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 소화전은 도로변에 우뚝 서있는 십자가 형태의 그것이다. 보통의 경우 65mm 방수구 두개가 달려있으며, 간혹 더 큰 방수구 하나가 추가되어 세개의 방수구가 달린 경우도 있다. 소방차 탱크만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엄청난 규모의 화재가 발생시에 소방호스를 이용하여 소방차에 물을 계속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유래는 런던 대화재때 물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사람들이 도로 밑의 수도관을 파내서 사용한 것에서부터다.
소화전의 가장 위쪽에 있는 것이 밸브이고, 양쪽에 달린 것이 캡이다. 캡과 밸브는 정사각형의 돌출부가 있는데, 여기에 소화전 렌치를 끼워서 돌리도록 되어있다. 캡은 악력이 좋다면 손으로도 어찌저찌 열 수 있지만 밸브는 절대 무리다. 소화전 렌치로도 상당한 힘을 요한다. 캡은 단순히 이물질 유입 방지 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물건이다. 양쪽의 방수구가 서로 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호스를 연결하고 방수하려면 한쪽은 캡이 단단히 닫혀있어야한다. 이 캡이 없으면 수압이 전부 새버려서 제대로 물을 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캡을 팔아먹기 위해 절도하는 자들이 있다니 참(…).
도시에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시설 중 하나로, 대형 화재 진화시에 소방차 중 펌프차가 이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한다. 소방차가 쓰는 물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최대 방수시 수천리터가 십 수분이면 사라진다) 굵은 수도관을 사용하고 수압이 강하며, 이때문에 액션 영화의 차량 추격씬을 보다 보면 이걸 박고서 도로 한 가운데에서 거대한 분수처럼 물이 솟구치는 광경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주로 개가 오줌을 싸는 기둥 1호, 혹은 빈민가 여름철 공동 샤워장(…), 옆에 불법주차 했다 딱지 떼이는 물건(…) 정도.
딱지를 떼는 건 국민한테서 세금 좀 뜯어보겠다는 얄팍한 수가 아니다. 소화전 옆에 차를 주차하면 호스를 연결하는 데 정말 애로사항이 꽃피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다. 영화
분노의 역류에선 빡친 소방대원들이 소화전을 막고 있는 차의 유리창을 개발살내버린 후, 양쪽 창문을 가로질러 호스를 연결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적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런다(…). 불을 꺼야하는데 물이 모자라면 어떤 꼴이 나겠는가… 소화전 옆에 주차하는 것은
소방서 셔터 앞에 주차하는 것이나 비상출동하는 소방차량 앞에서 얼쩡대는 짓과 동급이다.
참고로 소화전하고 비슷하게 생겼지만 건물 벽에 붙어있는 스프링클러 송수구라든지 비슷한 이름이 붙은건 소화전이 아니다. 이건 소방차(펌프차)가 연결해서 건물 내의 스프링클러에 물 공급할 때, 즉 넣을 때 쓰는거다. 그러니까 소화전-펌프차-스프링클러 송수구-스프링클러 순. 왜 소화전하고 스프링클러하고 직결시키지 않았냐고? 소화전이 그 건물 전용의 설비도 아닌데다가 소화전의 수압으로는 부족해서 소방차의 고압펌프가 필요하기 때문. 소방차가 안 와도 건물 자체 물탱크가 있으니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긴 하는데 그거 다 쓴 뒤에는 이걸로 물을 공급한다.
사용하고 나면 배관 속의 물이 빠지도록 자동 드레인 기능이 붙어있곤 하지만, 겨울철에 동파가 많이 되다보니 소방서 앞의 물건은
열선을 감아두거나, 보온재 등으로 감싸두는 광경이 보이곤 한다. 거의 매일 쓰다보니 이런 조치라도 취하지 않으면 겨울에는 얼어붙기 딱 좋다. 출동 후 물을 썼으면 바로바로 채워둬야하는데 소화전이 얼면 진짜 큰일이다. 그러고 있는데 화재 신고라도 들어오면(…).
지상식 소화전은 도로를 청소하는 노면청소차에 물을 공급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된다. 몇몇 구의 경우, 아예 소화전에 '화재진압 및 도로 물청소용' 같은 문구를 붙여놓는다. 노면청소차의 경우 연결구에 보통 캠록 커플링을 사용해서 소방호스와 급수구 규격이 다르지만, 한쪽은 소화전에 한쪽은 차량에 연결되는 호스를 만들어 쓴다. 소방용 설비를 물청소에 쓰니 이상해보일 수 있지만, 어차피 소화전의 물도 수돗물이니 별 상관 없다. 작업현장에서 바로 급수를 하니 시간도 절약되는 거고…
요즘에는 동파 방지와 미관상을 이유로, 지하로 수납되는 소화전도 있다. 제수변(밸브)를 열면 수압이 들어오면서 쑥 올라오는 구조… 이긴 한데, 문제는 그 위에 누가 주차를 해버리면 정말 속수무책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 지하식 소화전의 공통된 단점. 유리창은 싸기라도 하지 이건 뭐 차를 밀어버릴 수도 없고.
위의 물건처럼 자동으로 올라오는 것보다는 조금 뒤떨어지지만, 지하에 연결구가 있어 스탠드파이프라는 물건을 연결해 옥외 소화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하 소화전도 있다. 위의 물건과 비슷한 형태이다. 도로의 맨홀 뚜껑 중, 소화전이라 적혀있고 테두리에 노란 페인트로 색칠된 곳이 있다면 그것이 지하식 소화전이다. 물론 주차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