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빗물
抱山 곽대근
밀물처럼 하얀 등을 보이며
밀려오던 낯선 계절이
오늘은 호골산 중턱에 앉아
척박한 웃음 한 줌을 보이며
내성천을 바라보고 있다
한 해가 지나도 찾아오지 않던 사람이
수숫대 긴 허리에 빗물 흐르면
태어난 곳을 아는지
그리움이란 긴 옷을 입는다
만남은 낯설지 않고
서로 등을 돌리던 시간은
달무리 지지 않았는데
구져진 주머니 안에는
이미 낡아 버린 지폐 몇 장뿐이다
시간이 더 가면
내성천 빗물은 불어날까
아직은 바라볼 수 있는 모습들이
아름다워 보이고
잔잔한 웃음 하나가 둥근 원을 그리며
닿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시집 [간이역]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