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관음도〉
김홍도가 그린 간송미술관 소장의 〈남해관음도〉는 주름이 많은 긴 가사자락을 파도 위에 드리우고 장엄하게 서 잇는 자연스러운 꽃으로 된 화관(花冠)을 쓴 앳띤 모습의 관음보살과 버들가지가 꽃힌 정병을 손에 받쳐들고 관음 뒤에서 살짝 얼굴을 내민 동자가 화면 중앙에 그게 부각되어 있다. 관음의 옷 주름은 복잡한 양상의 변화가 풍부한 담묵의 꾸불거리는 필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사의 앞단과 긴 끈은 짙은 윤묵의 강렬한 필선으로 강조되어 있다. 또한 동자의 선염으로 처리된 회색 옷과 강렬한 농묵의 의습선으로 인해 화면에 강한 악센트를 부여하였으며 관음의 가사표현과 대조를 이룬다. 정병에 꽃힌 버들가지, 동자등을 함께 표현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보타락가산의 암반 위에 앉아서 선재동자의 청문을 듣는 수월관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음을 좌상 대신에 파도 위에 서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도상학적으로 희귀한 예에 속하는 〈관음도〉라 하겠으며 김홍도의독창성이 돋보이는 걸작이라 하겠다.
화면 오른쪽에는 송월헌(松月軒) 임득명(林得明: 1767~1822)이 행서체(行書體)로 쓴 다음과 같은 발문(跋文)이 있다.
쓸쓸히 홀로 벗으나 매닌데 없으니,
구름 자취 학(鶴) 모습 더욱 짝 할 수 없네
이미 삼천리 안에 앉지도 않았고,
또한 삼천리 밖에 서지도않았으니
이는 천리마가 봄바람 살랑이는 광야에 잇는 것 같고,
신령스런 용(龍)이 밝은 달 비추는 창해에 잇는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람비니원(籃毘尼園) 가운데 연꽃 위에 탄강하시고,
천하에 무위도(無爲道)를 행하시어,
고해(苦海)에 빠진 이들을 건져내시며,
불난 집에서 불타는 이들을 구해 내시었으나,
초연히 창해만리 밖에 우뚝 서 계시니,
천상천하에 오직 내 홀로 존귀하다는 글귀대로 이로구나.
역시 임득명이 쓴 화면 왼쪽 상단의 전서체(篆書體)의 제발(題跋)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남쪽 비니원(毘尼園) 연화위에 내려서 천하에 무위의 도를 행하고, 고해(苦海)에 잠기는 것을 구하고, 화택(火宅)에서 불타는 것을 구하고, 초연히 창해만리에 서서 유아독존의 설(說)을 말한다"라고 적혀 있다.
종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