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그늘이 드리운 호숫가, 담양의 길
전남 담양으로 간다. 산그늘 짙게 드리운 호숫길을 따라 식영정, 소쇄원, 환벽당 같은 원림과 정자가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는 곳. 광주호
담양호는 하루가 다르게 푸름을 더해가는 무등산과 추월산을 담고 있다. 여행자들은 대체로 여기까지만 보고 돌아선다.
그러나 요즘 정자와 호수 못지 않게 멋진 여행지가 있다. 신록 가득한 메타세쿼이아 길과 죽순이 뻗어나오는 대숲이다.
담양의 거리는 참 아름답다. 왕복 2차선 길. 가로수로 자라난 메타세쿼이아가 시원한 거리를 만들고 있다. 메타세쿼이아는 낙우송과 비슷한
침엽수. 다 자라면 키가 35m가 넘는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담양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군청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국도 24호선 길 10㎞ 정도가 제일 길고 좋다. 새로 확·포장을
하고 있는 도로 옆으로 메타세쿼이아 길이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새 도로 때문에 중간에 길이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면서 순창 경계까지 계속된다.
하루가 다르게 푸름을 더해가는 초록 잎새들. 푸르러서 눈이 시린 메타세쿼이아 터널 밑을 달린다. 어찌보면 남이섬의 전나무 숲길과 비슷하다.
지난해에는 산림청과 생명의숲 가꾸기 국민운동본부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숲’으로 선정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의 수령은 30여년. 큰나무는 지름이 2m나 될 정도로 굵다. 1972년 담양에 전국 최초로 1,500그루의 메타세쿼이아를
심으면서 메타세쿼이아가 국내에 들어오게 됐다.
길을 따라 창검처럼 꼿꼿하게 늘어선 메타세쿼이아 길을 보기 위해 담양까지 찾아오는 여행자들도 많다. 얼마 안있어 새 도로가 개통되면
메타세쿼이아 길은 옛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차량통행이 뜸해지면 한적해서 더 찾고 싶은 산책길이 될 게 틀림없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가다 보면 ‘대나무 숲길, 소나무 숲길’이란 이정표를 만난다. 고지산 자락에 자리한 국내 유일의 죽림욕장 ‘대나무골
테마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대나무와 죽제품은 담양의 특산물. 대숲 1백59만평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지난해 생산된 죽제품도
1백24만여점이나 된다. 담양의 군목(郡木) 역시 대나무다. 얼마 전 한석규와 스님이 출연한 휴대폰 CF도 바로 담양의 대숲에서 찍었다. 하지만
대나무는 워낙 빽빽하게 자라기 때문에 완상하면서 걸을 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대나무밭을 걸을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다. 테마공원은 3만여평. 이중 절반은 대숲이고, 나머지 절반은
소나무숲이다. 하늘을 찌를듯 빽빽하게 솟아있는 대숲을 스쳐온 바람은 대처럼 푸른 기운이 묻어 있다. 한여름에도 대숲 그늘은 시원하다. 대숲에
들면 은은한 죽향이 온몸을 감싼다.
대숲에선 요즘 한창 땅심을 뚫고 죽순이 뻗어나오고 있다. 죽순은 지역별로 나는 때가 다르다고 한다. 남쪽지방에선 4월20일쯤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대나무 중에서도 맹종죽이 가장 먼저 순을 낸다. 맹종죽은 중국의 맹종고사에 나오는 대나무다. 어머니의 병을 간호하던 맹종이 한겨울
죽순을 구하기 위해 찾아다니다가 눈밭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 자리에서 죽순이 솟았다는 옛이야기다. 5월초부터는 껍데기에 윤이 나는 분죽과
푸른색을 띠는 왕대가 나온다. 담양의 대나무는 대부분 분죽과 왕대. 죽제품을 만드는 데 알맞기 때문이다.
