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철엔 아침운동을 나갔다가 심근경색이나 뇌출혈을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 오는 사람이 늘어난다. 눈 덮인 산을 오르다 낙상 사고를 당하고 심한 경우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는 일도 벌어진다. 스키나 골프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기다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근육을 다치는 일은 다반사다. 그러나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기온에 따른 인체와 운동능력의 변화를 이해하고, 기온 변화 등의 돌발변수에 철저히 대비하면 운동 중 사고나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겨울철 야외 운동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삼성서울병원스포츠의학실 박원하 교수와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 조성연 원장의 도움말로 소개한다.
관절의 가동(稼動) 범위를 넓혀라
온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는 관절의 운동범위를 제한시킨다. 관절을 구성하는 건(腱), 인대, 근육 등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평소 타이거 우즈처럼 허리를 돌려 골프 스윙을 하는 사람도 겨울철엔 관절의 회전 범위가 좁아지는데, 이것을 모르고 평소처럼 힘차게 스윙하면 허리를 다치기 십상이다. 따라서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관절의 가동범위를 넓혀야 운동능력도 100% 발휘되고 부상도 예방할 수 있다. 스트레칭은 목이나 팔, 어깨 등을 길게 뻗거나 늘어뜨리는 정적인 동작이다. 학교나 군대에서 배운 도수체조와 혼동하여, 예를 들어 반동을 줘서 허리를 굽히거나, 목을 뱅글뱅글 돌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 동작 자체가 부상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목을 옆으로 돌려 손으로 가만히 누르거나, 굽혀지는 만큼만 허리를 굽혀서 그 자세를 5~30초 유지하는 것처럼 ‘조심스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땀이 날 정도로 실내서 준비운동
준비운동은 ‘안정’된 상태의 인체 조직을 ‘운동’ 상태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적. 이를 위해 근육과 관절의 온도를 높이고, 심장이나 폐 등을 운동상태에 대비시켜야 한다. 근육 등 조직의 온도가 올라가야 민첩성·유연성 등이 좋아지며, 부딪히거나 넘어져도 덜 다친다. 준비운동 강도는 몸에서 약간 땀이 날 정도가 적당하다. 영하의 온도에서 준비운동을 하면 체온이 쉽게 올라가지 않을 뿐 아니라 부상 위험도 있으므로 준비운동은 가능한 실내에서 하는 게 좋다.
옷을 겹쳐 입되 많이 입지 말아야
겨울철 운동의 핵심은 체온관리.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입는 게 훨씬 낫다. 그러나 옷을 너무 많이 입고 운동하면 몸은 빠르게 더워져서 땀이 나고, 운동 뒤 땀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쉽게 체온을 빼앗기므로 조심해야 한다. 같은 이유에서 땀복도 좋지 않다. 한편 체온은 대부분 목 윗부분을 통해 빼앗기므로 가급적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해야 한다. 손, 발, 코, 귀 등 말단 부위에는 피 공급이 크게 줄어 체온이 떨어지므로 장시간 운동시에는 적절히 보온해야 한다.
만성병 환자는 오후 운동이 좋아
고혈압 환자는 추위에 노출시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되고 심장부담이 증가돼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위험이 커진다.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 비만 환자도 이런 위험이 있다. 따라서 만성질환자는 가급적 오후에 운동하거나, 겨울 동안에만 실내에서 운동하는 게 좋다. 역기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쓰는 근육운동은 위험하므로 피해야 한다.
다른 계절보다 운동강도 낮춰야
겨울철엔 체온을 유지하는 데만도 10~15%의 에너지가 더 소비돼 운동을 하는 데 평소보다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운동 강도를 평소의 70~80% 수준으로 낮추는 게 좋다. 모처럼 스키장에 갔다고 욕심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스키 부상은 아침부터 스키를 타서 피로가 누적되는 오후 2~4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무리하게 산을 오르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에 얽매여서 매일 억지로 새벽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등산, 스키, 골프 도중 술 마시지 말라
추위에 언 몸을 녹인다며 눈 덮인 겨울산을 오르면서, 또는 스키장·골프장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술은 잠깐 동안 체온을 상승시킬 뿐 조금 지나면 이뇨(利尿)·발한(發汗) 작용으로 체온을 더 떨어뜨린다. 뿐만 아니라 술은 체력과 사고력, 판단력을 떨어뜨려 낙상이나 스키 부상의 원인이 되므로 절대 금물이다.
