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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꽃
신 재 욱
1
“니 엄마 아빠 이혼했지? 임마, 말 안 해도 나는 다 알고 있어!”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노총각 곽정한 선생이 한 아이를 다그치고 있었다.
불려온 아이의 발갛게 상기된 볼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저 저, 무지막지한 곽정한!
결손가정 아이면 담임으로서 따뜻하게 위로를 해야지 상처를 오히려 들쑤시고 있다.
저런 심술보를 지녔으니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가지.
매주 맞선을 보는 모양이나 꼴에 번번이 퇴짜를 놓는다는 소문이다.
선보는 자리에 나가면 자기 반의 새마을부장보다도 못 한 아가씨가 앉아 있어 맘이 내키지 않는단다.
곽정한이 여학교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장가가기는 글렀다.
험악한 남학생이 우글거리는 공고 등지로 가야만 눈높이가 하향 조정될 것이다.
모욕적인 꾸중을 듣고 난 아이가 내 자리 곁으로 스쳐 지나갈 적에 이름표를 보았다.
1~4 천양희.
이름이 참 예쁘다.
얼굴도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다.
“선생님, 쟤 몰라요?”
옆자리 무용선생이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본다.
“알죠. 1학년 4반. 이름은 방금 알았지만...”
“아니, 선생님... 쟤 정말 몰라요?”
“?”
“선생님 책상에 매일 꽃을 꽂아두는 아이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천양희 저 아이가?”
“선생님도 참... 매일 새벽 안개꽃을 한 아름 안고 오는데도 몰랐단 말이에요?”
내 책상에 안개꽃이 놓이기 시작한 것은 신입생이 입학한 지 대략 보름이 지난 3월 중순부터였다.
그러니 벌써 한 달째다.
누가 꽃을 갖다 놓는지 궁금해서 때로 일찍 출근도 해봤지만 어느 아이가 갖다 놓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좁은 책상 면적을 안개꽃이 온통 차지하는 바람에 꽃을 옆자리 선생님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별일이다.
장미나 카라 같은 꽃과 함께면 몰라도 무슨 연유로 안개꽃만 갖다 놓는 것일까?
미술실에서 천양희는 내가 묻는 말에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왜 매일 꽃을 갖다 놓느냐?
꽃값만도 상당할 텐데 돈은 어디서 났느냐?
내 어디가 그리 좋으냐?
그러자 시선을 회피하고 있던 천양희가 나를 쳐다보며 입을 떼었다.
“선생님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꽃을? 그것도 안개꽃으로만?”
“엄마가 시켜서 그랬던 거뿐이에요.”
“엄마가?”
천양희 엄마가 경영한다는 찻집 ‘안개’는 전포동 OO자동차회사 옆 산복도로변에 있었다.
곽정한의 말에 의하면 천양희 엄마는 소위 다방 마담인데 말이 다방이지 술도 파는 ‘그렇고 그런 데’라고 하였다.
삐걱거리는 목조계단을 올라가 2층 출입문을 여니 찻집 ‘안개’의 벽면에는 온통 말라빠진 안개꽃 다발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한복 차림의 마담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
“이렇게 보네요. 세월이 많이 흘렀죠?”
“양희 어머니시죠? 그런데 누구시더라?”
“호호호. 잘 생각해보세요.”
“아!.....”
30년 전 한밤중에 안개 낀 동갯들을 함께 걸었던 같은 반의 그녀였다.
달빛에 비친 밤이슬이 무지개를 만들어 주던 그 한밤중의 그녀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새하얀 허벅지를 나한테 보여준 바로 그녀였다.
2
자정이 넘었는데 숙직실 전화기의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즉시 필기구와 당직일지를 챙긴 다음 수화기를 들었다.
한밤중에 당직실로 걸려오는 전화는 전통문(電通文)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데없는 여자 목소리다.
잘 못 걸려온 전화다.
여교사가 숙직하면서 전통문을 불러줄 리가 없다.
수화기를 놓자마자 또 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거기 OO여고 숙직실이죠? 왜 용건도 물어보지 않고 전화를 끊어요?
-용건이 뭡니까?
-그 학교에 곽정한 선생님이라고 계시죠?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왜죠? 오늘 숙직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것도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전화 끊겠습니다.
-잠깐만요. 당신 혹시 미술선생이지?
-?
