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희생된 여성의 수는 수십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누구 한 사람 겐노스께를 처벌할 수 없었다.
구변이 좋고 완력도 세었으며
그는 이런 자신의 행실이 표면화될 것 같은 걸 눈치 챈 경우에는,
"잘못했어, 미안하이! 술 기운에 그런 것이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게."
이렇게 사과하고는 돈으로 해결을 짓곤 했다.
소작인들의 생활이란 언제나 넉넉할 까닭이 없고
평소에 신세를 지고 있는 겐노스께이고 보면
하는 수 없다고 체념하고는 그를 용서해 주곤 했다.
소작인들은 생활이 곤란해지면
딸을 팔아서 집안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도 꽤 있었으므로
겐노스께가 쉽게 돈을 잘 쓰는 것으로 인해서 복잡한 문제가 표면화 되는 일은 없었다.
60이 넘어도 겐노스께의 병은 좀처럼 덜해 갈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병은 집안에서도 사고를 저지르고 있었다.
결국 미쳐서 죽은 기미에(고오의 아내)에게도 접근하여
아들이 집에 없는 사이에 폭력을 써서 범하고 말았다.
고오는 정치에 빠져서, 늘 집을 비우기가 일쑤여서,
그것을 기회삼아 겐노스께는 기미에를 마음대로 했던 것이다.
겐노스께의 아내인 도매는,
남편의 추행으로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만일 이 사실이 아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큰 일이 벌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기미에와 마찬가지로 도매도 괴로웠다.
다행히도 이 비밀은 고오를 제외한 세 사람만이 안 채 끝나고 말았다.
까닭인즉 겐노스께가 불의의 죽음을 당해 버렸기 때문이다.
큰눈이 내린 겨울 밤,
그는 술이 몹시 취해서 난로 옆에 눕자 잠이 들고 말았다.
도매와 기미에는 그 큰 몸집의 겐노스께를 방으로 옮기고 자리에 누인 뒤에
그들도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잠이 깬 도매는 옆에서 자고 있을 겐노스께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화장실에라도 갔으려니 생각하고 별로 마음에 두지도 않은 채 잠을 청했으나,
남편이 돌아오는 기색은 없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기미에의 방으로 건너가서
기미에를 깨우고 집안을 찾아 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일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며
마당으로 나간 두 사람은 기겁을 하게 놀랐다.
마당 한가운데에 있는 매화나무에 매달려서
겐노스께의 몸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는게 아닌가.
겐노스께는 목을 메어 자살한 것이었다.
경찰의 조사는 장기간에 걸쳐 행해졌으나
자살한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고 말았다.
겐노스께가 죽은 뒤 도매는 70세까지 장수했으나,
그 이후로는 어쩐지 집안에 검은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모습 없는 목소리
이시다 하루가 가메따로오를 알게 되어
결혼하게 되었을 때는 대대로 살아오던 큰 집은 낡아서 허술해졌고,
그들은 도쿄로 이사를 했었다.
이시다 가문의 재산은
가메따로오의 아버지인 고오가 정치를 한답시고 다 날려 버려
그녀가 가메따로오와 살림을 차렸을 때에는,
작으마한 집 한칸을 장만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녀가 이시다 가문의 저주받은 가계를 알게 된 것은
가메따로오와 같이 살게 된 뒤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전후의 민주주의 사상으로, 대가족 제도는 분해되고,
어버이와 자식은 원래 독립된 주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가계에 대해 신경을 쓰는 편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결혼이란 남성과 여성의 뜻이 맞아서 성립되고,
가메따로오와 즐거운 가정을 이룩한다면,
그것으로서 그녀는 만족할 뿐이었다.
하지만 가메따로오가 교통사고로 죽고
남겨진 소아마비에 걸린 아들인 다께오를 보자
이시다 집안에 얽힌 저주 비슷한 것이 느껴져 그녀는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녀 자신도 가메따로오와 함께 살게 된 뒤로는,
사소한 일에도 자칫 화를 잘 내게 되었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는 것이지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하기만 했다.
그리고 항상 다리가 무겁고 기분이 좋은 일은 드물었다.
이런 일이 있게 되면서 이웃 사람의 권유로 어느 도인을 알게 되어
조상을 공양하기 위해 염불을 올리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가메따로오가 남겨 놓은 다께오의 병은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 않고,
모자 두 사람의 앞날은 암담하기만 했다.
그녀는 손수 돈을 벌면서
의사에게 다께오를 데리고 다녔을 뿐더러
용하다는 신흥종교 단체는 모조리 찾아다녔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자기를 납득시키고
자신의 마음과 아이의 병을 고쳐 주는 곳은 없었다.
교단에서는 어디서나 같은 말을 했다.
조상을 공양하는 정성이 부족하다,
당신은 아집이 지나치게 강하다, 남편을 소홀히 했다,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그런 말들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반성해 볼 때,
교단에서 말했듯이 자기는 남을 속이거나 나쁜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보다 제멋대로 살고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건강하고 집안도 잘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모순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신자가 되면, 으례 의문을 품지 말라고 말한다.
의문이 생기는 것은 믿음이 부족한 탓이며,
그만큼 당신의 업보는 무거운 것이라고 말했다.
의문이 생길 경우에는 염불을 올리라고만 강요당했다.
신자들의 체험담은 한결같이 효험을 보고 기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와 같은 기적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염불을 올리면 한때는 평상시의 괴로움을 잊을 수는 있었으나,
염불을 그치면 아들과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지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의 믿음이 부족한 탓으로 불행이 계속된다고 자신에게 타이르고,
어느 종교단체의 신앙생활로 접어든 지 5년째 되던 해에
마음을 가다듬어 지성으로 염불을 올렸었다.
그러자 어느 시점에 이르자 몸이 가볍게 진동을 일으키고,
귓가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잘 했다. 잘 했어! 너는 앞으로 행복해진다.
이제 걱정할 것 없다. 나는 이나리 대명신이다.
앞으로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너의 불행은 깨끗이 사라진다."
그녀는 비로소 신의 음성을 들었다.
그녀로서는 천지가 개벽을 한 것 같은 심정이었다.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의지할 곳이 없는 여자의 생활처럼 비참한 것은 없으며,
15년이란 세월을 홀로 소아마비 아들인 다께오를 데리고
희망에 찬 생각을 해본 일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귓가에서 속삭이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우렁찬 음성은
15년 동안의 괴로움을 한꺼번에 씻어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녀는 감격한 나머지 그날 밤은 잠을 이를 수 없을 만큼 흥분했다.
그녀는 그 뒤로 교단에 가는 일을 그만두었다.
자기에게 있어 백만대군처럼 든든한,
모습없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를 홀로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날마다 계속 모습없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일을 잘 맞추었고, 빗나가는 일도 있기는 하였으나,
이제 와서 의지할 것은 그 목소리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께오가 잠이 들면 신의 음성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으나,
두 달 석 달이 지나는 동안,
신의 음성에 통일성이 없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에 한 말과 저녁에 한 말이 전혀 달랐고,
그런 탓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가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