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old are you?
하 옥 산 장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이 셈법으로는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첫 날이면 누구든지 태어난 연, 월, 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평하게 한살씩 나이를 더 먹게 되는 '세는 나이' 개념 입니다.
'How old are you?'라는 미국식 영어 물음에는 우리 말의 '나이가 몇 살 입니까?의 영어식 표현입니다. 이 말에는 이미 만으로 몇 살 입니까?라는 '만 나이'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일테면, 12월31일 출산한 미국 엄마에게 다음 날인 1월1일 아이 나이를 물으면 '하루 됐다'고 합니다. 이 경우 우리나라가 쓰고 있는 '세는 나이'로 셈하면 '두 살 입니다'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의 모든 나라가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만이 '세는 나이' '만 나이' '연 나이' 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한국식 나이를 고집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태어나자마자 한 살로 출발해 해마다 새해 첫날 한 살씩 더 먹는 '세는 나이'를 전국민의 8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한편 태어난 날인 생일을 기준으로 해마다 한 살씩 더 먹는 '만 나이'는 형법.민법. 등 법률 관계, 공문서, 병원 처방이나 언론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태어난 해를 0살로 하되 해가 바뀔 떼마다 한 살씩 더하는 '연나이'는 두 방식의 절충인 셈인데, 병역법의 입영 영장 발부 등 주로 법 집행 편의를 위해 씁니다.
'세는 나이'는 중국에서 비롯돼 유교 문화권인 한국.일본.베트남 등에서 오랫동안 쓰였습니다. '세는 나이'의 기원으로 어머니 배 속의 아이도 사람으로 인정했다는 설, 한자 문화권엔 '0'개념이 없어 '1' 부터 시작했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제왕의 제위 첫해부터 기산하는 연호 셈법과 같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기원이 어찌 됐든 오늘날 '세는 나이'를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합니다.
중국에선 1960~70년대 문화대혁명 때 사라졌고 일본도 1902년 법을 제정하며 '세는 나이'를 버리고 '만 나이'를 정착시켰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나이 셈법을 바꾸자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만 '만 나이' 사용에 찬성하는 의견이 전국민의 70%가 넘는 다는 여론조사도 나왔습니다. '세는 나이'를 지지하는 응답은 15%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있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배우 윤여정의 여우 조연상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배우 오영수가 남우 조연상을 거머쥐고 K팝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나라가 '세는 나이' 관행 때문에 '코리안 에이지'라는 조롱 섞인 지적을 당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통일된 기준 없이 나이를 세 가지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서 오는 혼란과 사회적 비용도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도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방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하루속히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가적 차원에서 정리해야 할 과제임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