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葆光의 수요 시 산책 2)
伏日 詩契吟(복일 시계음)
原南水北接芳隣(원남수북접방린)
物外相看意中人(물외산간의중인)
浹月停盃知善病(협월정배지선병)
環床共飯爲均親(환상공반위균친)
雨久農談愆地利(우구농담건지리)
風淸草笛見天眞(풍청초적견천진)
若逢佳節無佳飮(약봉가절무가음)
慚愧男兒頭上巾(참괴남아두상건)
- 石谷 李圭晙(석곡 이규준 1855~1923) 『石谷散稿(석곡산고)』
복날, 시 모임에서 읊다
들판 남쪽 강 북쪽, 좋은 이웃 연접하여
욕심 버리고 서로 보니 마음 맞는 사람이네
한 달 동안 술 끊으니 병에 자주 걸리고
둘러앉아 밥 먹으니 모두 친한 사람일세
오랜 비에 농사 얘기, 지리(地利)를 탓하고
맑은 바람 풀피리 소리에 천진한 모습 보네
좋은 철 만났는데 즐거운 술자리 없으면
사나이 머리 위 두건에 부끄럽겠지
- 권오민ㆍ남성우ㆍ김진경 역, 한의학고전DB(mediclassics.kr),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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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초복이었습니다. 가장 더운 여름 절기인 삼복 중 첫 복입니다. 복날에는 예로부터 몸을 보신하는 음식으로 개장, 삼계탕, 추어탕 등을 먹었다고 합니다. 보신 외에 질병 예방 차원에서 동지에만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 팥죽을 먹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팥죽 얘기를 하니까 옆지기가 “이 더운 여름에 사흘이나 걸려 빚는 팥죽을 한다고, 팥빙수나 먹지” 하네요. 이건 지난주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제 냉면을 먹었습니다. 냉면을 먹고 자리를 옮겨 뒷담화 시간을 한참 가졌습니다. 네 명이었는데 두 명은 어제 처음 만난 이들이었습니다. 오늘의 시로 유학자이자 근대 한의학의 선구자이신 우리 포항의 석곡 이규준 선생이 지은 ‘복날’ 관련 시를 소개합니다. 석곡 선생이 지은 『石谷散稿(석곡산고)』에 실린 시입니다. 선생은 이날 시회를 했다고 하네요. 술 한 잔 함께 나누며 시를 읊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어제는 오후에 한 번, 저녁 무렵에 또 한 번 게릴라성 소나기가 천둥, 번개, 바람과 함께 들이쳐서 정신을 쏙 빼놓았지요. 더위도 잘 이기시고 언제 닥칠지 예상할 수 없는 재해도 안전하게 넘기는 여름 되시기를 빕니다. (20230712)
첫댓글 북에는 동무 이제마, 남에는 석곡 이규준이라 했지요! 한말 한의학의 양 대가이고, 그 중 한 분이 포항의 석곡 선생이었습니다. 포항 공항 옆 동해면 도서관 이름이 '석곡도서관'입니다.
지금도 전국의 한의학도들이 석곡 선생 묘소를 참배한다지요. 열행에서도 석곡 묘소 참배 한 번 하면 좋겠습니다. 보광님, 석곡 선생의 복날 시 소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