-미술선생하고 숙직을 바꾸겠다고 하더니만...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잠깐만요. 행실이 안 좋다더니 역시 소문대로네.
-여보세요. 술을 드신 모양인데 지금 공무 방해 중인 거 아시죠?
-흥, 공무 방해? 혼외자를 같은 학교에 입학시킨 주제에 뭐 공무 방해?
나는 즉시로 전화 코드를 뽑아버렸다.
아침 일찍 교무실에 가정과 서재숙 선생님이 들어서자마자 나한테로 다가왔다.
“간밤에 숙직하시면서 이상한 전화 받으셨죠?”
“그걸 어떻게?”
“아이고 선생님 죄송해요. 그 전화질한 사람이 바로 제 시누이예요.”
박사학위까지 받은 서재숙 선생의 시누이는 마흔이 넘은 올드미스로 히스테리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아무리 뜯어봐도 자신보다 나을 게 하나 없는 올케는 고교 교사로 성취감을 누리는 인생인데 반해 자신은 속절없이 늙어만 간다 싶어 신경질이 날로 늘어만 간다는 것이었다.
“서 선생님, 하나 물어 보입시다. 남자의 눈길이 닿은 허벅지에서 10년이나 지난 후에 수태가 되는 수도 있습니까?”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정년을 몇 년 남겨둔 서재숙 선생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남학생과 눈만 마주쳐도 임신이 되는 줄로만 알고 청도에서 대구까지 3년간 통학하면서
눈을 거의 감고 다녔다는 서재숙 선생이다.
“1학년 4반 천양희를 제가 낳은 혼외자로 오해를 하고 있습디다.”
“아이고 선생님. 우리 시누이가 그런 망발을.... 죄송해서 어떡해요....”
“어디서 그런 헛소문을 들었을까요?”
인품이 점잖은 서재숙 선생님이 시누이에게 그런 소문을 옮겼을 리는 없었다.
“저 선생님. 죄송합니다. 사실은 곽정한 선생님에게 시누이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을 것이다.
어서 끈을 붙여 시집을 보내고 싶은 나머지 개나 소나 인연이 닿기만 한다면 마다할 입장이 아닌 것이 서재숙 선생님이다.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 곽정한.
이런 인간은 추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 까닭이 없다.
“어떡하노?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찻집 ‘안개’의 마담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이번 참에 그 옛날 동갯들의 안개와 무지개를 수업 중에 공개할 작정이다.”
영롱한 추억이 없는 메마른 세태다.
좀은 아까우나 내가 지닌 추억이라도 분양을 해야겠다.
적어도 아름다운 추억의 비축량은 그나마 내가 많은 편이 아닌가.
그 어떤 것이든 간에 가진 자가 베풀어야 한다.
3
-신 선생. 너거 아파트 니 명의로 돼 있나?
졸업하고 처음으로 연결된 전화에서 양인규가 한 말이다.
듣던 대로 사기꾼다운 수작이다.
허세를 부릴 요량이었는지 여비서를 시켜서 전화를 걸어왔다.
“야이 자석아! 니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동창생한테 비서를 시켜 전화하는 놈이 오딨노?”
“아, 미안. 미안.... 내가 좀 바빠서... 중앙동 나올 일 있으마 우리 회사에 함 들리라. 니 한테 줄 기 있다.”
“필요 없다. 니 사기나 치고 댕긴단 소리는 내 다 듣고 있다.”
“아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신 선생이 내한테 사기당할 사람이가?”
“시끄럽다. 앞으로 전화도 하지 마라.”
지 마누라 가계수표를 부도내고 잠적한 놈이다.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형사들이 양인규 부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대신
남편을 고발하게 하여 구속만은 면하게 해주었다.
잠적하는 동안에도 아가씨 4명에게 면사포를 씌워주는 맹활약을 펼쳤단다.
제아무리 미끈하게 생긴 상판에다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라도 도망을 다니면서 어떻게 위장 결혼을, 그것도 4번이나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최종학력이 고졸인 녀석이 대졸 학력의 외판원을 상대로 판매전략 강의를 하고
깜깜한 카바레에서 손끝에 닿는 춤 상대의 드레스가 얼마짜리인가를 재빨리 파악한다는 놈이다.
동창생들을 만날 때마다 데리고 다니는 여자가 바뀌는데 공통점은 전 재산을 녀석에게 몽땅 뜯기고도 여자들은 어떤 기대에 찬 표정들이라는 것이었다.
