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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자 원죄없는 잉태의 성 요한 세례자의 저서
2권
제5장 『발데페냐스 Valdepeñas』에 온 개혁
머릿말
삼위일체 수도회는 16세기 말 원죄없는 잉태의 성 요한 세례자를 통하여 개혁을 이루게 됩니다. 최초의 수도회 영성으로 돌아가는 여정의 순간들을 기록한 이 글은 개혁자 성인께서 쓰신 자필 저서에 있는 내용들을 한글로 최대한 번역하여서 올립니다.
중세시대의 스페인의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기에 많은 부분 현대 사회의 생활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글을 읽으시면서 느끼실것입니다. TV나 인터넷이 없이 사람의 친필 편지로서 공동체간의 교류를 이어 나가는 시대이니 만큼 수도회 또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 지역 교회 및 공동체를 방문하는 수도자들이 존재하였고 16세기 말 무렵에는 교회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많은 수도회들이 개혁을 이루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아래의 글의 내용 중에 총의원(Comisario)는 당시 수도회 또는 보편 교회에서 특정한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하여서 중재 또는 해결안을 제시해 주는 직위 높은 인물입니다. (Comisario 코미사리오라 지칭되는 단어의 정확한 가톨릭 교회의 명칭을 찾지 못하여 임의로 총의원이라는 한글 번역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글의 내용 중에 총의원은 삼위일체 수도회의 수도자로서 개혁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안달루시아 지방에 파견되어 개혁의 움직임에 대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잘못된 점이나 문제점에 대해서 중재를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총의원의 직위와 명령에 삼위일체 수도자들은 순명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이해하시고 아래의 글을 읽으시면 더욱 더 깊이있게 그 상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혹여나 이해가 안되거나 작문에 오타나 오류가 있다 생각되는 부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1. 성녀 아녜스의 날에 일어난 특별한 사건
하느님께서 거룩한 개혁을 한 단계 더 나아가도록 정하신 때가 도래하여, 거룩한 수도복 여러 벌이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걸어 두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그물이 되어 하느님을 위해 새로운 영혼들을 거두는 역할을 하게 하셨다. 이에, 이 거룩한 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께서 총위원(Comisario)을 『마드리드』에서 안달루시아로 파견하셨다. 그분은 라 멤브리야에 도착하여 그곳의 다른 삼위일체 수도회 형제들이 속해 있는 수도원을 방문하였다.
성녀 아녜스의 축일, 1월 28일에 『발데페냐스』 수도원으로 출발하셨다. 이 날은 성스러운 수도회의 설립일[1]이자 하느님께서 교황 인노첸시오 3세에게 천사가 포로들의 옷을 갈아 입혀주는 고귀한 환시를 통하여 이 일을 기쁘게 여기심을 보이신 매우 특별한 날이다. 성녀 아녜스 축일에 또 다른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출발하신 날이었다. 내 생각으로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수 세기에 걸쳐 쇠퇴한 것에 새 생명을 주어 부활시키는 것이야 말로 더 큰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성스러운 개혁을 통해 하느님께서 새로운 천국과 새로운 영광, 새로운 천국의 초상화를 창조하시려는 날이었음이 분명하다.
이 축복받은 날에 총위원(Comisario)은 『발데페냐스』로 가셨다. 수도자들에게 새로운 개혁 수도복을 입히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 계획 또한 잊고 있었으니, 하느님의 계획이 방해받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총위원(Comisario)은 마태오 로호라는 충직한 노수도자에게 『발데페냐스』의 수도자들에게 다음 날 오후 2시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하고, 개혁 수도복을 입지 말라고 통보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노수도자는 그 지시를 받고 『발데페냐스』로 가서 수도자들에게 “총위원(Comisario)님께서 내일 오후 2시에 도착하실 테니, 모두 레콜레토[2] 수도복을 입고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라며 전달 내용을 모두 바꿔서 전했다.
