 알아본다.
마음 한 구석에는 조국에 대한 향수가 깔려있다. 돌아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럴 형편이 못 되어, 소식이라도 알아보는 것이다.
제발 조국이 싫어 떠났다는 말은 하지 마시라.
다 좋은데!
노인정에서 친구들과 고 스톱도 쳐야겠고 드라마도 봐야겠다. 영어도 못하고 할멈과 둘이 있으면, 거기가 적막강산 아니냐? 나는 안 갈란다!
할아버지! 똘똘한 영어단어 100개만 달달 외우면 세계 어디서나 현지인과 친구로 지낼 수 있어요.
세계 어디나 한국인이 살아요. 심지어 추운 알라스카에도 교포가 운영하는 펜션이 성업 중이라고 하네요.
한인교회도 있고 복지관에서는 김치찌개가 나온답니다.
허주의 아침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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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2
어떤 찻집 아주머니
정읍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구절초가 한창이다.
구절초 태마공원은 읍에서 고개를 하나 넘으면 나온다.
이 언덕이 말잔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말고개이다. 당나라 소정방도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고개라고 부른다.
고개 마루에 찻집이 있었다.
간판도 없이 그냥 "차와 커피"라고만 쓴 허름한 움막 같은 집이다.
하루에 차 마시러오는 손님이 두어 명 정도라고 한다. 그래도 항상 문을 열어둔다.
중년은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는 참으로 고왔다.
장사가 될 것 같지 않는 곳에 문을 연 이유라도?
아주머니가 찻집 이름을 자세히 보라고 했다.
커피라는 글자 밑에 아주 작게 "기다림"이라는 쓰여 있었다.
외로워서 살 수 없어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실은 사랑하는 사람과 여기에서 만나기로 했거든요.
밀항선을 타고 일본에 돈 벌로 간 어떤 분을 가다린다고 했다.
곧 오실 거야!
얼마나 되었어요?
잘 모르지만 한 30년? 그 정도는 되었어!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 항상 고운 자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린 딸
딸아이가 과수원 아줌마가 주신 사과를 양손에 들고 왔다.
엄마에게 하나만 줄 수 없니?
그러자 딸은 고개를 저으며 왼 쪽 사과를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번에는 오른쪽 사과를 베어 물었다.
내가 자식을 욕심이 많은 아이로 키웠구나! 그런데
엄마! 이게 더 달아요! 드셔보세요!
나쁜 애라고, 화라도 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옛날 사진기
재대하는 날이었다.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추억을 남기기로 했다.
사진관을 찾았는데 진품명품에 나올만한 골동품 카메라가 있어, 주인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아직도 작동한다고 했다.
추억을 만들고 싶어 이왕이면 오래된 카메라로 사진 찍기로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옛날 카메라는 노출을 오래 해야 찍혀요! 카메라 앞에서 꼼짝 않고 있고 기다릴 수 있겠어?
문제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생각 보다 길게 느껴졌다.
야! 움직이지 마! 입도 움직이면 안 되는 거니? 그러는 너는 왜 말을 해?
서로 농담을 주고받던 우리는 그 새를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버렸다.
내가 뭐랬어! 기다리기 어려울 거라고 했지!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찍는 요즘 사람들은 못 기다려!
허주의 아침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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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런데 할아버지는
옛날 카메라는 노출을 오래 해야 찍혀요! 카메라 앞에서 꼼짝 않고 있고 기다릴 수 있겠어?
문제없다고 큰소리쳤지만 생각 보다 길게 느껴졌다.
야! 움직이지 마! 입도 움직이면 안 되는 거니? 그러는 너는 왜 말을 해?
서로 농담을 주고받던 우리는 그 새를 참지 못하고 크게 웃어버렸다.
내가 뭐랬어! 기다리기 어려울 거라고 했지! 핸드폰으로 간단하게 찍는 요즘 사람들은 못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