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시대에 가난한 집안의 자식으로
남자 셋, 여자 일곱의 한가운데에 태어났다.
양친께서는 엄청난 고생을 하여 10명의 자녀,
우리들 형제자매를 키워 주신 것이었다.
형과 자매들은 고학을 하면서 학교에 다녀 상당히 효도를 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비교적 혜택받은 편이었다.
-- 열 살 때의 구월이었다.
그때 나는 원인불명의 병에 걸려 몇 번인가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불가사의한 경험을 반복하고 있었다 --.
〖 불가사의한 현상 - 어떤 병에 걸렸을 때 〗
그 해 여름방학도 끝나고 2학기 수업에 들어갔을 때였다
나는 별로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매일 밤 8시가 되면 정기적으로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정지되어
오체(五體)의 자유를 잃어버리는 기묘한 병에 걸려
학교에도 충분히 다닐 수 없게 되었다
모친은 미친 사람처럼 되어 작은 내 몸을 안고 통곡하셨다.
하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또 한 사람의 나”가 되어
육체를 벗어나 어머니와 “육체의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자유자재로운 나였으며 정말로 기묘한 체험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안고 입에서 입으로 약을 먹여 주었는데,
그때의 내 입술은 포도색으로 변했고
육체는 경직되어 입으로 전해 주는 약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유로운 나는
부자유한 나를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할수가 없었다.
어머니에게 안심하도록 옆에서 힘껏 소리쳐 불러도 통하지 않는다
그때의 초조함은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운 것이었다
육체에서 빠져나온 “또 한 사람의 나”는
도저히 어머니의 마음과 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다른 형제자매들도,
누구 하나 속수무책으로 울면서 이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발작을 내가 다섯 번 열 번 계속하자
의사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던지,
아버지는 “1,000 사(寺) 참배”하는 것이 좋다고 들으면
고향의 신사는 물론 멀리 군마현, 사이타마현의 신사까지 참배하러 갔고,
침구(鍼灸)가 좋다고 하면 금방 그것을 행하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지금도 내 머리는 침구(鍼灸)때문에 울퉁불퉁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또 한 사람의 나”는 가족의 걱정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이 살아 있는 세계,
이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곳에서 이미 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친절한 노인의 손을 잡고 큰 건물 안을 견학한 적도 있었다.
그곳에는 일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마치 올림픽처럼 전 세계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는 정말로 불가사의한 세계였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가깝게 “또 한 사람의 나”는
내 육체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떨어져 있는 의식은 틀림없이 새로운 육체를 가진 나 자신이었다.
이 육체는 벽을 비롯하여 어떤 장애물이라도 내 마음대로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원래의 육체로 돌아갈 때에는
무언가 강한 약초의 냄새가 코를 찌르며
큰 호흡과 함께 심장이 움직이면서
한 몸이 됨과 동시에 의식은 소생하는 것이었다.
내 주위에 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는 양친이랑 형제자매들은
그 모습을 보고 안도하여 내 얼굴을 살피면서,
<괜찮니? 이제는 걱정할 것 없어>
라고 굵은 방울의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였다.
원인을 모르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이 병은
이렇게 매일 밤 반복된 것이었다.
나는 이와 같은 현상에 익숙해짐에 따라
어린 마음에도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여유가 생겼던 것인지
죽음에 대한 공포가 점차 엷어져 갔다.
나는 부모형제에게 이렇게 얘기한 적도 있었다
<어머니가 당황하고 있는 것도
내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도 알았지만 대답할 수 없었어요.>
인간이라고 하는 동물은 정말로 불가사의한 것으로,
의식이 몸에서 벗어나 버리면,
자신의 몸도 자유롭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 병도 6개월 정도 지나 나았지만,
아버지는 이 일로 나를 특히 귀여워하며 애지중지 키우셨다.
나는 너무 응석받이가 되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해서 상당히 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 병을 계기로 나는 집 가까이에 있었던
곤겐님이라고 불리는 마을의 작은 절에 참배하게 되었다.
건강의 기원과 “또 한 사람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서였다
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저녁으로 참배를 계속하였다.
그리고 경내 청소를 비롯하여 신전 내부에 걸레질도 하였다.
엄동설한에는 손이 얼어 버리는 일도 있었다
어느샌가 이 절이 내 집처럼 되어
나는 공부에 필요한 도구를 가져가 혼자 공부하는 일도 있었다.
이삼 년이 지난 어느 겨울 저녁,
눈으로 덮인 신역(神域)에 가래로 통로를 만들고
신전 안에서 기도하고 있는데,
돌연 절 옆에 있는 큰 삼나무에서 하얀 덩어리가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나는 놀란 나머지 맨발로 신전을 뛰쳐나와 숨을 허덕이며 집에 돌아가
<아버지, 하얀 덩어리가 삼나무 위에서 떨어졌어요.
무서워서 참배를 할 수가 없어요>
라고 말하며 새파랗게 되어 떨고 있었더니,
아버지는 회중전등을 갖고 내 손을 잡고 신사로 갔다
<어디에 떨어졌니>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를 돌아보고
내 얼굴에 빛을 비추었다.
내가 삼나무의 뿌리를 손으로 가리키자,
눈덩어리가 눈 위로 낙하하여 움푹 패인 자국이 잘 보이게 한 후 나를 꾸짖었다.
<바보같이, 눈이 떨어진 거야.
남자가 이런 걸로 놀라 도망 오는 것은 말도 안 돼.>
또 어느 날은 큰 바람에 날린 허수아비의 옷이
기도하고 있는 내 등에 덮이는 무서운 경험을 한 적도 있었다.
첫댓글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