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등반은 쉽다...순서만 지키면 된다
기술적으로는 벽등반은 쉽다. 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레다 한 쌍을 딛고 올라가는건 힘들지 않다.
일단 매달리기만 하면 유마링은 매우 수월하다. 홀링은 그다지 복잡하진 않다.
빅월등반의 각 요소들은 놀라울 정도로 쉽다.
요구되는 점은 두 부분이다.
1. 빅월등반은 많은 낯설은 기술과 원리를 한꺼번에 뭉쳐 놓은 것이다.
2. 이 기술들은 극도로 효율적으로 묶여져야만 하고, 모든 것들은 잘 정돈되어야만 한다.
이 요점들은 단 한가지로 극복될 수 있다 ; 인공등반 기초를 마스터하라.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기초 마스터의 단계별 가이드이며, 모든 것이다.
그렇게 하기만 한다면, 별로 힘들이지않고, 모든 소소한 인공등반 트릭들도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짐을 끌어올리는 사람이 되지 말자.
개인적으로는, 엘캡 정상만 바라진 않는다.
난 홀백과 장비를 올리는데 가능하면 시간을 적게 쓰면서, 등반 자체와 벽에서의 경험을 즐기고 싶다.
아마 언젠가는, 풍선식으로 홀백과 모든 장비와 물, 맥주, 생선타코...를 실어둔채로 둥둥 띄워서,
등반하는 몇 피트 아래 까지 별로 힘들이지 않고 따라붙는, 포터블 세트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까진... 직접 해야만 한다 :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데, 물이 좀 무겁다.
보통 하루에 일인당 1갤런(약 4L 가까움)이 필요한데, 1갤런은 8파운드 무게이며...5일간 벽에 붙어있고 치면, 8파운드*2명*5일= 80파운드 ....가 된다.
여기에다 먹는걸로 인당 2파운드, 거기다 20파운드 비박장비를 더하면...홀백 무게가 거의 120파운드(약 54kg)가까이 된다.
고통을 넘어서
벽상에서 홀링 문제외에, 효율적인 등반이 필요한 다른 이유가 있다.
* 효율적인 등반은 악천후로보터 너를 보호해준다.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에, 가스버너에 불을 붙일 수 있다든가 정상에 도달한다든가 하면 좋지 않을까?
혹은 최소한 지붕이 있는 더 나은 자리에서 비박할 수도 있다. 엘캡 등반중 대부분의 사망자가 폭풍우에 따라잡혀서 그러했다- 어떨 땐 정상 몇 피치 아래에서...
기상예보가 널 보호해주진 못한다, 왜냐하면 산악에서의 예보란 단 며칠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죤 딜이 쓴 "살아남기"를 읽어보기 바란다. - www.supertopo.com/topos/yosemite/stayalive.pdf
* 효율적 등반이 훨 재밌다.
상황에 떠밀려서, 억지로, 깜깜해져서, 자리잡은 비박지가 아니고, 네가 원하는 레지에서 잘 수 있다.
진짜 우울한건 어쩔 수 없이 레다에 매달려서 밤을 지새는거다. ㅜㅜ
* 효율 등반은 물과 음식을 알맞은 양만큼 갖고 가게 해준다- 너무 많거나 너무 적거나 하지 않고.
효율 등반 맛보기
* 4개 쓰지말고 레다는 2개 쓴다.
* 자유등반처럼 인공을 한다.
* 빌레이 볼 때, 모든걸 정리해서 선등자가 홀링 준비가 되자마자, 뭐를 먼저 해야할지를 분명하게 해둔다.
* 레다는 항상 1단이나 2단에 선다.
* 회수한걸 건네줄 땐, 하나씩 주지말고, 두 개의 슬링에 모아 통째로 준다.
빠른 등반이 아니라 효율 등반
노즈에서 비박 4번하는 대신에 2번 하는 것이 미친듯이 빠르게 하는 등반을 뜻하진 않는다.
매 동작마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등반 시간을 더 갖기위해, 동료에게 빨리 주마질하란 마랴 라고 미친듯이 외칠 필요도 없다.
다만 일관된 시스템과,인공등반 기초가 잘 정돈되게 하면 된다.
이 책을 보고 기술을 연마하면, 전형적인 벽등반팀이 겪는 비효율성 때문에, 버려지는 몇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거고,
왜 다른 방식으로 벽을 해보지 않았을까 의아해 할지도 모른다.
노즈를 등반하는 두 가지 등반 시나리오가 있다.
첫번째, 보통하는 고난의 길
준비날 - 씨클까지 천천히 등반, 네 발뒤꿈치엔 몇 팀이 따라붙어서, 추월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저녁을 다 보내고, 밤 늦게까지도 낑낑대며 무거운 홀링을 한다.
첫째날 - 무거운 짐때문에 스토브레그에서 꼼짝못하다. 홀링하느라 힘이 다 빠져서,
원래 자유등반으로 오르려던 크랙을 인공으로 해야만 하다.
우울하게도, 어찌어찌해서 돌트타워까진 깜깜해져서 도착해서리, 시간이 없어서 멋진 비박을 즐기진 못한다.
다만, 기똥찬 레지와 비박지에 감탄만하면서...
둘째날 - 아침에 홀링 땜시 손이 불어터진채로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더이상 등반은 재미있진 않다.
너와 파트너는 철수할 적당한 이유를 상대가 대기를 기다린다 - 60%가 그러했듯이.
하루종일 등반하여, 캠프4에 밤중이 되어서야 간신히 도착한다. - 여긴 불편한 비박지이다.
셋째날 - 대천장은 좀처럼 끝날거 같지 않고, 뒤에는 저것들 언제 끝내나하고 조바심내는 팀들이 첩첩이 있다.
살떨리는 5.10a 팬케이크플레이크를 자유등반하고 싶었지만, 손재밍을 넣자마자 쥐가나서 인공으로 해야만 했다.
할수없이 이젠 뒷 팀이 먼저 가도록 하고는 확보장비를 추스린다.
추월하는 팀이 픽스해줄까 라고하니 고맙게 받아들인다.
매 피치를 등반으로 해내고 싶었지만, 너무 느린 속도 때문에 또 다시 오밤중까지 등반하긴 싫었다.
바글대는 캠프5에 간신히 도착하여, 맘에 안드는 비박지에서, 윗 팀이 갈기는 오줌이 튀지 않기를 기도한다.
넷째날 - 이 시점에선 홀백이 가벼워졌지만, 계속된 무거운 홀링은 손을 망가뜨리고 힘을 쏘옥 빼놓았다.
모든걸 인공으로 해야만했다, 가장 쉬운 자유등반도, 이렇게 해서 속도가 더 느려진다.
덩통은 거의 흘러넘칠 지경이다.
캠프6에 비박해야만 했고, 다른 팀이 따라 붙는 바람에 더 복잡해졌다.
다섯째날 - 음식과 물을 배급제로 할당해야만 했는데 이건 더 피곤을 가중시킨다.
드디어 정상 도착. 긴장이 풀어지고 정상 도착의 성취감을 맛본다.
어쨌든, 홀링, 안좋은 비박지, 너덜너덜한 확보장비들 때문에,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멋진 루트를 등반했음에도
그다지 즐겁진 않다.
첫댓글 허걱....정말 귀신이여~~~....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