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가 국회의 비준을 얻었습니다.
거의 모든 품목의 제품들이 무관세로 국내로 들어오게 될 것이며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도산이나
폐업을 택해야 할 것입니다.
비준이 있던 날, 인터넷에는 "대체 그 놈의 파이는 얼마나 키워야 우리에게 떡고물이라도 떨어지는가"라는 제목의 글이
수 많은 조회를 얻고 수 백개의 덧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똑똑하다고 하는 국회의원과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언론에서는 FTA비준에 대해 잘 된 일인양 자축하는 분위기고
대기업은 말이 없으며 단지 서민과 몇 몇 이들의 FTA에 대한 비판과 우려만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파이는 커져도 떡고물이 떨어지지 않는 이 묘하고 이상한 경제적 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일들은 소수입니다.
그들은 걱정하죠.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은 통합의 시대입니다.
정치적인 국경도 지리적인 경계도 없이 오로지 자본만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시대입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니 세계경제와의 통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우수한 민족의 자질과 끈기로 인하여 문제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매우 비현실적인 낙관이 있을 뿐입니다.
FTA는 어떤 제한도 없는 맞교환 방식의 경쟁입니다.
예를들어 시골의 자그마한 시장에 자본을 앞세운 유통업자가 들어올 경우 그 시장은 몇 날은 장사진을 이루겠지만
이내 시장자체의 자금이 바닥이 나면 사라질 것입니다. 즉, 이전보다 더 싸고 더 나은 상품은 당장은 시장고객에게 환영을 받을
일이나 같은 지역적 공간에서 같은 수준의 생계를 유지하던 시장의 상인들이 모두 상점을 닫아버리면 결국은 시장은
사라지고 유통업자의 마켙만이 존재할 것이란 말이죠.
독과점... 이것이 바로 자본의 독과점이죠. 이후 이 독점한 유통업자가 제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판매를 중지해 버리면
아무도 그 결손을 막을 방법이 없는 끔직한 상황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시장은 자생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각 제품의 가격은 단순하게 돈의 가치로만 환원되지 않으며, 이런 상품의 유통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정서적 연대와
서로간의 제품을 구매해줌으로써 가능한 부조에 대해 우리는 더 깊숙한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따라서 상품의 구매는 나의 필요를 충족하고 타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하여 각자가 다른 일을 하는
이들의 생활을 안정시켜 결과적으로 커다란 단위의 사회가 운영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은 모든 사회인이 스스로의 일을 통하여 사회적 부를 생산하고 다시 이 부가 타인에게 돌고 돌면서 사회 스스로가
자생하는 일종의 자연생태계와 같은 것이죠.
그 자생력이란 상품의 가치와 거래의 타당성보다는 한 공동체 혹은 사회가 유지되는 일종의 필요조건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더 싸고 더 나은 제품만이 우선일 수 없는 것이 사회를 구성하는 각자의 역할이 온전하게 유지될 때에만
각 개인의 생활도 안전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이 FTA를 통하여 국내에 들어올 경우 국내 중소기업은 지금까지의 시장을 다 잃고 맙니다.
어느 정신 없는 정치인이 이런 우려에 대하여 해외시장을 개척하면 될 것이다라고 했다죠?
튼튼하지 않은 자금력과 아직 높지 않은 기술적 수준으로 인해 국내시장을 견디기도 힘겨웠던 중소기업이 어찌 해외시장을
개척할 것이며, 문화적 경제적 수준이 우리보다 높은 상대 FTA국가의 국민들이 우리가 버린 중소기업의 제품을 사줄 것이라는
것은 거의 개그에 가깝습니다.
마을이 있습니다.
부자도 있고 중간정도 사는 사람도 있고 늘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기다리는 계층도 있겠지요.
이런 마을이 유지되려면 부자는 정도껏 희생하고 중간정도의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도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마을이 유지됩니다.
만일 이런 과정중에서 하나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마을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마을에서 사는 것이 힘들어서 하나씩 떠나간다면 그리하여 부자만 남는다면 결국 부자도 마을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마을이야 떠나서 다른 마을로 정착하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나 국가는 마을처럼 단순한 것이 절대로 아니죠. 아니 갈 곳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FTA...
거슬를수 없고 외면할 수 없는 일이죠.
왜냐면 오로지 자본만이 가치있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자본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 배운지라...
사회인 모두가 경제인이 되어 더 싸고 더 경쟁력있는 것들만을 우선하기 때문에 더 싼가격 더 좋은 품질을 들고
밀려오는 이 새로운 시장침략에 대하여 대부분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유지하는 자생력을 파괴하는 자본의 침공을 바라보면서 두 팔을 벌려 환영하고 있는 셈이죠.
비준이 처리되던 날...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었죠.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된 그날.... 그녀의 외침은 공허하기만 했습니다.
70,80년대 우리의 수출드라이브는 국내기업을 보호하면서 가능했고,
이후의 고성장도 국내시장과 기업을 보호하면서 가능했죠.
아무런 제한도 없는 FTA... 거대한 공룡과의 싸움에서 갑옷도 없이 맨주먹으로 나가라는 것과 같은 것...
