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국화 꽃을 피우기 위해 봄 부터 소쩍새가 그리 울었다더니..
가을이 찾아온다고 마음속엔 단풍 처럼 울긋불긋 계획도 많았는데 그 계획들 하나도 실현 시키지 못하고
빗 물 번들거리는 도로엔 젖은 낙엽들 꼼짝없이 붙어있는 모습이 자라지 못한 내 꿈 처럼 서러운데
어찌하랴 곧 찬 바람이 온 세상을 지배하여 눈 보라까지 몰아칠텐데...
겨울나기 준비에 마음 보다 몸이 더 미리 앞서나간다
지난 봄 모슬포항에서 구입한 멸치로 만들어 놓은 젓갈은 장독대 항아리 중 가장 큰 독에서 감칠 맛나게 익어서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하니 올 김장에 밑 간으로서의 역활을 당당히 할것 같다
멸치의 칼슘은 그 어떤 영양재 보다 우수하다니 무더운 여름도 마다않고 농장일에 열중하는 남편의 튼튼한 건강 식품이리라
추석 직전 육지에서 사 들여놓은 고추도 꼭지 따고 행주로 닦아 갈무리 해놓은거 그제 다 빻아 놓았고
역시 모슬포에서 재배한 마늘은 다듬는데만 이틀이 걸렸다.
마늘과 양파는 제주산이 육지의 그 어떤 지방 보다 우수함을 진즉에 알았다
마늘과 생각이 들어가야만 비로소 김장의 발효가 이루어진다
제주산 야채들..무우 배추는 겉절이식으로 반찬 장만할땐 괜찮지만 김장처럼 저장식은 절대 안된다는걸
한번의 실패로 단박 터득한바...육지로 부터 공수 받은 배추로 김장 한지 오래..근데 김치의 마지막 풍미를 느낄수있는 배추의 겉 껍질 부분 푸른 잎사귀가 매번 보이지않는 배추만 도착하여서 올 김장은 동문시장에서 구입키로 하였다
지난 토요일 흐린 날 시장 주차장에 주차할 즈음 기어이 비가 내린다
우산을 받쳐든 장보기는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한 손엔 손 가방.또 한손엔 우산..무얼 할수있으리.그저 점검하는 정도에서 동문시장을 나오니
도저히 미루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집 가까운 농협 마트에 가 보았다
시장 만큼 싱싱한 김장거리들이 풍성하고 가격도 시장과 버금가니 맘 먹은 김에 배추와 무우.쪽파 등
모두 구입하였다.방송에선 제주도 차원에서 재래시장을 살리자 하고
전 보다 깨끗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여도 아직은 이렇게 주거 환경과 밀접한 대형마트엔 재래시장이 밀리는 현실이다.
비가 와서 라고 핑계삼아 김장거리를 마트에서 구입한 마음이 무슨 죄 지은 것처럼 편치가 못하다
곧 바로 배추 절이고 멸치젓 담은것 불위에 올려 달여 문종이 받혀 맑은 액젓 받아 내리고
찹쌀도 양념의 어우러짐을 위해 죽을 쑤어 놓고
새우젓은 물기 빠지게 진득하니 두 손으로 짜듯이 덜어 절구로 찧어두고.
잠 자기전 배추의 절여짐이 골고루 간 배이게 한번 만 뒤집어 놓으면 되겠지.
그렇게 이튿날이 되여 김장을 마치려니 했는데 어제 이어서 밤새 가을비가 그치지 않고 내렸다
가을 묘목 이식으로 추석 뒷날 부터 지금껏 해 뜨고 질때까지 농장에만 살다시피한 남편이 하루 쉬는 날이구나 라며 느긋한 아침 커피잔 들고 환하게 웃으니
김장 진행은 일단 접어두고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 시간을 편하게 해주려고 간식 준비.점심은 아구찜으로.
