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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사과
저자 최인
분류 장편소설
판형 국판 148x210mm
쪽수 288p
두께 12mm
제본 무선제본
발행처 도서출판 글여울
발행일 2023년 8월 20일
ISBN 979-11-982885-1-6
정가 15,000원
홈페이지 www.glyeoul.com
● 목차
제1부 목적적인 그리고 수단적인
제2부 자유의 로맨틱한 죽음
● 책 소개
“네 피를 맛보고 싶을 뿐이야..”
소설의 끝에서 하나가 되는 두 개의 소설
두 주인공의 잔인함의 끝은 어디인가
주인공 표기(35세)는 북한 김일성대 문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이다. 북한에서 소설을 쓰던 표기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없다는 걸 느끼고 남한으로 탈주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면 할수록 자신이 이상해져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차츰 소외되고 낯설어지고, 기형화되어 간다는 사실에 몸부림친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혐오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끼게 된다.
표기는 자신이 목적하는 대로 소설을 쓰고는 있지만, 남쪽 출판사들은 하나같이 그의 글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고루하다며 출판을 거절한다. 결국 파격적인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표기는 신작 집필에 들어간다. 그가 집필을 시작한 소설은 <블러드 서킹>을 하는 내용이다. 즉 평범한 샐러리맨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피를 먹는다는 줄거리다. <블러드 서킹>을 중간쯤 썼을 때 표기는 난관에 부딪친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상황을 제대로 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표기는 사람의 피를 직접맛보기로 하고 대상을 찾아 나선다.
● 책 속으로
p77
'네 피를 맛보고 싶을 뿐이야. 성폭행 같은 건 추호도 생각 없어.'
p17
불시에 나눈 키스는 약간 무덤덤한 것이었다. 다만 그녀의 피맛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그녀의 피맛은 상큼하면서도 달콤했다. 그는 그 달콤함을 찾아 더욱 세게 입술을 빨았다. 순간 그녀가 억제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p20
<블러드 서킹>도 초반을 지나 중반부로 접어들었다. 소설이 진행될수록 마음은 점점 더 답답해져 갔다. 샐러리맨이 흡혈하는 당위성을 찾지 못해서였다. 주인공이 단순히 사람을 공격해 피를 빤다면 호러노블이나 마찬가지였다.
p23
그는 털도 안 난 새끼를 손에 든 채 노려보았다. '피맛을 보디 않고서리 소설을 제대루 쓸 수 없지비.' 마음 한쪽에서는 어서 피맛을 보라고 부추겼다. 마음 한쪽에서는 새끼를 죽이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새끼의 목에 이빨을 가져갔다.
p26
“우리 서로 필요한 것을 취하면 어떨까요?”
“서로 필요한 것을… 말입니까?”
“네, 키즈님은 키즈님이 필요한 것을, 저는 제가 필요한 것을요.”
“전 필요한 게 없습니다. 그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나왔을 뿐이죠.”
그녀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키즈님은 지금 흡혈귀 소설을 쓰고 있잖아요. 작품을 완성시키려면 피맛을 알아야 할 거예요.”
“그건… 그렇죠.”
“그러니까 하는 얘기예요.”
p37
불테리어가 집에 들어오자 일상이 변했다. 늦잠에서 식사, 글쓰기, 청소, 산책 시간까지 바꿔야 되었다. 그는 갑자기 뒤바뀐 일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새 식구를 위해 차츰 습관을 고쳐 나갔다. 일주일 후 불테리어의 몸에 윤기가 돌았다. 식욕도 왕성해져서 못 먹는 것이 없었다. 그는 불테리어에게 <자자> 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녀석이 잠을 자지 않고 먹기만 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p56
“씨피엘 주사기 구해왔어?”
“여기 가져왔어.”
그는 1cc 25g용 주사기 세트를 꺼냈다. 보츠가 주사기를 잡아채더니 포장을 뜯었다.
“우리집에도 있지만 이게 더 낫네.”
“주사기는 무엇에 쓸 거지?”
“이걸로 아저씨 피를 뽑을 거야.”
“내 피를?”
보츠가 놀랐느냐는 듯이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어깨를 폈다.
“아, 아니… 그냥 좀 어색해서.”
보츠가 주사기에 니들을 꽂고 명령조로 말했다.
“팔을 걷어.”
p69
알즈가 그를 데려간 곳은 40층짜리 케이브빌딩이었다. 케이브빌70딩은 특이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건물 입구와 복도, 홀, 룸까지 모두 동굴 구조였다. 동굴은 미로처럼 끝도 없이 이어지고 갈라지고 꺾이고 굽이쳤다. 천정에는 박쥐 모양의 오색 SED조명등이 매달려 있었다. 그는 박쥐 조명등이 줄줄이 달린 동굴을 따라 걸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부륩니까?”