누가 감히 FTA를 통하여 우리의 경제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벌써 축산업은 괴멸되었다는 이야기가 횡행하고 있으며, 이제는 자생력이나 경쟁력을 보완해주는 어떤 보조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의 대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의 전반이 스스로 이 난국을 헤쳐갈 것이라고 장담하는 이는
비준을 처리한 한나라당의 의원들과 대기업만이 유일하죠. 나머지 일반 국민은 대체 FTA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고
언론에서 말하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라는 말만 되뇌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일들, 즉 정치,경제,사회를 사람이 하는 일인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20세기 이후에 들어서는 이런 일들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자본이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조건 경제성과 돈으로의 가치로만 측정하고 행여 이 기준에 미달되면 그것이 어떠한 것이라도 거부되거나 실행되지 않습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장을 통하여 무서운 덩어리로 커진 자본이 그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곳에서 자금을 바탕으로 장악하고 있으며, 시장의 질서 또한 자본의 요구대로 변형되어 왔고 이제 우리는 FTA를 통하여
우리시장이 무섭게 변하게 될 것을 바라보기 직전입니다.
전쟁에서 내편이 아니면 적인 것처럼, 자본은 이익이 아니면 절대로 양보하거나 포기하거나 협상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이익을 내는 것만 행하게 되어있죠.
대기업을 포함한 유수의 기업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이 기업들에 포진된 주주들의 목소리가
오로지 이익이기 때문이며 한푼이라도 배당을 더 받기위해 돈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하라고 경영진을 협박하기 때문이며
경영진은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충실하게 주주들의 개가 되어버린 때문이지요.
기업은 스스로 사회의 부를 토대로 성장한 자본입니다.
즉 사회에서 자본을 쌓아주지 않았다면 절대로 성장할 수 없는 것이지요. 역설적으로 기업은 스스로 커온것이 아니고
사회가 키워줬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기업은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죠. 바로 기업의 사회적 기여 즉, 사회성입니다.
그러나 주주들과 투자된 자본주가 기업의 이익에 혈안되어 배당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인 현실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거리에서 동냥질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국내의 유수기업에는 이제 순수국내자본은 거의 없습니다. IMF구제금융하에서 이루어진 투자자유로 인하여
대부분의 국내기업은 이미 외국기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수입은 거의 대부분 해외자본주주에게
모두 배당으로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다음은 국내기업의 해외자본비율입니다.
국민은행 85%, 외환은행 74%, 하나은행 81%, 신한은행 64%, 부산은행 62%, 대구은행 65%, 우리은행 11%, 제일은행 100%, 시티은행 100%...
은행은 이미 우리 것이 아니군요.
삼성전자(이건희 주식지분 1.85%) 54%, 삼성전자(우) 82%, 삼성화재 54%, 삼성르노자동차 70%
삼성도 이제는 한국기업이 아니군요.
현대자동차 47%, 기아자동차 25%, SK(유공) 52%, S-Oil 51%, 현대오일뱅크 84(?)%, SKT 49%, KT 46%,
한국전력 74%, 포항제철 70%, LG전자 44%, LG필립스 55%, 하이닉스 21%, KT&G 61%
헐 우리인삼을 파는 담배인삼공사 KT&G도 이미 우리 것은 아니군요.
신세계 46%, 롯데쇼핑 25%, 현대백화점 46%, 현대중공업 19%, 현대산업개발 67%,
대림산업 61%, GS건설 47%, 현대건설 13%, 대우건설 9%, 금호건설 14%..
자료는 2006년도 것입니다. 지금은 더 심할지도 모릅니다.
당시에 해외자본에 대한 이익으로 빠져나간 돈이 무려 250억불이랍니다.
이런 것은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요?
행여 이런 것으로 인해 FTA가 잘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요?
미국과 멕시코간의 FTA인 NAFTA로 인하여 멕시코의 서민은 더 늘었으며 생활고와 실업난을 피해 불법으로 미국의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유명하죠.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인 "돈데보이"는 바로 울면서 국경을 넘는 난민의 아픔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본이 이미 점령한 사회....
그래서 어떤 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사회...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냥 앉아서 처분을 기다릴까요?
식량문제, 에너지문제 등 이미 우리턱 아래에 바로 와있는 문제들도 힘겨운데
우리삶을 유지시키는 시장과 우리내 경제시스템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본의 무차별한 침략에 무방비로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런 대세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미 자본에게 더 친숙하고 그들과 같은 동지가 되어버렸으며
대기업은 스스로 경쟁력있는 부분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 FTA체제에 대한 준비를 충실하게 해왔죠.
우리주변의 대부분이 생계를 매달고 있는 중소기업과 이름없는 매장에서는 이제 슬슬 문닫을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FTA...
딱 하나..우리에게 득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해외자본이 들여오게 되는 시스템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학력, 지연, 혈연에 대한 고리를 과감하게 혁파할 것입니다.
오로지 돈을 더 많이 벌어오는 능력에 의해 출세가 보장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현상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지만...반대로 잃어야 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모든 법보다 우선하는 FTA협정...
다시 새로운 FTA가 체결되면 이전의 FTA협정은 새로운 협정조항으로 대체되면서 갈 수록 우리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인가....스스로를 지킬 어떤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아무리 힘든 일리라도 말입니다.(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