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과 교사(17.12.12)

[멩이]

선생과 교사

아이러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교직에 나갔을 때 나는 선생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냥 교사라고 말했다. 내게 교사는 가르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나는 모순투성이의 자격 없는 사람이었다. 선생을 감히 감당할 수 없었다. 선생은 내게 지식이 아닌 인격과 삶에서 본받을 만한 사람을 의미했다. 그래서 감히 나를 선생이라 부르지 못했다. 한낱 직업으로서의 교사임을 괴로워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교사를 부인하고 선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가 인격과 삶에서 본받을 만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살아온 내 인생의 필연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무능과 오류로 점철된 삶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반쪽 거울이 됨직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겪는다는 것 자체가 과분한 선물이다.

한자어인 교사(敎師)와 선생(先生)은 각각 ‘가르치는 사람’과 ‘먼저 난 자’를 뜻한다. 나는 눈에 보이는 교사보다, 보이지 않는 가려진 그래서 잊혀지고 잃어버린 선생들을 그리워하였다. 그들을 새기기 위해서라도 선생에 합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발의 시간차로 앞뒤를 가리는 정도로 나를 주장할 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선생이고, 또 학생(學生)이다.

일찍이 교사 아니 교사였듯, 다시 선생 아닌 선생일 뿐이다.

왜냐면 결국 진짜 참 선생은 자기 안의 자기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자기의 선생이 되고 자기가 자기의 학생이 되는 것이다. 자기를 비추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선생이며 학생인 자의 삶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기 안의 선생이 눈뜨기를 바라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아니 학생이.

[임모르텔]

와~~ 강진이 이렇게 생겼구나! ^^ 눈이다 눈... 석양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