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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식물은 한마디로 수수께끼 같다고 할 수 있다. 향나무, 동강할미꽃, 마키노국화 같은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경이롭고, 비술나무, 연잎꿩의다리, 개병풍, 좁은잎덩굴용담, 자주쓴풀, 황금, 솔체꽃, 층층둥굴레 같은 북쪽에 고향을 둔 북방계 식물이 많아서 놀랍다. 특히, 저지대이면서도 북방계 식물들이 대거 분포하는 것은 아직까지 학계에서도 관찰로 인식만 했지,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없다.
동강에서 발견된 나무 중에서 특별한 것이 바로 향나무인데, 울릉도를 제외하고는 남북한을 합쳐 공식적으로 처음 동강에서 발견됐다. 향나무는 우리가 집에서 심어 기르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 않아 흔한 나무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이 나무가 저절로 자라는 곳, 즉 자생지는 남북한을 통틀어 울릉도밖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내륙에서는 처음으로 동강에서 발견된 것이다. 동강을 호위하듯 솟아오른 벼랑에서 자라고 있는데, 동강 상류에 해당하는 가수리부터 진탄나루터 부근까지 벼랑에 집중하여 분포한다.
과거에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주민들에 의해 채취되었기 때문에 큰 나무들은 적은 편이며, 현재까지 500여 그루가 자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상록수이기 때문에 낙엽이 지는 늦가을이나 겨울철이 되면 눈에 쉽게 띈다.
동강의 나무 가운데 털댕강나무, 꼬리진달래, 비술나무 등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두만강이나 연해주 지역의 습지에 흔하게 자라는 비술나무는 북방계 식물로서 남한에서는 비교적 드문데, 동강에서는 전 지역에 많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어 흔하게 볼 수 있다. 꼬리진달래와 털댕강나무도 동강의 산지 지역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너무나 유명해진 동강할미꽃은 동강에서 처음 발견된 우리나라 특산식물로서 4월 초순에 일찍 피는 꽃이 매우 아름답다. 마키노국화도 동강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그동안은 일본에만 자라는 일본 특산식물로 알려져 온 여러해살이풀로서 이곳에서 발견되어 우리나라 식물목록에도 추가되었다. 동강의 강변보다는 어느 정도 해발고도가 높은 동강의 산지 지역에 자라고 있다. 볕이 잘 드는 길가, 풀밭 등에 자라고 있어 눈에 잘 띄므로 찾기가 쉽다. 전체적인 모습이 산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꽃 색깔이 희고 꽃 크기가 조금 더 크다. 꽃은 9월 하순부터 피기 시작해서 10월 중순까지 볼 수 있다.
연잎꿩의다리, 백부자, 개병풍, 층층둥굴레 등은 환경부가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동강의 희귀식물이다. 이들 식물도 북방계 식물로서 주로 북부지방에 분포하고 남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밖에도 동강 일대에는 다른 곳에서 잘 볼 수 없는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세잎승마, 노랑갈퀴, 참좁쌀풀, 사창분취, 그리고 멸종위기 또는 희귀식물이라 할 수 있는 물쇠뜨기, 청부싯깃고사리, 고비고사리, 큰제비고깔, 꼬리겨우살이, 털개살구, 정선황기, 회목나무, 좁은잎덩굴용담, 흰꽃 절굿대, 빗살서덜취, 애기원추리 등이 그것이다.
동강 일대에 살고 있는 식물은 950여 종류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내장산, 북한산, 계룡산, 속리산, 오대산 등의 식물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동강의 생태계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동강이 이처럼 많은 희귀식물을 간직하게 된 이유는 먼저 사람들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고립된 채로 고유한 환경을 유지하며 보존되어 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동강은 4억~5억 년쯤 전 고생대에 바다가 육지로 변한 곳이라고 한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되어 있고, 구불구불 흐르는 감입곡류형 지형특성 때문에 탄생 이후 오랫동안 외부와 차단된 채 식물들이 독특한 변화를 가능케 하는 여건을 마련했던 것이다.
다음은 동강 일대가 대부분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지질구조를 갖고 있어 이런 지역에만 자라는 특별한 식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충북과 강원 일대의 석회암 지대에 북방계 식물들이 많이 자란다는 특징이 동강에 수수께끼 같은 식물들이 살아가는 한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동강에 자라는 식물 중에서 석회암 지대라는 점과 연관지어 볼 수 있는 식물로는 개부처손, 개버무리, 연잎꿩의다리, 병아리풀, 개아마, 털댕강나무, 자주쓴풀, 솔체꽃, 산토끼꽃, 뻐꾹채 등을 들 수 있는데, 석회암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식물의 90%에 이르는 종류가 이곳에 살고 있다.
추천코스
문희~백운산, 고마루 일대, 고성산성 일대, 소사나루~연포, 광탄~동남천~가수리, 거운리~절운재~문산나루, 진탄나루~문산나루, 거운교~만지나루~어라연.
관찰포인트
동강 주변의 오지마을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를 따라 트레킹을 하며 가을꽃을 관찰하면 좋다. 동강 본류를 고집하지 말고, 동강 일대에서 석회암이 많이 드러나 있으면서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찾아가면 된다. 숲 속보다 양지바른 길가에 가을꽃이 더 많다.
관찰대상
개버무리, 물매화풀, 황금, 나도송이풀, 병아리풀, 물봉선, 용담, 자주쓴풀, 돌마타리, 솔체꽃, 산토끼꽃, 마키노국화, 산국, 각시취, 금불초, 절굿대.
교통
영월(삼옥리, 어라연, 문산나루), 정선(광하, 가수리), 미탄(진탄나루, 문희마을), 신동(고성산성, 연포)이 기점이다. 서울 방면에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 나들목에서 38번 국도를 이용하여 제천을 경유, 영월, 신동으로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영동고속도로가 붐빌 때 이용하면 좋다. 미탄이나 정선으로 접근할 경우에는 영동고속도로 새말 나들목에서 방림, 평창을 거쳐 진입한다.
숙박
영월, 미탄, 신동의 여관을 이용할 수 있다. 동강가의 가수리, 문희마을, 삼옥리, 문산나루 등에도 민박과 펜션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