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의 연가( 戀歌)/문병란/낭송 김성한
어머니
이제 어디만큼 흐르고 있습니까
목마른 당신의 가슴을 보듬고
어느 세월의 언덕에서
몸부림치며 흘러온 역정
눈 감으면 두 팔 안으로
오늘도 핏빛 노을은 무너집니다.
삼남매 칠남매
마디마디 열리는 조롱박이
오늘은 모두 다 함박이 되었을까
모르게 감추어 놓은 눈물이
이다지도 융융히 흐르는 강
이만치 앉아서 바라보며
나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보셔요,어머니
나주벌 만큼이나 내려가서
3백리 역정 다시 뒤돌아보며
풍성한 언어로 가꾸던 어젯날
넉넉한 햇살 속에서
이마 묻고 울고 싶은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흐른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새끼 네명을 키우며
중년에 접어든 불혹의 가을
오늘은 당신 곁에 와서
귀에 익은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아직도 다하지 못한
남은 사연이 있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흐르는 강
누군가 소리쳐 부르고 싶은
이 간절한 마음은 무엇입니까.
목마른 정오의 언덕에 서서
내 가슴 가득히 채우고 싶은
무슨 커다란 슬픔이 있어
풀냄새 언덕에 서면
아직도 목메어 흐르는 강
나는 아득한 곳에서 회귀하는
내 청춘의 조각배를 봅니다.
이렇게 항상 흐르게 하고
이렇게 간절히 손을 흔들게 하는
어느 정오의 긴 언덕에 서서
어머니, 오늘은
꼭 한번 울고 싶은 슬픔이 있습니다.
꼭 한번 쏟고 싶은 진한 눈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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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김성한
경북 성주 출생.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 교수,영주우체국장 역임.
제2회 포항소재 문학상 우수상, 제9회 공무원 연금생활 수기 우수상 ,한비문학 가오상 수상.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가 협회 ,한국낭송문학협회, 한비문학회 회원.
수필집<민얼굴이 향내가 더난다>,<우정이는 행복 바이러스를 꿈꾼다>
첫댓글 김성한 회장님의 낭송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