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3일 수요일 날씨 하늘이 너무 예쁜색인날.
주원초 놀잇길 그리는 날이다. 날씨를 예보하는데 춥다고 이야기한다. 어제까지 날씨는 따뜻했지만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뿌연 하늘만 본 것 같다. 임원연수에서 놀잇길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너무 힘든 작업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집에서 어떻게 하면 덜 춥게, 덜 힘들게 작업을 할지 고민했다. 날이 춥다하니 내복을 입고 옷을 겹겹이 껴입었다. 그리고 옷도 제일 후줄근한 옷을 찾는데, 버려도 되는 옷이 보이지 않아 애아빠 작업할 때 입는 옷을 입었다. 주원초에서 놀사선생님들을 만났다. 총감독님은 서울지부의 유림샘이다. 작업 반장님은 정옥샘이고. 멤버는 외부에서 도와주시러 오신 선옥샘과 태균샘, 그리고 놀사회원(순덕샘, 동우샘, 청옥샘, 덕희샘. 이정샘)이다.
정옥샘이 주신 핫팩을 허리와 등짝에 붙이며 잘 할 수 있을 꺼라 파이팅을 속으로 외쳤다. 사실 페인트를 칠해 본건 이사 오면서 문짝 칠해 본 게 다였다. 나름 곱게 자란 것 같다.
내가 그려야 하는 건 달팽이길. 깔깔샘과 중심점을 찍고 길이를 자로재서 분필로 찍고 둥글게 그리기로 했다. 한바퀴 두바퀴, 롤라선까지 그리고 일어서니 어지럽다. 신랑 작업복을 벗었다. 등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핫팩과 함께 등이 후끈후끈했다.
분필로 선을 그리고 그다음은 ‘부는 기계’로 바닥을 깨끗이 해야 한다고 한다. 기계를 윙~돌리니 분필가루가 함께 윙~하고 날아갔다. 이런,@#&%! 다시 분필을 들고 진하게 선을 칠했다. 달팽이길이 눈에 확 띤다. 그다음엔 착색 잘되게 칠을 해야 한다고 한다. 달팽이길 따라 롤러를 굴리니 선이 히끗히끗하게 보인다. 연한부분은 더 힘을 줘서 진하게 만들었다.
‘달팽이길과 깽깽이, 망줍기, 길따라 가위바위보’까지 네 개의 길을 에폭시까지 바르는 걸로 오전 작업을 끝냈다.
점심을 먹으러 수림공원으로 갔다. 배가 고팠다. 우거지갈비탕이 너무 맛났다. 배부르고 등따시니 의자 밑으로 자꾸 몸이 내려간다. 청옥샘이 힘들어 하시면 같이 우는 소리를 할까 했는데, 청옥샘은 힘들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달달한 커피한잔을 마시고 옷 위에 다시 작업복을 입었다. 파란색 위아래 작업복. 마스크. 옷에 달린 파란색 모자 까지 쓰고 장갑에 또 라텍스장갑까지, 지구를 구하러 온 사람들 같다.
우린 주안초등 아이들을 위해 한명이 흰색 페인트 통을 들고 롤러 팀이 먼저 선을 그리면, 뒤에서 붓을 들고 롤러가 칠하지 못한 부분을 세심하게 칠하는 작업을 했다. 바퀴달린 의자에 앉아 무릎을 세워 조금씩 이동하면서 칠을 했다.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회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무릎이야.’하신다. 시끄럽던 학교가 조용해졌다. 쉬는 시간 종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축구하던 아이들도, 작업하는 옆에서 춤 연습하고 노래하고, 게임하던 아이들도 없다. 시계를 보니 6시다.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늘 작업은 하얀색페인트 칠과,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이 들어가는 부분을 칠했다. 내일은 이곳이 어떻게 변할까 기대가 된다.
2019년 3월 14일 목요일 오늘도 햇살과 파란하늘이 보인 날.
어제 오늘 참으로 하늘이 예쁘다. 햇살에 비친 ‘달팽이와 쌩쌩이, 망줍기, 길따라가위바위보 길’이 더 생동감있어 보인다. 몸이 어제 같진 않지만 다시 아이들을 위해 파란색작업복을 아래위로 입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덮어 썼다. 나의 몸을 위해 허리와 무릎에 핫팩을 하나씩 붙였다. 이것이 나를 덜 힘들게 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오늘의 총감독님은 정옥샘 그리고 인숙샘, 영아샘, 순덕샘, 이정샘, 미진샘, 덕희샘 도오주시러오신 선옥샘이 멤버다.
아이들이 파란옷을 입고 있으니 스머프 같다고 한다. 뚱뚱보 스머프들이다. 정옥샘은 달팽이색을 만들고, 순덕샘과 선옥샘은 흰색페인트통과 붓을 들고 자리를 잡고 칠하신다. 이정샘은 빨강색을 들고 빨강이 필요한곳을 칠하셨다. 검정색은 미진샘과 나, 그리고 덕희샘과 인숙샘 영아샘은 달팽이를 칠하시기로 했다. 달팽이배가 넓기도 하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붓질을 하신다. 가끔 들려오는 바뀌 구르는 소리가 날뿐. 어제 만큼 이야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림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누가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업이 되었다.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이 나온다. “뭐하는 거예요?”“이거 달팽이 같아요” “언제 놀 수 있어요?” 한다. 화단 끝에 앉아서 쉬는 시간마다 나와 앉아서 쳐다보는 아이도 있다.“냄새나 저쪽 가서 놀아” 했더니“괜찮아요. 여기가 좋아요”한다. 우리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지나 보다.
아침에 좋던 볕도 구름에 가려 날이 흐려졌다.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운동장에 있던 모래가 날려 오지 않아 다행이다 했더니, 오후부터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종이가 날아가고, 모래가 날려 페인트칠위에 앉았다. 부분적으로 손이 가야 할 곳은 많은데 시간은 계속 간다.
반장님께서“그림을 넣고 싶은데 어떡하지?”걱정을 하셨다. “그리면 되지요”하며 도안을 들고 검은색 페인트를 찍어 한 번에 쓱쓱 그려나가는 인숙샘. 우리를 도우러온 천사 같다. 샘이 하트에 붓질을 하고나면 하트가 살아나고, 아이들을 그리고 옷을 입히니 생기가 돈다. 로봇은 에너지 만땅으로 지구를 한바퀴 돌고 올 기세다. 시계를 보니 6시다. 달팽이선에 테두리를 마무리했다. 너무 예뻣다. 쌩쌩이도 망줍기도 달팽이도 맘에 들었다.
그런데 애벌레가 맘에 걸린다. 내 마음에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중이였을 것 같다. 순덕샘이랑 영아샘이 애벌레의 테두리를 칠하자고 한다. “저걸 언제 칠해요?, 애벌레가 얼마나 긴데..”하니 “같이 칠하면 금방할 거야”란 말과 함께 검은색 페인트를 들고 가버리신다. 달팽이랑 비교했을 때 애벌레는 작업하다가 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머리와 꼬리에서 테두리를 칠하기로 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고 중간부분에서 샘들을 만났다. 반가웠다. 그리고 애벌레 칸도 예쁜색으로 칠했다. 애벌레를 끝내고 나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가버렸으면 뒤가 찜찜해 잠이 왔을까? 풀이 죽은 애벌레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 아이들과 놀 준비가 다 된 건강한 애벌레의 모습이다. 무릎이랑 어깨랑 허리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애벌레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놓았다.
우리아이들이 이렇게 놀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함께 놀면 행복해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