“박쥐를 숭배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죠.”
p76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오직 인간이 만든 소사이어티로 인해서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만든 제도와 규칙이 이제 인간의 목을 조르고 있다. 경쟁과 속도와 집단적이기에 내몰린 인간은 이성은 물론이고 본성까지 잃어버렸다. 현대인인 우리는 인간이 만든 도시 속에서 천천히 짐승이 되어 가고 있다.'
p89
“어때? 같이 놀지 않을래?”
“난 어린애들하고 놀지 않아.”
단발머리가 그를 훑어보았다.
“이 아저씨 보기보단 순진한 것 같은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잡아먹지 않을 테니까 따라와.”
“이것들이 정말?”
그는 화가 난 척 소리쳤다. 짧은치마가 옆구리를 꾹 찔렀다.
“거 봐, 호기심이 당기면서.”
“호기심? 내가 그런 것 같아?”
“얼굴에 호기심이라고 써 있는데, 뭘.”
여자애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거렸다. 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여자애들을 쳐다보았다. 짧은치마가 손가락을 까딱 하고 돌아섰다.
“따라와.”
p101
“헌데 닌간의 피가 이토록 맛있는 줄은 꿈에두 몰랐다. 살갔다고 발버둥치는 닌간일수록 더 맛있고 흥분된다니께. 먹으믄 먹을수록 달착지근해지구 말이디.”
p128
상상력은 이념으로 굳어 있고, 내용은 계몽적이고, 주제는 교육적이었다. 또한 단어는 구식이고, 문장은 북한식이고, 구성과 전개는 고리타분했다. 단 하나 있다면 빗발치는 총알세례를 받으며 JSA를 뚫고 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p131
남조는 모델의 목에 깊은 이빨자국을 남겼다. 이빨자국을 본 경찰은 '소녀를 공격한 자와 동일범이라.'고 결론지었다. 모델은 경찰서에서 '늑대를 닮은 동물이라.'고 진술했다. 또 '사람이라면 목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리가 없다.'고 진저리를 쳤다. 경찰은 모델의 진술에 따라 몽타주를 만들었다. 경찰이 제작한 몽타주는 붉은 털이 수북한 늑대였다. 그는 경찰이 작성한 몽타주를 인쇄를 해두었다. 남조가 모델을 습격한 건 그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p140
“네레 지금 내 목을 물어뜯은 거이가?”
그는 손을 들어 왼쪽 목 부위를 더듬었다. 목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피를 조금 찍어 맛을 보았다. 피맛은 약간 찝찌름하고 시큼했다.
p149
알즈는 「신입 고라 한 명과 릴라 두 명이 들어왔습니다. 모두 환영해 주세요」 하고 썼다. 알즈의 글을 본 신입 고라가 새비지 캐리커처를 올렸다.
「크루 26살, 프로그래머입니다. 24시간 피티 가능합니다」
크루에 이에 신입 릴라가 케로로 이모티콘을 띄웠다.
「전 티라예요, 올해 20살」
「저는 히체 22살」
즉시 로스, 보츠, 미치, 페시, 스네, 키토가 반응했다.
「늑대의 사과 가족이 된 걸 축하합니다」
p178
어떤 사람은 엉덩이를 흔들면서 노동무를 추었다. 한 무리는 둥근 제단을 돌며 주술요를 불렀다. 또 다른 사람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껑충껑충 뛰었다. 그들의 노래와 율동은 원시인의 것처럼 힘이 넘쳤다. 미소가 벗은 몸에 가운을 걸치면서 속삭였다.
“매년 칠월 그믐날 사람의 피를 뽑아서 바치는 의식을 해요. 한해를 자유롭고 풍족하게 지낼 수 있도록 비는 카니발이죠. 거기에 키즈님의 피가 필요한 거예요.”
그는 겨우겨우 단어를 만들었다.
“왜 하필… 사람의 피를… 바치는 겁니까?”
“이것도 다 원시인들이 하던 것을 흉내낸 거예요. 사업 성공과 승진, 출세, 권력, 명예, 자유를 기원하는 뜻에서죠.”
“그럼 내가… 사냥… 대상이었어요?”
p211
그는 키토를 따라 고글, 헤드세트, 장갑, 특수복을 착용했다. 장비를 갖추자 우주인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키토가 버추얼 리얼리티 장비를 점검하면서 덧붙였다.
“충격적인 장면 속으로 들어가도 놀라지 마세요. 모든 것은 가상현실일 뿐이니까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어디까지나 이건 버추얼 리얼리티지.”
“키즈님은 어떤 체험을 원하세요? 전쟁? 사랑? 살인? 흡혈?”
p211
키토가 <진행>을 터치하자 커다란 화이트 베드가 나타났다. 베드 주변은 3D영상들로 채워져 있고, 3차원뮤직이 흘렀다. 잠시 후 3D영상이 블랙홀처럼 빠르게 돌았다. 그는 GO4D VR고글을 꾹 눌러 쓰고 눈을 감았다. 키토의 목소리가 멀리서 환청처럼 들려왔다.