운동후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
운동을 마치면 땀이 식으면서 체온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상황이 허락된다면 재빨리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는 게 좋다. 여의치 않다면 여벌의 옷을 준비해서 평소보다 몸을 더 따뜻하게 해야 한다. 운동을 심하게 하면 면역력이 잠시 동안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건강]겨울운동 새벽엔 毒 오후엔 藥
추위로 몸이 잔뜩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이다. 건강에는 운동이 최고지만 겨울에는 운동을 지속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수영을 열심히 하던 사람도 물에 들어가기 싫어지고 달리기,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등도 눈과 추위로 빙판길이 되어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운동을 잘못했다가는 건강증진은커녕 뇌졸중, 협심증, 관절염 같은 병만 얻을 수도 있다. 긴 겨울동안 몸을 위해 안전하게 운동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꾸준한 운동 필요하다
겨울이 되면 추위로 인해 좁은 실내생활이 늘고 운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영양섭취에서도 제철음식으로 맛보던 신선한 야채, 곡류 등이 제한되어 체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4계절 중 운동이 가장 필요한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겨울에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현대인의 질병으로 불리는 심장병과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을 예방할 수 있고, 만병의 근원인 감기는 물론 면역력을 길러 큰 병을 예방할 수도 있다. 또 땀흘리고 난 후의 상쾌함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려 스트레스와 관련된 소화장애 등 기능성 질병과 우울증, 불안증의 예방 치료에도 그 효과가 탁월하다.
그러나 자칫 의욕만 앞세우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보면 오히려 운동 중 사고를 당하거나 부상이나 병을 키울 위험도 함께 갖고 있는 것이 겨울이다. 겨울 운동은 ‘잘하면 보약, 잘못하면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운동인구의 상당수가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인데, 이 연령대는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심혈관계나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겨울철 몸은 추위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려면 다른 계절보다 기상 후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회사나 업무의 일과시간이 한 시간씩 늦춰지는 것도 아니라서 어둡고 추운 이른 새벽에 운동을 하다 보면 뇌졸중, 협심증이 유발되는 경우도 흔히 있다. 전문의들은 “겨울철 운동은 급격한 온도차 등 환경요건과 자신의 체력에 맞춰 서서히 운동량을 늘려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겨울철 운동요령
무엇보다 새벽운동보다 저녁운동이 안전하다. 겨울이 되면 추위로부터 몸을 지키려는 몸의 생리적인 작용으로 인해 중풍이나 심장병이 더 잘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이 있는 사람, 나이가 40살이 넘어서 운동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은 겨울철 새벽운동은 가능하면 삼가고 저녁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안정천 교수는 “여름과 겨울 사이에는 5∼10㎜Hg의 혈압 차이가 있으며 가을에서 겨울에 걸친 한랭기에 혈압이 높아진다”며 “따라서 몸이 채 활성화되기 전 추운 바깥에서 운동을 하다보면 뇌졸중, 심근경색 등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겨울철 운동은 되도록이면 기온이 오른 낮시간이나 몸이 충분히 활성화된 저녁에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둘째,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2배로 하자. 겨울철 운동을 하다 보면 순환기계 질환 못지않게 흔히 발생하는 것이 발목이나 무릎, 허리 등 근골격계에 부상을 입는 경우다.
겨울에는 이미 활동량이 줄어 몸이 다른 계절과 달리 뻣뻣해지고, 운동하는 사람 대부분이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춥지않은 계절에는 준비운동, 마무리운동에 신경을 안 써도 큰 탈이 없을 수 있지만 겨울에는 이 두가지가 운동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운동 전후에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철저히 해줘야 근육과 인대가 유연해져 운동 중 부상을 막아주며, 본 운동 역시 약한 강도로부터 시작해 점차 강도를 올리다 마지막에는 다시 약한 강도로 돌아와 같은 시간만큼 해주는 것이 좋다.
셋째, 겨울에 맞는 방한용 운동복장을 갖추자. 운동 인구가 많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운동복장을 갖추지 않고 운동에 나서는 경우가 흔히 있다. 특히 겨울철 운동복장은 운동을 해야 하는 인체의 기능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보온관리를 철저히 해주는 것이어야 하며 노령층은 모자, 방한밴드 등으로 머리보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울러 장갑도 되도록 착용하도록 하고 그냥 두꺼운 옷을 입고 운동에 나서는 것보다 가볍고 땀을 잘 흡수하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것이 좋다. 젖은 운동복이나 장갑은 동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하고 운동 후에는 땀을 식게 하지 말고 빨리 목욕을 해주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 몸을 보호해야 한다.
넷째, 운동의 종류와 강도를 조절하자. 겨울에는 아무래도 체력도 저하되기 쉽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운동이나 강도 또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전에 야외에서 달리기를 즐겼다면 빠르게 걷기로 바꾼다든지 실내에서 러닝머신을 하는 쪽으로 바꿔본다. 그리고 여름에만 수영장을 찾지 말고 가장 좋은 유산소 운동이자 근골격계에 부담이 없는 수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겨울에 새롭게 운동을 시작한 사람은 평소에 하지 않던 운동을 만회라도 하듯이 무리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운동으로는 등산, 조깅, 빨리 걷기, 수영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바람직하다. 추워서 야외에 나가기 싫은 사람이라면 가정에서 조깅머신이나 헬스기구를 이용하거나, 간단하게 수건을 이용한 스트레칭, 맨손 줄넘기 등을 해보는 것도 좋다.
(도움말=서울아산병원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소장,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안정천교수, 재활의학과 강윤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