도저히 상종해선 안 될 인간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특별히 상종을 좀 해야만 한다.
“어? 신 선생님께서 우짠 일로 나를 다 찾아오셨나? ”
“너거 회사 빌딩 지하 커피숍이다. 빨리 내려 온나.”
“오케이. 10분만 기다려라. 세탁소에 잠깐 다녀 오께.”
인근 세탁소에다 정장을 비롯하여 사시사철 입을 옷을 갖다 놓고 만나는 상대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다더니 그 버릇을 내한테도 적용하고 있다.
커피숍에 나타난 양인규는 짙은 감색 수트에 하얀 남방을 받쳐 있었는데 단추를 몇 개나 풀었는지 젖꼭지가 보일락말락 한다.
“이기 뭐꼬?”
“함 풀어봐라. 니가 전에 학교로 보내준 소포 안에 들었던 기다.”
“야, 그거는 내가 니한테 선물한 긴데 도로 가져왔단 말이가?”
“선물? 불량품을 선물하는 놈이 세상에 오데 있노?”
“무슨 소리하노? 불량품이라니! 야이 친구야, 유명한 인간문화재가 만든 방짜를 불량품이라니!”
“그래? 그렇담 이것 대신 너거 회사 전시실에 있는 다른 방짜 악기 하나 가져가도 되겠네?”
“어이 친구야! 구카마 내가 좀 섭하지....”
“잘 살펴봐라. 실금이 갔더라. 안 그래도 이상하다 했다. 이래 귀한 걸 나한테 준다 싶었지.”
양인규가 학교로 보내온 것은 꽹과리였다.
보통 꽹과리와는 달리 두께가 매우 얇았다.
녀석의 말마따나 인간문화재급 장인의 솜씨가 아니고선 그렇게 얇게 두드려내기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소리는 매우 맑고 투명했지만 어딘가 새는 느낌이 들었다.
햇빛에 비춰보니 가장자리를 따라 가느다란 거미줄 같은 틈이 나 있었다.
그럼 그렇지. 명색이 사기꾼인데 이렇게 귀한 것을 그냥 줄 리가 만무했다.
그러나저러나 내가 사물놀이에 심취한 사정은 어떻게 파악을 했을까....
“양인규. 너 1970년도 연간 똥방위 시절 마산 한일합섬에 다니던 천점옥이에게 빌붙어 지낸 적 있었지?”
“천점옥이? 중학교 동창생 천점옥이?”
“능청 떨지 마라. 그 어렵게 공장에 다니던 애 자취방에 뒹굴며 담배값이야 술값이야 뜯어낸 짓 내 다 알고 있다.”
“햐, 신 선생 니 생사람 잡는다?”
“이 쓰레기 같은 놈. 잘 들어. 점옥이가 지금까지는 혼자서 딸을 키웠지만 이제부터 니놈이 어떻게 하는지 내가 두 눈 뜨고 지켜볼 거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인간쓰레기를 마주하는 것 자체가 역겨웠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억울했다.
그 맑고 투명한 이슬이 어째서 혼탁해지며
안개 속의 영롱한 무지개가 무엇 때문에 사기꾼에게 농락을 당해야 했는지 억울했다.
4
“술 한 잔 할래요?”
“참, 너거 가게에 술도 판다며?”
안개 찻집 마담 천점옥이 주방에 딸린 방으로 들어가더니 홈웨어로 갈아입고 나왔다.
흰 바탕에 하얀 꽃무늬가 은은하게 새겨져 있다.
“손님들 오면 어쩌려구?”
“이 시간엔 손님 잘 없어요.”
“그래도...”
“맥주 좋아한댔죠? 잠깐만 기다려요.”
“말 편하게 해. 동창인데....”
맥주를 따르는 천점옥을 졸업 후 처음으로 가까이서 쳐다보았다.
고생을 겪어서인지 나이 보다 늙어 보인다.
여학생 중에서 제일 예뻤던 천점옥을 그 독사 같은 양인규가 짓밟아 놓았다.
“양아치 찾아오지 않았나?”
“누구?”
“그 새끼 말이다, 양인규....”
“그놈이 여길 왜요?”
“방치하면 내가 가만 안 두겠다고 했다. 그래도 지 피붙이는 거둬야 할 거 아니가?”
“소용없는 일이에요. 호적에만 올려달래도 지 딸인지 아닌지 모른다며 잡아떼던 인간이에요.”