봄비가 잦은 요즘 죽순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큰다. 봄철 죽순이 자라는 모습은 경이롭다. 죽순의 성장기간은 불과 40일. 하루 평균 13㎝
정도 자란다. 담양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빨리 자란 죽순은 하루에 122㎝.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실감날 수밖에 없다. 대나무는 30m까지
자라며 마디 수는 50~60개 정도 된다. 한꺼번에 자란 대나무는 나중에 껍데기만 두꺼워지면서 6~7년 정도 산다. 대숲에는 야생차도 자란다.
테마공원은 사진작가 신복진씨(67)가 6~7년 동안 조성했다.
“청렴과 결백을 상징하는 대나무가 좋아서 지금까지 정성들여 대숲을 만들고 있습니다. 집 3채를 포함해 전재산을 쏟아부었습니다”
테마공원은 최근 영화 촬영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민수와 조재현이 주인공을 맡은 ‘청풍명월’, 이미연과 안성기가 나온 ‘흑수선’ 등도
이곳에서 찍었다.
대밭을 빠져나오면 마사토와 황토가 잘 섞인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요즘 소나무마다 노란 송홧가루를 쏟아내고 있다. 맨발로 걸으면 더
좋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테마공원에서는 청량한 대숲 바람속에 죽림욕을 즐기거나 소나무숲 오솔길에서 송림욕을 할 수 있다.
길목마다 나무들이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담양. 예스런 원림과 정자, 호수로 이어진 길에도 신록이 한껏 무르익은 봄을 노래한다. 키 큰
메타세쿼이아에 걸린 햇살, 댓잎, 솔잎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심신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여행길잡이
소쇄원 등 광주호변의 정자촌을 둘러보고 담양읍내 메타세쿼이아 길로 코스를 잡는 것이 좋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 톨게이트를 지나
동광주IC로 들어선다. 4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담양가는 국도 29호선. 왕복 8차선 길이 왕복 4차선으로 좁아지다가 다시 고속도로 같은 새길로
변한다. 고서 방면 오른쪽 60번 지방도로를 타면 고서4거리로 이어진다. 진입로를 한 번 지나쳐도 다시 60번 지방도로를 만날 수 있다. 두번째
진출로에서 빠졌을 경우 곧바로 우회전해야 한다. 초행자들은 창평IC에서 나와 첫번째 3거리에서 우회전하는 것이 좋다. 고서4거리에는 소쇄원
이정표가 있다. 887번 지방도를 타고 광주호 방면으로 달리면 식영정과 가사문학관, 소쇄원이 차례로 나온다. 소쇄원에서 다시 국도 29호선을
타면 담양읍내 가는 길. 읍내에서 국도 24호선을 따라 순창방면으로 가면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88고속도로 담양 톨게이트에서 나와 담양읍내에서
메타세쿼이아 길을 돌아볼 수도 있다.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국도 24호선을 탄다. 담양읍에서 약 4~5㎞ 가면 이정표가 있다. 테마공원 입장료는
어른 2,000원, 학생 1,500원, 어린이 1,000원. (061)383-9291.
창평장터국밥이 싸고 맛있다. 창평IC에서 창평방면(고서4거리 반대방면)으로 달리다 첫번째 3거리에서 좌회전, 읍내로 접어들어 첫번째
점멸등이 보이는 곳에서 다시 좌회전하면 창평장터다. 장터 주변에 국밥집이 몰려 있다. 한 그릇에 4,000원으로 값이 싸지만 내장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시장에 있는 ‘옛날창평시장국밥’(383-4424)이 원조집. 광주에서까지 찾아온다. 창평읍내 가는 길의 ‘안두부’(383-9288)는
우리 콩을 멧돌로 갈아 만든 두부전문집. 두부 3,000원, 청국장 5,000원. 가사문학관 바로 뒤에 있는 ‘울림산장’(383-0779)은
붕어찜 전문집이다. 된장으로 간을 하는 붕어찜맛이 일품이다. 도라지강정, 대추강정, 3년 묵은 김치가 나온다. 3~4인분 3만원.
‘신식당’(382-9901)은 떡갈비로 유명한 집. ‘민속식당’(381-2515)은 죽순요리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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