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조명한 제례법(祭禮法)
제법(祭法)이나, 제사상 진설(陳設)은 가가례(家家禮)라 하여, 각 지방의 관습(慣習)이나 풍속(風俗), 그리고 가문(家門)의 전통에 따라 약간씩 다른 방식과 방법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가정의례에 관한 책자 등에 수록된 제법 중, 제수진설법(제사상 차림)의 설명이나 그림 등을 보면 음양의 뜻에 부합되지 않게 표기된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것은 저자(著者) 자신이 음양의 이치를 정확히 간파하지 못하고 있거나, 또는 남의 책에서 이것저것을 모아 짜깁기를 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제례법(祭禮法)은 엄연히 음양의 법칙이 따랐으며, 이 법칙만 제대로 이해하면 제법(祭法)등, 제사상 진설은 실수가 없을 거라 봅니다.
예로부터 내려온 제사상 진설에는 남좌여우(男左女右), 좌상우하(左上右下), 좌동우서(左東右西), 조율시이(棗栗枾梨), 홍동백서(紅東白西), 생동숙서(生東熟西), 좌포우혜(左脯右醯), 어동육서(魚東肉西), 두동미서(頭東尾西), 건좌습우(乾左濕右), 접동잔서(접東盞西), 좌반우갱(左飯右羹) 등 사자성어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이 성어는 모두 음양의 법칙에 의한 것인데, 산 사람이 제상을 바라보는 위치를 기준한 것입니다. 즉, 제상을 바라보고 좌측은 남자가 , 우측에는 여자가 서며, 또 좌측을 동쪽, 우측이면 서쪽이 되는 것은 산 사람을 기준으로 북좌 남향으로 진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먼저 음양을 좀더 알아야 위의 성어들과 음양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陰)은 정(靜)으로, 움직임이 없고, 약하고, 서늘하고, 냉하고, 작고, 적고, 연하고, 젖은 것, 흰색, 검정색, 땅(산) 등이며
양(陽)은 동(動)으로, 움직임이 있고, 강하고, 따듯하고, 뜨겁고, 크고, 많고, 억세고, 마른 것, 붉은색 푸른색, 물(바다) 등입니다.
모든 물체(죽은 사람 포함)의 음양(陰陽)기준은 사람이 앞을 바라보고, 왼쪽을 양(陽), 오른쪽을 음(陰)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상의 묘소를 쌍분(雙墳)이나 합폄(合폄)할 때도 사람이 묘를 바라보았을 때, 왼쪽은 남자, 오른쪽이 여자의 자리가 됩니다. 제사를 모실 때에 부부간의 지방(紙榜)도 사람이 제상을 바라보고 왼쪽은 남자, 오른쪽이 여자의 위치가 됩니다. 사람은 생전에는 남좌여우(男左女右)가 되어 부부의 잠자리나, 모든 일상생활 등에 적응하면서 살지만, 죽으면 음(陰)이 우선하는 남우여좌(男右女左)로 바뀌면서 제상의 국그릇과 밥그릇의 위치까지 산 사람과 반대로 적응하는 것 입니다.
우리는 풍수의 포태법(胞胎法)에서 시계가 돌아가는 방향, 즉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것을 순행(順行)이라 하고, 그와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도는 것을 역행(逆行)이라고 배웠습니다.
우리의 인간사는 대부분 시계의 방향처럼 순행하는 이치 속에서 살고 있지만, 태풍(颱風)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역행하며, 싱크대 물도 역행하여 하수구로 빠져 나갑니다.
경상좌도 경상우도라는 말 들어 보셨죠, 낙동강은 북에서 남쪽의 부산을 향해 흐르는 북출동류(北出東流)를 하는데,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바라보고, 경상좌도는 영천 대구 청도 경주 등 낙동강의 동쪽으로 낙동정맥 지역을 말하고, 경상우도는 구미 상주 성주 고령 등 낙동강 서쪽으로, 백두대간의 정기가 흐르는 지역을 그렇게 부릅니다. 즉 하천의 좌안(左岸), 우안(右岸)의 구분도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바라 보고 왼쪽이면 좌안(左岸), 오른쪽이면 우안(右岸)이라 하는 것입니다.
또한 공공기관 등의 정문(正門)에 달린 현판도 앞에서 바라보아, 왼쪽기둥에 "00구청" 이란 현판을 부착하는데, 만약 구청 안에 구 의회가 있다면 우측기둥에 "00구의회" 란 현판을 겁니다. 즉 건물 주인의 위치는 무조건 앞을 보았을 때, 왼쪽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좌상우하(左上右下)라 하여,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서열상 위기 때문에, 임금이 신하들을 바라보고, 좌의정은 임금의 왼쪽, 우의정은 오른쪽으로 서게 됩니다. 또 문관(文官)은 임금의 왼쪽, 무관(武官)은 임금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으며,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원수를 접견할 때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왼쪽(보는 사람기준으로는 대통령이 오른쪽)으로 앉거나, 서는 것이고, 외국원수는 대통령의 오른쪽으로 동선을 잡습니다.
그리고 찬물과 뜨거운 물이 나오는 냉온수기나, 정수기도 사람이 아닌 물체이기 때문에 사람이 물체를 바라보고 , 왼쪽은 양(陽)으로 따뜻한 물이 나오고, 오른쪽은 음(陰)이 되어 찬물(사람기준)이 나오도록 설계되었으며. 남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중화장실도 사람이 화장실을 바라보고, 왼쪽은 남자용, 오른쪽은 여자화장실을 배치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사람은 숨을 쉬고 살아가기 때문에, 양(陽)에 속하고, 죽은 자는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음(陰)이 되어, 사람이 사는 집을 양택이라 하고, 죽은자의 집을 음택이라 합니다.
양(陽)은 양(陽)을 우선하고, 음(陰)은 음을 우선하는 것이 음양(陰陽)의 법도이기에, 제례의 경우도, 산 사람이 신이나 조상 등에게 예를 갖추는 것이 되어, 산 사람을 기준으로 젯상을 차리는 것입니다.
좌상우하(左上右下), 곧 제상에서 제일 윗분의 자리는 사람이 제상을 바라보고, 좌측을 상석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진설할 때도 좌측에서 우측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것은 죽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우상좌하(右上左下)가 되는 것입니다.
차례상이나 제상에서 제주(祭酒)를 올릴 때도 서열이 위인 좌측의 조상부터 시작하며, 그 절차는 제주(祭主)가 들고 있는 잔에 집사가 술을 부으면 제주는 제상 앞의 향로(香爐)위에서 ‘시계반대방향’ 으로 3회 회전한 다음 제상에 잔을 올리는 것이 음양의 법도에 맞는 제법(祭法)이라 하겠습니다. 좌측으로 돌리는 것은 산 사람의 위치에서 양(陽)의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3회 회전하는 것은 '3' 이란 숫자는 천, 지, 인 삼재(三才)에서 유래된 것으로, 위는 하늘, 아래는 땅, 그 중간은 사람으로 채워지는 것을 상징하는데, 즉, 상중하(上中下) 모두를 완성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과일, 나물, 탕 적 등을 진설할 때도 음수(陰數)의 가지수를 피하고, 1, 3, 5, 7, 9 등의 양수(陽數)를 취하는 것도, 역시 살아있는 사람을 기준하기 때문에 양(陽)의 숫자로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