이 새로운 기적의 뜻을 살펴보자. 이 노수도자는 받은 지시를 바꾸려는 악의는 없었고, 그가 이런 불순종을 감히 할 수도 없었다. 그는 총위원(Comisario)이 직접 그렇게 말했다며 변명했으며, 그가 받은 지시가 그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위원(Comisario)이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그렇게 말했다면 수도자를 벌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일 때문에 그 수도자를 벌하고, 수도자들을 나무랐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을 이해해야 할까? 하느님의 영이 그가 전해야 하는 말을 바꾸셨다는 것이다. 성녀 아녜스의 첫 번째 축일에 천사가 영감을 주었다면, 이번에는 성령께서 친히 역사하셨다. 첫 번째 축일에 두 사람만이 수도복을 입었다면, 이번에는 열 두 사람이 입게 하셨다. 마치 태양이 같은 지점에 이르면 같은 영향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정의의 태양이신 그리스도께서 이 성스러운 날에 다시 오셨을 때, 똑같은 기적과 역사를 이루셨다고 나는 확신한다.
2. 레콜레토 수도복 착용과 승인
총위원(Comisario)이 『발데페냐스』에 도착하자, 모든 이가 그를 맞이하려고 십자가와 새 수도복을 입고 나왔다. 마을 사람들은 새로운 수도복을 입은 수도자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들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을 보았다. 총위원(Comisario)은 자신이 명령한 것과 반대되는 일이 벌어진 것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수도자들은 단지 그를 맞이하기 위해 공적으로 수도복을 입었지만, 아마 두 명의 수도자가 이미 개혁 수도회의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으며, 이제 이 사건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이 하느님의 기적이며 뜻이라는 점은 총위원(Comisario)에게 숨길 수 없었다. 하느님께서는 총위원(Comisario)이 어떤 방법으로도 벗어날 수 없게 강한 결속을 주신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 총위원(Comisario)이 이 일을 명령하고 바랐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수도복을 입은 상태가 하느님 앞에서 이미 이루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노수도자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으며, 하느님께서는 그를 통해 자신의 일을 이루셨다는 무죄함이 밝혀졌다.
이에 총위원(Comisario)은 수도복을 벗기기는커녕, 사랑 어린 말로 개혁 수도복을 벗지 말 것을 간청하며, 모든 수도원에서 이 수도복을 입을 사람들을 찾아 보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수도자들에게 그들의 명예와 수도회의 명예가 걸려 있으니 이 일을 공고히 할 것을 강조하며, 만약 이 일이 계속되지 않으면 세상이 그들을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말과 다른 조언을 통해 총위원(Comisario)은 수도복을 입은 수도자들과 원장를 격려하며 그들이 수도복을 유지하게 하였다. 이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착했으며, 이는 뒤에 다룰 것이다.
총위원(Comisario)은 자신의 임무를 위해 떠나며, 안달루시아의 모든 수도원을 다니며 레콜레토 수도복을 입을 의향이 있는 자가 있으면 서명하고 알려달라고 두 명의 수도자를 파견하였다. 수도원은 그렇게 남겨졌으며, 앞으로 한동안 그곳에 대한 이야기는 다루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성녀 아녜스 축일에 하느님께서 다른 수도원에서 행하신 많은 일들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3. 요한 바우티스타 신부의 세비야 설교
그때 나는 세비야에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발데페냐스』를 지날 때에 나를 그 수도원의 설교자로 임명하여, 그 곳에서 첫 미사를 드렸고 새로운 수도원과 재단에서 봉헌식을 했다. 나는 이 세비야 수도원에 머물렀으며, 그 곳으로부터 『마드리드』와 『발데페냐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식은 항상 정확하지는 않았고, 때로는 과장되기도 하고 축소되기도 했다. 어쨌든 매일 개혁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먼 거리 때문이었고, 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으나, 대략적인 소식만 들려왔다. 예를 들면, 개혁을 위한 규정이나 수도복을 준비한다는 것뿐이었고, "이제 정식으로 개혁의 수도자가 있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발데페냐스』에서 수도자들이 수도복을 입은 날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도 설립의 날이었고 성녀 아녜스 기념일 이후의 일요일에 해당되었다. 마침 그날, 나는 세비야에서 설교를 해야 했다. 우리 수도회에서는 이 날을 기념하는 특별한 축제나 설교는 없지만, 이 날은 복음서의 두번째 기념일로 지낸다. 나는 수도 설립과 기념일에 대해 설교를 준비하고 싶었으나, 늘 하던 것처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설교 당일 아침, 요셉 데 발렌시아 신부님이 다가오셔서 나에게 무슨 주제로 설교할 것인지 물으셨다. 그분은 당시 뛰어난 설교자였고, 지금은 수도회에서 학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나는 수도 설립에 대해 설교하겠다고 말했다. 그날 『발데페냐스』에서 수도복이 수여된 것을 알고 있었던 악마는 설교와 기념일이 겹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셉 신부님은 내가 설교하지 않도록 오랫동안 나를 설득하셨다. 수도회 소속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그는 나에게 설교할 내용이 없다며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거나,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거라며 설교하지 말고 주일 복음을 전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게는 이미 이유가 적든 많든 설교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있었다.