저녁식사는 손 칼국수로 마무리 하니 김장이야 어쩔수없이 내일로 미룰수밖에 없었다
그냥 세끼 식사 준비건만 참 분주한 하루가 지난듯 하다
드디어 비 그친 오늘 다시 농장 나가는 남편 배웅하자말자 마늘.생강 쿵 쿵 거리며 찧고 무우 채 썰고
고추가루 적절량 넣어 양념 버무려 놓고 혼자 점심들면서 고추가루와 젓갈.양념들이 배추와 만날때 가장 예쁜 색으로 섞일때를 기다렸다
늘 혼자 점심이였지만 절여 씻어둔 배추 무더기를 보니 마음이 급해져서 커피 한잔도 그윽한 기분 접어두고 선 걸음에 마시고 바로 먹을 김치는 작은 항아리 두 개에 담고 저장할것은 통 마다 채워서
김치 냉장고에 집어 넣고나니 허리는 펴지 못할 만큼 결려도 기분은 날아갈듯 상큼해진다
식탁에 올리는 음식에 조미료가 사라지고 설탕조차도 사용치 말자고 다짐한후 우리집 음식문화는
먼 시간을 되돌아가서 우리가 어렸을적 어머니께서 차려주셨던 그 맛을 찾았다
그건 단순 조리과정 같지만 기다림의 음식이였다
내 어머니의 부엌을 기억으로 더듬어 부엌 한켠의 그 수 많았던 항아리들을 하나 둘 세어보며 그 속의 음식들을 되새겨 생각해보면 모두가 정갈한 보석같은 음식들이였다
고추장 하나 만으로도 더덕. 조기 .마른북어 장아찌로 몇 항아리가 되고 간장에 절여놓은 그 슴슴한 맛의 온갖 산 나물들로 만들어진 밑 반찬들.
내 가족이 아닌 어느 누구가 우리 집 식탁에 어울리는 날은 항아리 뚜껑이 부지런히도 열리고 닫혔다.
그런날은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나무 찬장의 맨 윗 칸 물고기가 그려진 바닥이 푸른 접시들이 총 출동하는 날이기도 하였다.
내가 어느 만큼 커서 부엌일을 거들때도 그 물고기 접시는 깨트릴까봐 못 만지게 하셨지.난 세상에서 그 접시가 가장 값 비싼 그릇인줄 오래 그렇게 알았다
그 엄마의 손 맛을 추적하여 만드는 음식들
금방 혀에 감기는 감칠맛이 우선 없으니 적응하기가 순탄치 못하고 자꾸 손 쉽게 맛나는 조미료가 아쉽고
간절했다.그러다가 우연히 몇 년전 동생네도 보낸다고 김장을 많이 담그다보니 김치냉장고를 벗어난 양이어서 급한김에 큰 항아리에 우선 보관하며 곧 김치냉장고 하나 더 장만해야지 하다 그만 온 겨우내 실온에서 버텨준 항아리의 김치맛에 우린 화들짝 놀라 버렸다
김치 국물은 사이다의 그 톡쏘는 맛에다가 시원하고 배추는 방금 담은것 처럼 아삭거리고
세상에나~내가 담은 김치 맞아? 하며 나는 연신 탄복하였다.
그 후 봄 까지 먹을 김치만 김치 냉장고에 우선 담아두고 김치의 맛이 변할즈음까지 최대한 항아리 김치로 견뎌본다.땅 속에 묻을수만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을수 없지만 그 건 불가능한 환경이니 실온의 배려만 믿을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음식의 시작은 발효로 시작되여 감칠 맛으로 끝 맺음한다는 내 어머니 말씀이 왜 그제서야 생각 나던지..
봄 부터 젓갈 담고 저 농약으로 재배한 고추를 구입하려고 몇 사람을 거치고 확인하여 추석 명절 전엔 꼭
구입하는 고추.그때가 고추 따기 두물째여서 고추의 살이 가장 맛나게 오를때니 그 기간을 놓치지 않는다.
