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와 마법사가 서로 치고 박고 싸우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날씬한 미녀 도둑이 보물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왜 한때의 동료 같아 보이는 이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그림 아래에 목이 잘린 레드 드래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드래곤을 잡은 일당이 그 보물을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것이죠. 그 아래 도둑은 한가로이 자기 몫을
챙기고 있구요. (^^)
TRPG 를 하셨던 분들은 정말 웃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요. 오래된 RPG 그룹이 그렇듯 드래곤을 잡는 것은 마치 소풍
놀이를 하듯 쉬운 일입니다. 나머지 문제는 누가 마법 아이템과 보물을 나눠 갖는가 하는 점이겠죠. 과연 어제의 동료가 나에게
좋은 아이템을 던져 줄까요? 아니면 무식한 전사가 쓰지도 못할 스크롤 마저 자기꺼라고 우길까요? 자 여기 그 해답을 알게 해줄
1분이 주어집니다.
캐릭터와 협상이 어우러진 Bruno Faidutti 게임
이 게임은 앞서 얘기한 배경과 이 게임의 디자이너가 Bruno Faidutti 라는 것을 알게 되면, 게임의 절반은 이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Dragon's Gold] 야 말로 Bruno Faidutti 특유의 캐릭터와 협상의
요소가 가장 잘 살아난 게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 도대체 어떤 게임인지 알아보죠
이예! 드디어 드래곤을 잡았다. 근데 내 몫은??
이 게임은 앞서 말한 대로, 드래곤을 잡아서 그 보물을 나눠갖는 게임입니다. 드래곤을 잡는
부분은 대단히 쉽습니다. 드래곤이 짓밟기, ㅤㅎㅑㄹ퀴기, 날려버리기, 물기, 궁극의 드래곤 브레스 등의 무시무시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먼치킨화 되어 있는 우리의 영웅들은 그저 소풍 거리 밖에 되질 않죠. (^^)
처음에 드래곤 4마리를 깔아 놓습니다. 윗쪽 그림을 보시면 맨 위의 숫자가 드래곤의 힘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왼쪽 아래는 알려진
드래곤의 보물 개수 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아래에는 알려지지 않은 드래곤의 보물 개수이죠. 그리고,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
4명을 갖습니다. 캐릭터로는 남자 기사(무슨 기사가 아니라 바바리안 같이 생겼지만..), 여자 기사, 마법사, 도둑입니다. 이제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 중 하나를 원하는 드래곤 앞에 붙이게 됩니다. 이렇게 진행되다가 붙여진 캐릭터들의 힘 합이 드래곤의
힘보다 크거나 같게 되면 그 드래곤은 잡히게 되고, 이제 드래곤의 보물을 어떻게 나눠가질 지 결정하게 됩니다.
이때 재밌는 건, 캐릭터가 몇장을 붙였든, 어떤 캐릭터를 붙였든 간에 그 드래곤을 잡는데 참여한 플레이어는 모두 협상에
포함됩니다. 또 협상에서는 어떤 랜덤적인 요소 (가위,바위,보를 한다거나, 주사위를 굴린다거나)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단,
1분 내에 협상을 끝마치지 못할 경우 아무도 보석을 못먹게 되죠. (^^) 가령, 예를 들면 힘 10짜리 골드 드래곤을 잡는데,
A라는 플레이어가 남자 기사(힘 4), 여자 기사(힘 3), 도둑 (힘 2) 를 썼는데, 다른 B 라는 플레이어가 마법사 (힘
1)로 추가해서 골드 드래곤을 잡았다고 합시다. 그럼, 이제 협상이 시작되는데..
A: 야... 이거 잡는데 힘을 9나 썼으니까 너는 하나먹고 떨어져라
B: 흥! 무슨 소리, 내 마법사가 없었다면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A: 야! 시간 다 떨어지잖아.. 그래그래 이 만큼 더 줄께
B: 웃기지 말어! 나는 손해 볼거 없다 이거야..
1 분 경과...협상 결렬
A: 으씨. ... ㅡㅡ;;
이렇게 되는 것이죠. (^^)
기상천외한 카드 플레이
또 이 게임에서는 도둑 과 마법사 에게 특수 능력이 있습니다. 도둑은 쉽게 생각할 수 있듯이,
원하는 사람에게 보물 하나를 뺏어 올 수 있습니다. 마법사의 경우, 마법사가 전투에 참가해서 협상의 결과로 마법 아이템 보물을
가져올 경우, 마법 아이템 카드를 뽑을 수 있습니다. D&D 에서 처럼, 마법 스크롤 같은 마법 아이템은 전사 같은
무식한 얘들은 못 쓰는 거죠. 그래도 무식한게 힘은 있어가지고 마법 아이템 보물 가지겠다고 생떼를 부리면 마법사로는 할말 없죠.
(^^) 그래서 표지 처럼 사생 결단하고 어제의 동료끼리 싸우는 것인가 봅니다.
이 마법 아이템 카드가 황당한게 많은데, 가장 황당했던 것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카드 였습니다. 이
카드는 가지고 있으면 발동 되는데, 드래곤에게 보물 하나를 훔쳐갈 수 있습니다. 이때 한번에 하나의 보물만 훔쳐야 되죠. 여기서
훔친다는 것은 말그대로 훔치는 것입니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보물을 하나 더 가져 간다는 것을 들키면 안되죠. 만약 보물을
훔치는데 다른 플레이어에게 들켰을 경우, 이 카드를 버리면서 지금까지 훔쳤던 보물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카드를
당하고 나서 얼마나 황당했는지, 뭐 이런 특수 카드도 다 있나 싶어서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 이런 독창적이고 먼가 깨는
듯한 느낌이야말로 Bruno Faidutti 게임의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래 시계의 모래알은 무심히도 흘러 내리고 배는 산으로 가고....
정말 Bruno Faidutti 아저씨는 때려 죽인다고 해도 난 캐릭터와 특수 카드가 좋아! 라고 부르짓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점이 있었기에 항상 Bruno Faidutti 의 새 게임이 기다려지는 것이겠죠. 가장 Bruno Faidutti 다우면서
협상과 딴지가 적절히 결합된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게임을 비롯하여 [드라코와 친구들] 이나 [환타지 비지니스] 같은 Blue Games 시리즈가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느낌이 드는데요. 이들 게임은 분명 유쾌하면서도 사악한 플레이를 즐기시는 분에게는 후회없는 선택이 되실 것이고, 그저
묻혀있기엔 아까운 게임 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첫댓글 우와...........재미있겠군요 협상과 딴지게임이 보드게임의 진수 아니겠습니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