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읽는 기쁨] <2> 자증교설을 중심으로 한 신행
만다라회 기획, 박희택 집필
<진각종지>와 <진각종요>가 뚜렷한 진각종은 한 종단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주성이 확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불교의 많은 종단들이 자주성과 정체성 없이 ‘조계종’ 앞에 몇 자의 수식어를 붙여 종단명으로 삼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과는 격을 달리한다고 할 것이다. 어찌하여 종지와 종요도 분명하게 세우지 못하면서 조계종의 아류로 자칭하면서까지 종단을 표방해야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1987년 11월 28일, 불교의 자율성을 규제한 측면이 있던 불교재산 관리법이 폐지되고 전통사찰 보존법으로 대체되면서 생긴 부정적 현상 중의 하나가 종단의 무철학한 난립이다.
진각종지와 진각종요를 뚜렷이 세울 수 있는 소이(所以)는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이 있기에 가능한 바라 하겠다. 그만큼 종조의 자증교설이 관건이 된다. 이는 진각종의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와 미래도 종조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에 입각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말해 준다. 단지 명문(銘文)으로서 종지와 종요가 액자 상에 있을 것이 아니라, 종지와 종요를 투관(透貫, 투철하게 관철)하는 방식으로 종단이 운영되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진각종은 3경 2론을 소의경전으로 하는데, 곧 「금강정경」과 「대일경」과 「대승장엄보왕경」, 「보리심론」과 「실행론」(이하 홑낫표 없이 표기)이다. 그런데 앞의 3경과 1론은 종조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인 실행론에 오롯이 수렴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진각종도들의 신행은 실행론을 중심으로 하여 앞의 3경 1론으로 확장하며, 나아가 불교와 밀교의 제반 경론소로 확산하여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종단의 문화행사 기획도 실행론 위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실행론 독송대회’, ‘실행론 법문대회’, ‘실행론 사경제(寫經祭)’, ‘실행론 문학제’ 등을 궁리할 수 있겠다.
종단에서 어떤 직위를 갖는다는 것은 진리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사회 일반의 직위가 갖는 기능적인 의미 이상의 것일 수 있지만, 종단 직위에 관계없이 종조의 진실제자로 사자상승(師資相承)됨은 종단의 정체성과 자주성의 바탕이 되는 종조의 자증교설인 실행론을 공경심으로 수지독송(受持讀誦)하고 해설서사(解說書寫)하여 심인으로 증득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마치 「유마경」에서 불이법문(不二法門)을 체득한 이가 진정한 붓다의 제자가 되듯이 말이다.
종조의 정전심인(正傳心印)을 받는 것은 드러난 직위나 복색(服色)에 정녕 있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일찍이 회당대종사께서는 “옛날에는 의발(衣鉢)이요, 이제는 심인(心印)이라(이 말씀도 실행론 개정판에 편장되어야 함)”고 열반송을 남기셨던 것이다. 종조께서 부처로부터 그러셨듯이, 진언행자 누구나 종조의 정전제자(正傳弟子)가 되기 위해서는 종조의 자증교설인 실행론을 심인으로 증득해야 하는 것이다. 실행론을 심인으로 증득한 이가 바로 회당대종사의 정전제자가 됨이다.
진각종지는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의 범주임을 밝혔는데(제1회), 진각종지에서는 종조의 자증교설을 육자진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육자진언 옴마니반메훔은 자증교설 실행론의 고갱이가 되고, 그러기에 진각종 신행의 본존이라 하고 있다. “이 육자의 다라니는 부처와 및 제 보살과 중생들의 본심(本心)이라. 일체 법을 다 가져서 법계진리 만사만리 구비하여 있으므로 팔만사천 모든 경전 육자진언 총지문(總持門)에 의지하고 있느니라(실행론 1-2-1)”는 말씀과 같이, 육자진언은 본심진언이고, 심(心)의 법(法)인 팔만사천 모든 경전은 이 진언에 의지하고 있으니, 이 진언으로 본심을 찾는 것이 진각종의 취지가 된다.
이 논리와 취지는 동서고금 언제 어디에서도 매우 합당한 이법이 되는 것이다. 실행론에는 진각종(심인불교)의 취지에 관한 대종사의 법설이 아래와 같이 표현되고 있다. 육자진언을 본존으로 공경하여 본심을 찾아서 대종사의 자증교설(실행론)을 증득하는 진언행자가 될 일이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육행을 실천하여 스스로 행복하고 세상의 복전이 되는 육행보살이요, 상덕(尙德, 덕을 숭상)하여 완덕을 실천하는 군자보살(君子菩薩)이다.
“육자진언을 잊지 않는 사람은 본심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며, 곧 본심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육자본심을 염송하여 육행을 기반으로 각자 직무에 충실하면 복이 되고, 삼독을 기반으로 나아가면 화(禍)가 된다. 이것이 심인불교의 취지이다(실행론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