제주에선 고추가 재배는 되여도 풋고추 까지이며 고추가루가 되면 껍질이 얇아서 풍미를 찾을수없다
마늘도 쉽고 편하게 시장에서 다듬은것 갈아서까지 살수있어도 모슬포 아는 분한테 꾸준히 몇 년째 주문하여 사 들여놓고 혼자 온 종일 다듬고 찧고 하다보면 손에는 마늘이 쥐여있어도 조용히 사색의 시간도 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시판 조미료를 거부한 우리 집 김치는 적당히 익어서 발효를 시작하면 거실 난로에서 구워진 고구마와 곁들이면 환상의 궁합이고 한 겨울 일손 놓은 남편 일등 간식거리 김치전으로. 어쩌다 남는 밥 이용한 김치 볶은 밥은 간편하고 짧은 조리로 날 행복하게 해준다
넉넉한 김장이 슬슬 맛을 잃어가는 설날이 가까워오면 만두 속으로 없어선 안될 귀한 재료로.
돼지갈비뼈와 같이 김치찜을 하면 오래 두고 먹을수록 그 깊은 맛은 어찌 말로 표현을 하리.
김치 하나로 늦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여인네 주방 살림살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효자 중 상 효자가 김치 같다
시중의 넘쳐나는 그 수많은 음식점들.무슨 착한 식당 찾는다고 저녁 티비 프로는 온통 정직한 음식만 찾고.
이제 우리는 어떤 먹거리를 구입하려해도 늘 마음 한 구석은 의심으로 어둡다
얼마나 먹거리가 부실한지 어떤 업주의 말 처럼 자신이 만들어 고객에게 먹이는 음식을 자신의 가족들에겐 절대 안 먹인다는 풍문이 제발 사실 아니길 바라지만 그렇게 말 못하고 음식에 대한 걱정이
결국은 내 손으로 직접 장만하자..아니 작은 텃밭이라도 만들어 재배도 내가하자 가 지상 과제가 되여간다
정직하지 못한 과정을 거친. 사람이 먹을수없는 먹거리.번연히 눈 뜨고도 사먹는 음식 또한 얼마나 많은가.
소중하고 귀한 내 아이에게 무심코 사 먹이는 튀김 양념닭은 온 종일 한번도 갈지 않은듯 튀김통 속의 끓는 기름이 아주 시커멓다
방송에서 지적한 그 무서운 트랜스지방이 그득한 튀김통닭.제발 누구든 먹지말길 나는 간절히 바란다
직접 음식 장만하는 수고가 고생이 아닌 내 가족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나를 위로하고
될수록 기름이 제거된 음식을 만들려고 신념처럼 각오를 한다
그 외 일일이 지적키 어려운 그 수많은 먹어선 안되는 넘쳐나는 먹거리들
가장 가까운 내 피붙이들 부터 늘 강요하다시피 알려준다
이건 먹지마라 저건 왜 먹어선 안되는지..하고 그러면서 김치 담고 김도 직접 구입하여 들기름 바르고 천일염 볶아 절구에 찧어서 뿌려 구워서 보내주고. 나는 내 숨이 붙어 있는한 내 힘이 닿는 가까운 내 가족부터
참된 먹거리를 먹이자고 무한한 노력을한다
그렇게 봄 부터 소쩍새 되여 마친 올 김장 이지만 일년 먹거리를 내 손으로 장만한 만족감은 팔이 욱신 거려도 마음은 벼 이삭 그득한 들판 처럼 푸르른 기쁨이 넘실거린다
첫댓글 김치 맛이 듬북이 나겠습니다.
내일 모임에서 뵙지요.
옛날 백포기~이백포기를 그 추운 겨울에 언니랑 마당에서 씻던 생각이 아네요
너무 맛이있을것 같네요..군침이 꿀꺽합니다..수고하셨네요~~~
아~~김장김치 묵고싶당 ..
ㅋㅋㅋ 나두요
ㅋㅋㅋ 나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