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마을 산책
평리마을은 작천면소다. 마을 안에 노거수의 팽나무들이 많다. 금강천 따라 방죽에 심어진 팽나무들은 여름철 시원한 바람언덕이다. 작천초등학교 운동장의 네 그룻 팽나무 가족은 그 자체가 숲을 이뤄 백여명이 앉아도 넉넉할 정도로 깊고 넓다. 그런가하면 평리 안에서 상평과 하평이 있는데 각각 마을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넉넉히 노거수 팽나무가 20여 그루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작천면의 평나무들만 찾아보며 나무를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평의 노거수 옆에는 마을사람들의 휴식을 위한 정자가 있고, 공중 수도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마을 잔치를 하기에 딱 좋다. 나무 한 채가 한 마을을 넉넉히 안을 수 있는 품이구나 싶다.
그런데 작천교 옆 방죽의 두 그루 팽나무를 보면 둘이 서로 만나는 부분의 가지를 적게 내어 배려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 거리를 두고 보면 두 그루가 마치 한 그루같이 느껴졌다. 결혼한 부부 같다. 저러다가 한 나무 먼저 죽으면 홀로 남은 팽나무가 어찌 살까? 제대로 살 수 없을 것 같다. 둘이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한 나무같다. 부부가 따로 없다. 그렇게 서로 자기의 반을 비우고 또 상대의 반을 채우며 하나가 된다면 그것을 부부라 할 수 있겠다.
방죽의 한 노거수는 가지를 금강천으로 낮고 길게 뻗었다. 아무래도 수면에 빛이 반사해서 일사량이 더 많아 굵고 낮고 긴 가지를 수면 쪽으로 낮게 드리웠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여울에 반짝이는 햇살을 낚시하려는 듯. 영혼의 위안을 받고 싶은 산책자라면 긴 가지 아래 초록 평상에 앉아 멍 때리다가 낮잠이라도 한숨 자고 일어날 일이다.
그러나 단연 작천 팽나무의 백미는 작천초등학교 네 그루 팽나무 숲이다. 팽나무들의 기둥 사이를 지나 그 안으로 들어가면 그들의 나라에 임하는 것 같다.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네 그루가 각자이며 서로 어울려 하나의 숲을 이루는 모습에 감동해 가슴 벅찰 것이다.
나무가 저럴진대 생각하는 갈대라는 사람이 어째 이렇게 이기심이 충만할까?
나무는 말한다 누구든 자기가 처한 그곳에서 맞게 적응하며 제 식대로 살라고. 혼자, 혹은 둘이, 또 여럿이. 혼자 있어도 하나요, 둘이 있어도 하나요, 여럿이 있어도 하나라는 것을. 그렇게 서로 맞추어가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