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 詩의 향연
☐ 시작 메모
《한강문학》誌가 일취월장해서 나는 이 특집시 5편을 작심하고 써본다.
아직도 시詩를 옛날 서울 모던뽀이 기생 후리기 수기手旗처럼 휘날리고, 인생무상이나 주절대고 다니는 주루패[酒類派]가 있으므로 “현학적이라”느니, “난해하다”느니, 이 소리 저 소리 귓전으로 튕기듯 적어본 졸품拙品에 다름 아니다.
17세기 영국의 형이상학파시形而上學派詩(Metaphys Poetry Poetry) 리더인 존.단(J.Donn)의 이른바 구어체口語體, 또는 회화체會話體 시詩를 개척해 그 3백년 뒤 T.S.엘리어트가 그것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켜 현대 세계시의 현대화를 창출한 일은 아는 이는 다 아는 일이다.
저 구어체니 회화체니 하는 현대시의 기법은, 시의 표현(Rander)을 말[言語]로 이야기 하듯이(지껄이듯이) 적어놓는 문장 표기로써 완결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존.단의 경우,
이 벼룩을 좀 보시라! 이걸 보면 알거요.
당신이 날마다 하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이놈이 우선 날 빨더니, 당신을 빠는군.
이놈의 핏 속에서 우리 두 사람의 피가 섞였구려.
이것이 죄도 수치도 처녀성處女性의 상실도
아니라는 것을 당신은 잘 알거요.
그런데 이놈은 구혼求婚도 하지 않고 달려들어
두 사람의 피로 배를 채우고 있구려.
아니 이것은 우리가 하려는 것 몇 배 아닌가.
-라는 시 〈벼룩〉(The Flea) 부분만 보아도 그의 구어체, 회화체 시의 표현이 얼마나 설득력 있고, 생동하는 이미저리로 가득 차있는지 불여일견일 터이다. 그렇다고 벼룩이 하는 행동의 상징성, 그 행위의 정당한 윤리성을 인간의 그것에 비유한 비판적 주제의식이 어디 한군데 훼손되고 있는가. 오히려 그 긴요점의 전달은 여기의 구어체, 회화체 기법으로 더욱 알기 쉽게 독자들에게 회자될 수 있다 하겠다.
나의 졸품들로 되돌아와 본다. 하나하나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잘난 놈이든 못난 놈이든 내 자식들이니 비판만은 슬쩍 접어서 말하기도 싫다. 그런대로 독자 몫이다.
다 알아 들으시리라. 저 돈.단처럼 구어체, 회화체 기법의 유사체로 써봤으니까 말씀이다.
생중사生中死
생중사生中死,
나는 지금 밥 먹고 분糞 싸지르고
술 퍼마시는
생중사生中死가
무섭다거나
도피를 꿈꾸게 되는 게 싫어서
미당시未堂詩를 열심히 찾아서 읽는다
지금 그 분 있는 데가
사중생시死中生詩 아니냐… 생시生時(?!)
그 옛날 아내와 같이(생시 때였어…)
사당동舍堂洞에 주례 사은차 찾아뵐 때
어, 미륵보살님, 어서들 오시게…,
수화秀和, 자네는 미륵보살님과 해로일 터,
나도 그 때꺼정 끄떡없어, 우리 방方보살님도
미륵보살이거든(!) 흐흐흐흣(!)
그런데야 어찌
생중사生中死(죽음을 향해 살고 있는)
따위로 우환憂患을 삼으랴.
시詩가 써질 때면…
나는 시詩가 찾어오실라면,
(시詩가 쓰여질라면)
기쁘고 기뻐,
기쁘디 기뻐서
자꾸 내가
귀貴해지는 건
왜이냐(?!)
야, 인제
일흔 다섯,
상판上板 대기
일곱구멍 어디 하나
(눈, 귀, 코구멍, 입)
신통한 거 없나니,
돼지머린양 하늘 선녀仙女들
(아차차, 감히
귀천歸天을…)
간식꺼리가 된다손
하늘님께 삐치진 않을란다.
(염라대왕 졸아치들이겠지.
저 하늘 선녀仙女들이란,)
위무제시爲無題詩
성완종成完終,
이 세상 온갖 것
완결完結이 어딨나
죽는다 슬퍼말라,
돈 벌었다 기뻐 말라,
절창 한 마디 읊어 상 탔다 제 혼자 벌쭉거릴 거 없다고,
세상에 아무 것도 완종完終은 없다고,
지구도 언젠가는
돌고 돌다 멈출 것이니,
(염세주의 논리 아닌,
지구 물리학적 믿는 바도 아니건만…)
그 한 차례씩의
정지停止를 위하여
우리는 숨쉬는고야….
구어체시口語體詩 복습
자크 데리다가
작크 내리다로 보이고,
《문학과 성性》 계간지가
〈이념理念과 사랑〉을
특집으로 꾸미는데,
거기 나의 앙케이트
회답이 걸작으로 꼽혔은즉,
-나(85세, 老詩人)
“눈이 침침해서가 아니라
세상 꼴뵈기 싫어 야동 본다.
왜?
꼴뵈기 싫냐!?
내, 중늙은이 된
며느리가, 나
老시인이람서
야동 보는 늙다리영감이래서
꼴뵈기 싫은 거 그거요(!!)”
-였다. 은유법은
이래서 골통 두들기다가도
아스피린 먹은 듯,
아니 어째서 돌연히
미당의 석유石油 자신 듯
꽃 뱀 아니, 화사花蛇가
보고픈가 몰러라.
* 구어체口語體 시詩를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석란사 이수화 시인은 서구문학과 관련된 평론에
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화체가 섞인 이수화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이 시詩는! ‘5분 단막극’으로 만들면~ 재밌겠다!” 저절로 감탄이 새어나온다. 아울러 탄
탄한 문학이론은 ‘이수화 평론’의 정점이다. 탁월한 식견으로 풀어내는 평론과 맛있는 구어체
시는 프랑스 일품요리에 견줄 만큼 절창! 이다.
** 본고는 《한강문학》 3호에 게재했던 내용을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호 석란사石蘭史, 고려대 시분과 회장을 역임하고 동 대학 문화예술교우회 고문과 연세대 교육대학원 동창회 고문이며 미국 I.A.E.U 명예문학박사 임.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원임부이사장, 국제펜 한국본부 원임부이사장, 공초 숭모회 부회장(공초문학상 운영위원)과 서울시낭송클럽 대표, 미당시맥회 4대회장(시맥상 창설), 한국문학비평가협회 회장 및《한강문학》편집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