“뭐 그런 말종이 다 있어?”
“잘됐죠, 뭐. 우리 애 이름 양천희 보다 천양희가 훨씬 낫지 않아요?”
“그래 참, 양희는 학교 갔다 오면 여기서 함께 지내나?”
“어떻게 그래요. 여기서 떨어진 곳에 전셋집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제 혼자 잘 챙겨 먹고 다녀요.”
“친부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지?”
“알면 안 되죠. 물어보지도 않아요.”
참 기가 막힌다.
어떻게 제 자식을 모르쇠 할 수 있는지...
“와이프... 이뿌던데요?”
“와이프...라면? 우리 집사람?”
“부친 행상 나갈 때 봤어요. 상복 입은 며느리들 가운데 눈에 띄데요.”
“그때가 언젠데.... 10년도 더 됐는데 어떻게 기억을?”
“엄마 생신 차림 하러 고향에 갔더니 부친상을 당했다길래 일부러 가 봤지요.”
일부러 가 보다니...
천점옥이가 우리 집사람 보려고 일부러 초상집을 찾았다?
옥이는 내가 아닌 반장인 윤석중이를 좋아하지 않았나?
그래서 안개 낀 한밤중에 이슬을 헤치고 5리나 떨어진 동갯들 한가운데 있는 반장 집까지 데려다주기까지 했는데...
“윤석중이 부산 내려 온 거 모르제?”
“석중이가? 중동에 가 있단 소리는 들었는데 언제 왔는가요?”
“돌아와 부산에다 따로 회사를 차렸다. 지금 전화 해보까?”
“참 싱겁네요.”
“내가 싱겁다고? 한때 점옥이 니가 좋아한 남학생 아니었나?”
“호호호, 내가 좋아했다고요?”
“아닌가?”
“눈치 없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네요.”
뭔가 자꾸만 혼란스럽다.
인간관계에 관한 한 미묘한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사실은 내 전공이다.
미술과를 나오긴 했어도 소설을 쓰고자 하는데 눈치가 없으면 큰일이다.
“신 선생님. 생각을 좀 해봐요. 열여섯, 아니 나는 한 해 꿀리고 입학했으니 사실은 열 입곱이었어요. 나름 성숙한 여자였다구요. 그런 여학생이 남학생과 12시가 넘은 시각에 아무도 없는 들판을 거닐기로 작정했다면 무슨 마음이었겠어요? 반장 집은 핑계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요?”
그게 그렇게 되는 것이었던가?
그렇다면 눈치가 없는 것이 맞다.
“그럼 그때 얘기를 하지 그랬어?”
“그렇게 밤이슬을 맞아가며 온몸으로 신호를 보내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슨 얘기를요?”
그렇다면 교복 스커트를 말아 올리고 달빛에 드러낸 새하얀 허벅지는 신호였단 말인가?
박꽃과도 같은 그 신비한 색상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 와서 신호라니...
신호는 단순명료해야지 지나치게 신비로우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니 참 다행이에요. 어차피 건널 수 없는 강이 처음부터 흐르고 있었는데....”
“건널 수 없는 강이라니?”
“신 선생은 대학에 가고 나는 공순이였으니 뭐 건널 수가 없었을 것 아녜요?”
“못 건널 건 뭐 있어?”
“아이고 말들은 그렇게 하지만 살아보니 안 그렇습디다.”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이상에 머무는 반면 세파에 찌든 천점옥이는 진작에 현실을 섭렵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세파가 딸 천양희에게도 대물림될 것만 같아 안타깝다.
“그저께 양희가 묻습디다. 엄마, 혹시 미술샘이 내 아빠냐고....”
“그래, 뭐라고 대답했어?”
“아빠면 좋겠냐고 되물었지요.”
“그랬더니?”
“만에 하나 아빠라면 가만 안 두겠다고 부르르 떨던데요?”
“그래요?”
“살기가 느껴지길래 얼른 엄마가 짝사랑한 동창생일 뿐이라고 말해줬지요. 조그만 것이 어찌나 무섭던지.... ”
그래. 어린 양희의 살기는 정당하다.
양인규.
목을 길게 늘이고 기다려라.
너를 처단할 아름다운 저승사자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찻집 벽면에 걸린 안개꽃 다발 하나가 갑자기 툭 떨어진다.
마치 양희 손에 떨어질 양인규의 모가지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