'천천히 가상현실 속으로 감정이입을 시켜 보세요.‘
p219
임상심리학자는 '뱀파이어의 특징은 창백한 얼굴, 날카로운 송곳니, 길고 흉측한 손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뱀파이어족은 누군가의 피를 마셔야만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인간들이라.'고 덧붙였다. 사회가 욕망화, 경쟁화, 소비화, 폭력화, 기형화 되어 가면서 인간들은 자신도 모르게 남의 피를 맛보는 상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p245
흡혈귀는 현장에 장미꽃 한 송이를 던져 놓았다. 다 부서진 십자가에 피를 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부관리는 '흡혈귀가 사법권과 종교권에 도전했다.'고 떠들었다. 누리꾼들은 '고등법원 판사가 피를 빨릴 만한 인사라.'고 악플을 달았다. 그 이유는 '걸핏하면 정치적이면서도 감정적인 판결을 한다.'는 거였다.
p252
블로거들은 <N>이 희생된 사람의 숫자 9라고 해석했다. 한 검사는 <N>이 수사기관을 현혹시키는 술책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검사는 <N>이 'nothing, 즉 아무것도 아니다'를 뜻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어떤 유저는 <N>이 neck(목)을 지칭하는 단어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nail(손톱), need(필요), needle(바늘), neighbor(이웃), nest(둥지), 심지어 전쟁과 수호의 여신인 네이트(Neith)라고 풀이했다.
p256
그가 얼떨떨한 표정을 짓자 크루가 RGB모니터를 건드렸다. 그와 함께 여자의 얼굴과 나신이 주르룩 떴다. RGB모니터에 나타난 20여 명의 여자들은 모델 뺨치게 늘씬하고 아름다웠다. 크루가 얼굴과 몸매, 나신이 배열된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십시오.”
“이 여자들 중에서요?”
“네, 마음에 드는 여자를 터치해 보세요.”
그는 클레이 모레츠처럼 생긴 여자를 꾹 눌렀다. 그 순간 화면이 턴하면서 나이, 신체조건, 바디사이즈 등이 떴다. 그가 고른 여자는 23세이고, 168cm, 48kg, ab형이었다. 바디사이즈는 황금비인 35 - 23.5 - 36.5인치였다. 크루가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를 RGB모니터에 댔다. 그 순간 옆쪽에 달린 문이 스르륵 열렸다. 문이 열리자 모니터 속에 있던 여자가 걸어 나왔다.
p276
그는 남조의 가슴에 권총을 세 발 쏘았다. 그런 다음 시신을 수습해 동굴 깊숙이 묻었다. 남조가 남긴 유품은 모두 거두어 불태웠다. 다만 NIS에서 사용하는 외장하드와 늑대가면, 38구경 권총, 실탄, 드라큘라이빨은 챙겼다.
● 출판사 서평
소설의 주인공은 자유로운 삶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행위의 끝까지 치달아 간다. 그것이 이성을 상실하고 감정을 잃고 지성과 오성을 벗어 던지는 일이라도 상관이 없다. 주인공의 이같은 행위는 소설의 시작과 함께 이행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극단적이 된다. 인간은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위해 일하고 움직이고 경쟁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데 모든 것을 바친다. 그것이 짐승이 되고 악마가 되고 길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본래 최인 작가의 소설은 인문학적이면서 철학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을 보면 그것은 더욱 명확해진다.
첫 번째 장편인 <문명, 그 화려한 역설>은 인문학적이고 종교적이고 문명적인 요소를 갖춘 소설이다. 두 번째 장편 <도피와 회귀>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학적 문체로 쓰여지고, 철학적 이해를 요구하는 작품이다. 세 번째 장편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는 선과 악, 신과 천사, 악마의 이야기이며, 인간이 갖추어야 할 이성과 오성과 명성이 무엇인지 묻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품는 동시에 줄거리를 끌어가는 스피디한 문체, 신선하고 유쾌한 발상으로 이어지는 대화체, 세분화된 챕터 형식의 구성은 쉴 틈 없이 책장을 넘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제 의식이 뛰어나면서 재밌는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은 단언컨대 흔치 않다.
이에 반해 <늑대의 사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재미만을 위해서 전개되고 진행되어 간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날카로운 묘사와 섬뜩한 장면, 자극적인 요소가 이것을 말해 준다. 소설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소설을 읽고 나면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이 소설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소설 속에 소설이 있다는 점이다. 즉 <늑대의 사과>라는 작품 속에 다른 소설이 동시에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소설은 결국 끝부분에서 하나가 된다.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두 가지 부분에서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 하나는 인간이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는가와, 또 하나는 인간의 내면에, 우리의 내면에 주인공과 같은 악마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자문이다. 결국 소설은 독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는 데 성공한 셈이 된다. 위와 같은 궁금증을 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면 된다.
● 판매처
교보문고|알라딘|예스24|인터파크|글여울 홈페이지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작가님... 제목부터 확 끌립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급히 다녀갑니다...저는 요즘 웹소설을 쓰는 중입니다... 늘 건강 잘 챙시기며 집필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