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고 싶어합니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공로를 알아주지 않으면 몸시 서운해 합니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꼭 상대방을 이겨야 하고 나의 잘난 모습을 증명하고 싶어 합니다. 더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하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그러나 저기 땅바닥에 구르는 낙엽들은 인간들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갑니다. 나를 내세우는 삶이 아니라 남들을 위해 나를 양보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희생에 대해 오히려 즐거운 노래를 부릅니다. 사람들에게 맑고 신선한 공기로 건강을 지켜 주었으니 그걸로 족하다고 말합니다. 거친 비바람들을 견디며 애쓴 수고로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으니 이것으로 행복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고운 마음을 지녔기에 그 님께서 이파리가 나무를 떠나기 전, 잠시동안 이뿐 단풍 옷을 갈아입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요. 나무의 삶을 들여다 보면 그 모든 행위가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삶임을 알게 됩니다. 나무들의 희생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김 용택님은 <가을이 오면>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낙엽뿐만 아니라 꽃 또한 내가 누구보다 예쁘고 아름다우니 좀 더 이 자리에 있어야 하겠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벌과나비를 초대하는 자신의 임무가 완수되면 홀연히 눈꽃처럼 훨훨 날아 떨어집니다. 꽃과 낙엽들은 나무와 열매를 위해 수고를 하고서 때가 되면 말없이 길을 떠납니다. 낙엽은 알고 있습니다. 추위를 피해 단잠을 자고 있는 나비와 곤충들이 겨울 잠을 자기 위한 따뜻한 침대요, 생명의 보금 자리라는 것을.
낙엽은 새 생명으로 태어나기위해 썩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무분별한 탐욕이 낙엽의 가는 길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낙엽도 제대로 썩을 수 없는 세상 참으로 슬픈 현실입니다. 그 결과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 올지 두렵기만 합니다. 종착지가 어디일지 알지도 못하면서도 '어디로?' , '왜?'라고 묻지 않고 그저 가을 바람 따라 가는 낙엽이 저 보고도 따라 오라고 손짓 합니다. 잇님들도 올 가을엔 낙엽이 함 되어 보시지 않으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