나는 강단에 올라갔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일이 일어났다고 고백한다. 『발데페냐스』에서 수도복이 수여된 것이 성령의 인도에 따른 것이었다면, 세비야에서 이 기념일에 전해진 설교 역시 같은 인도에 의한 것이었다. 강단에 오르고 내려오기까지, 나는 나 자신이 아니었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으며 누가 말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내게 수도복의 고귀함, 수도회의 창립과 기원, 성녀 아녜스의 고귀한 미덕들, 그리고 성삼위일체라는 명칭에 대한 열 두 가지 설명이 저절로 떠올랐다. 그것들을 적어 둘 종이가 없었기에 내가 한 말 대부분을 적지 못했지만, 만약 그것을 기록할 수 있었다면, 같은 성령이 비록 다른 장소에서 활동했지만 동일한 일을 행하셨다는 것을 더 명확히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설교를 마치고, 내가 혼란스럽고 거의 무아지경에 있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청중에게 우리 성스러운 수도회를 위해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세 번 드리기를 간청했다. 이날 하느님께서 수도회에 특별한 은총을 베푸시고 자비를 행하고 계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강단에서 내려온 후, 나는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다. 첫번째로 많은 주님의 기도를 부탁한 것 때문이었는데, 일반적으로는 한 번 만을 요청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수도회에 대한 자비가 행해지고 있다는 내 언급이 수도회에 대한 특별한 새로운 은총이 주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설교는 그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하루 종일 어느 누구도 수도회 규율과 개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모두가 규율과 맨발 수도회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 엄격하고 고결한 수도 생활을 갈망하게 되었다.
요셉 데 발렌시아 신부님은, 나에게 설교하지 말라 권했던 분이셨으나, 내가 설교한 것을 들은 후 여러 번에 걸쳐 "훌륭한 설교였고, 너는 훌륭한 설교자였다"라고 말하셨다. 나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전하는 것임을 밝히고 싶다. 그분은 나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훌륭한 수도자이자 진실된 사람이었으며, 내가 훌륭하지 않았다면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나를 "개혁 수도자" 혹은 "맨발 수도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 자신도 그런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오직 그런 일들에 대한 내 꾸준한 열망 뿐이었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손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하느님이 나를 통해 운명을 내리고 계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그날 오후, 우리는 한 병자를 보기 위해 그의 방에 들어갔다. 그 방에서 오랜 대화를 나누었고, 모든 대화는 설교와 개혁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은 나를 첫 번째 개혁 수도자로 여기며 대화를 나누었고, 점점 그들의 대화에 내가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대화가 놀림거리가 되었으나,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그 대화에서, 바우티스타가 "요한 신부님은 훌륭한 개혁 수도자가 되셨습니다. 아주 훌륭한 설교였다. 다만 한 가지 결점이 있습니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점인지 말씀해주시면 고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매우 박식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내가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는 "아닙니다, 신부님. 다만 설교 중에 조금 자만심과 과시가 느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내가 설교를 하면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에 대해 "이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읽거나 공부한 것도 아닌데, 하느님께서 이 성스러운 수도복을 찬양하기 위해 주십니다"라고 말한 부분 때문이었다. 나는 그 설교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겸손함을 느꼈다고 변명했다. 그 말이 오히려 더 큰 자만으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가 그렇게 생각한 것에 대해 죄송하게 여겼다.
그날 이후 세비야 수도원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맨발 수도와 개혁에 관한 대화와 이야기가 오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이에 대해 공개적이든 비밀스럽게든 부정적인 반응 없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얼마 후 자프라 신부님이 그곳에 오셨는데, 그는 그 수도회의 총장이었고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받았다며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발데페냐스』에서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한 편지들도 전해졌다. 그리하여 수도원에서는 더욱 자주 열정과 헌신으로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1] 성 요한 드 마따의 첫 미사때의 환시를 지칭함
[2]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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