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할 수 없다(2023) / 김민홍 제6시집(1)
김민홍 제6시집
설명할 수 없다
자서
여섯 번째 시집을 묶는다.
그동안 여기저기 발표했던 시편들과
일기처럼 써온 미발표 시편들을 무작위로 골라
퇴고해보지만, 신통치 않다.
다만, 허접하지만 쉬지 않고 써왔으므로
후회는 없다.
2023년 여름
김민홍
한양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1년 현대문학 추천
시집 <물고기기 되는 기쁨(1994년)>
<그래도 나는 악기가 될래(1997년)>
<편견 혹은 농담처럼(2004년)>
<손목시계(2009년)>
<김쓸생(2015년)>
김민홍시 김광석작곡 음반 <까닭(2021년)> 발표
한국문협.국제펜클럽. 시분과
<계간문학> 이사
휴대폰 010 3770 5306
주소 서울 도봉구 우이천로 367
북한산 코로롱 하늘채 아파트 102동 903호
차례
1.詩를 쓴다는 건
2.환청 幻聽
3.아주 오래된 영화
4.설명할 수 없다
5.그러함에도 불구하고
6. 목포의 눈물
7. 일치점
8. 내공의 비밀
9. 입산한 이유
10. 하산한 이유
11. 사람들은 그를 예술가 불렀다
12. 소통전문가
13. 말뚝
14. 우리는 그날
15. 혜화역에서
16. 티파니에서 아침을
17. 양미리
18. 그 눈빛 1
19. 특별시민
20. 틈만 나면
21. 詩, 혹은 시간, 아니면 골목
22. 메타포
23. 설렁탕과 칼국수
24. 생의 오후
25. 횡성호 3월
26. 고질병
27. 절망이 벤치에 앉아 있다
28. 이상할 일 없는
29. 아무리 뒤져봐도
30. 소문대로
31. 축복 아니겠어?
32. 외래어
33. 그러고 보니
34. 마음이 없구나
35. 라이브 카페
36. 저물녘
37. 접촉 불량
38. 짬뽕 한 그릇
39. 반장 선거
40. 미아역에서
41. 음악회
42. 민망하다
43. 나는 여기에 있다
44. 나도 모른다
45. 바람이 분다
46. ‘텅 빈’이란 말을 좋아했지
47. 치매
48. 김민홍 시에 대한 분석
49. 어디가 나가는 길이더라
50. 피뢰침
51. 민들레 2
52. 예쁜 詩
53. 외로움에 대해
54. 까스명수
55. 수신거부
56. 부재不在에 대하여 1
57. 부재不在에 대하여 2
58. 부재不在에 대하여 3
59. 편지 한 장
60. 가을 숲에서
61. 오토바이
62. 금세 죽진 않겠다고
63. 당신은 또
64. 동물의 왕국
65. 어제밤 꿈에
66. 베케트의 방
67. 목욕탕에서
68. 지나간다
69. 고양이
70. 흘러간 노래 1
71. 흘러간 노래 2
72. 시들헤진다는 것
73. 냉소(冷笑)
74. 말쟁이
75. 통화
76. 내상(內傷)
77. 인물의 성격
78. 부칠 수 없는 편지
79. 어디에서든
80. 전철에서
81. 내가 읽은 것은
82. 詩는 시
83. 봄 2022
84. 미열
85. 성형수술
86. 오타
87. 그 눈빛 2
88. 소문
89. 다행이다
90. 위태롭다
91. 지금은 없다
92. 대전블루스
93. 종이비행기
94. 마술
95. 너무 집에만 머물면
96. 폐업정리
97. 시인이란
98. 투명한 얼음
99. 대부분 내 관객들은 취객이었다
100. 봉투 두 장
101. 병상에서
102. 이 시대와 지난 시대의 경계를 허무는 시인 / 유한근
1. 詩를 쓴다는 건
- 在美 록커rocker 마이클에게
詩를 쓴다는 건
인생을 단어 속에 묻어둔다는 것*
시간을 낱말 속에 밀어 넣는다는 것이지
마치 압축공기처럼
튀어 오르거나 혹은 파열해서
가장 순수한 생만
추려내고 싶다는 것이지
시를 쓴다는 건
시를 쓰고 싶다는 것,
위로하고 이해받고 싶다는 것이지
그래, 시를 쓴다는 건
아직 살고 싶다는 독백이야
노래한다는 건
그대들 속으로 스미고 싶다는 것,
외로움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것이지
그동안 얼만큼 외로웠는지
혹은 기뻤는지
순간순간 지나가겠지만
함께였다는 기억은 남는 것
비록 내 노래가
그대에게 닿지 못하더라도
나는
노래하고 싶다는 것이지
그래, 노래한다는 건
아직 생을 사랑한다는 것이지
* 포루투갈 시인 아스팡카의 산문에서 인용
2. 환청 幻聽
싫은 일이나
좋은 일이나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께요
막 태어난 아기의 첫 울음소리가
이렇게 들렸다
아니야, 하고 싶은 일만 골라 하며
무상한 생
씩씩하게 살아내거라
라고 나는 속으로 웅얼거렸다.
3. 아주 오래된 영화
아주 오래된 영화 한 편을 보았어.
내가 채 열 살도 되지 않았을 때
나왔던 영국영화
하지만 이미 그때부터
내 속에 숨어 살고 있었을 것 같은
아주 음울한 영화
한 나비 수집가의 여성 편집증에 관한
끔찍한 보고서를 읽었어
새벽 두 시였어.
대낮 도심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무참하게 살해한 여자에게
개인적 원한은 없었다고
담담한 어조로 인터뷰를 하던
2016년, 마스크를 쓴 청년에 대한 영화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내 나이쯤 되어 보고 있는 것 같은,
아주 오래되고 음울한 영화 한 편을 보았어.
4. 설명할 수 없다
사십여 년 시와 시론을 써온
저명한 시인이자 교수가
어느 날 <금강경>을 만나고
살아가는 행위만 있을 뿐
삶은 지워졌다고 읽혀진 까닭을
나는 설명할 수 없다
오늘 차마 생을 놓을 순 없고
그를 흉내 내서
마음만 내려놓는다고 쓰고 나니
내 속의 얼굴 없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마음이 물건인가?
내려놓게?'
나는 끝내 내려놓음과 포기와의 차이를
내 속의 소리에게 설명할 수도
물어볼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