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겨울에,
태백에서 전주의 정용이가 써스핀 따다 히빠리 체인이 빠져 추락사한 탑에 가서 마무리 하는데
참, 기분이 오묘하게 찝찝해서 혼났다.
처음엔 아무 말도 못 듣고 갔지만,
철탑 밑에 가니 어수선하니 사고의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몇 번인가 함께 일 하기도 했는데 ...
산재보험금 등을 타가는데도 정용이 처는 뒷전이고 형인지가 일방적으로 합의 하고 돈을 받아 갔다고 하고...
여기저기 일을 하다 며칠 후 카를 타게 되었는데
완전 깔끄막을 거꾸로 치고 올라가란다.
김기신이 오야지고 동생인 기달이가 전공장 처럼 있었는데 일을 이따위로 시키는 것이다.
조생휘와 둘이서 탔는데 생휘도 나도 죽는 줄 알았다.
막판에는 한 번 땡길 때 마다 우리 애들 이름을 속으로 또는 중얼거리며 울부짖으며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어 겨우 올라갔다.
이후로 가선 현장을 떠난 것 같다.
가선을 하는데 그라운드에 삼바리를 매고 거기에 긴샤를 걸고 전선을 통과시키는데 삼바리가 자꾸만 넘어가서 진땀을 빼고,
또 한 번은 그라운드에 나무만 대고 그 위로 태워 보내는데 힘이 얼마나 받는지 나무를 파고 들어 곧 끊어지게 생겨서 또 진땀을 빼고...
이 태백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하여간 이 후 긴선 가선 현장은 안 간 듯 하다.
하루는 눈이 와서 일을 못 하고 쉬게 되었는데,
한강의 발원지라는 삼수령의 검룡소를 가봤는데 신비롭기도 하고 심지어 좀 섬찟하게 무섭기도 했다.
한 겨울 적막한 산 속의 검룡소는 외경스러웠다.
시내 한 가운데의 황지연못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구문소의 경관도 신이하다.
그 주변의 산자락에 있는 어느 묘에 가보기까지 했는데 그 비명이 참으로 좋은 듯 하여 태백시에 건의해서 구문소에 연계하여 볼 수 있게 조치할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여기 구문소 근처에는 황지 연못의 전설과 연계되는, 황부자 며느리의 모양이라는 바위도 있다:
하루는 황부자네 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왔다가 인색한 황부자의 쇠똥 시주를 받게 되고,
이 때 애기를 업고 방아를 찧던 며느리가 쌀 한 됫박을 재차 시주하였으니,
이를 가상히 여긴 스님 왈, 황부자의 가운이 다 했으니 따라 나서라고 권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뒤 돌아보면 안 된다고 했으나,
동행하여 구문소 근처까지 왔을 때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청천벽력 같은 뇌성에 놀라 엉겁결에 뒤 돌아보게 되었고
이때 그만 돌로 화했다하며
이 때의 뇌성벽력으로 황부자네 집이 가라 앉으며 황지연못이 되었다 한다.
(내 기억에는 “황지연못 -- 구문소 -- 황부자 며느리 바위”가 한 세트로 되어 있는데 이제 글을 보충하며 다시 찾아보니,
황부자 며느리상 바위는 삼척 가는 쪽인 미인폭포 근처에 있단다.
그러나 나의 기억 체계가 이러한 전설과는 더 잘 맞는듯 하여 그대로 둔다.)
낙동강의 발원지를 통상 황지연못이라고 하나,
지리학적으로 정확히는 금대봉 남쪽 계곡(너덜샘)으로 봄이 타탕하다.(http://ko.wikipedia.org/wiki/낙동강)
한강의 발원지도 통상 오대산 외통수라고 하나,
상기한 대로 검룡소가 지리학상 최장길이 발원지론에 부합한다고 한다.
당시에 또 어느 날인가는 태백산 정상까지 등반하기도 했는데
한 겨울 설경 속의 태백산도 좋았다.
이렇듯 어느 지역에 가면 명소라고 하는 곳을 둘러보길 즐긴다.
(계속)
첫댓글 대동맥을 잇는 기간산업의 역군들 이야기, 이건 한편의 드라마,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