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쯤 사막을 더 달렸을 때 앞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보였
다. 좀처림 없는 일이다. 이곳은 사하라 사막의 중심부로 위성사
진으로 보아도 리비아군은 밤에 불을 켜지 않는다.
「저곳이야.」
사내가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였다.
「라이트를 세 번만 켰다가 꺼.」
쟈크가흘낏 피에르를 보았다가사내의 말대로 했다. 12시 10분
전이 되어가고 있었다. 좌표상으로는 리비아군 기지가 5킬로미터
전방이었으니 그들이 마중나왔다고 보여졌다.
「놈들이 라이트를 껐는데 .」
쟈크가 혼자소리처럼 말했지만 피에르도 이미 알고 있었다. 불
빛은 자동차의 라이트인 모양이었다. 이쪽에 안내등으로 켜놓고
있다가 신호를 받고 나서 끈 것이다. 사막은 어둑해져 있었지만
라이트를 켜지 않아도 달리는 데 지장이 없다. 트럭은 곧장 불빛
이 비췄던 곳을 향해 달려나갔다
「상사님 , 트럭이오.」
잠시 후에 쟈크가 앞을 보며 말했다. 리비아군 사막용 트럭이
다 그리고주위에 서 있는 대여섯 명의 윤곽도드러났다.
「카메라를 가져올걸 잘못했다. 」
됫자리의 멀빈이 입을 열자 술냄새가 맡아졌다.
「리비아군하고 같이 사진찍은 사람은 없을걸? 우리 부대에서
말이야.」
차는 트럭의 30미터쯤의 앞쪽에서 멈춰섰다.
「잠간 이곳에서 기다려 .」
사내가 피에르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이야기를 하고 올 테니까.」
차에서 내린 사내가 트럭 쪽으로 서둘러 다가갔다.
「도대체 저 자식은 윌 하려는 거야?.
멀빈이 그의 됫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 상자는 뭐야?.
「알아서 뭐해?.
담배를 꺼내 입에 문 쟈크가 불을 붙였다.
「정치적인 일이야.」
리비아는 대부분의 서방국가와 단절된 상태였고 프랑스도 마찬
가지인 것이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했으나 아직도 밀접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니제르도 리비아와 국경문제로 마찰이
심한 상태였다.
「정치가 놈들은 하룻밤 사이에 적을 동지로 만드는 재주가 있
어 .」
쟈크가 길게 연기를 뿜었다. 그는 파리출신으로 지하철 매표원
이었다고 했다. 경력 5년의 하사로 피에르를 형처럼 따른다.
트럭 뒤쪽에서 리비아군 서너 명에 둘러싸여 있던 사내가 그들
에게 다가왔다.
「상자를.」
차옆에 선 그가 짧게 말하고는 피에르를 바라보았다.
「저쪽으로 옳겨주게, 상사.」
「쟈크, 멀빈.」
차에서 내린 피에르가 옆으로 비켜섰다.
「이 빌어먹을 상자를 저쪽으로 옮겨라.」
「저놈들을 시키면 안 되우?.
멀빈이 사내에게 투덜거렸으나 차에서 내렸다. 차에 실을 때에
도 무거워서 애를 먹었던 것이다.
사내와 함께 그들이 상자를 들고 트럭으로 다가가는 동안 피에
르는 차에 기대 서 있었다. 이제 밤하늘에 별이 또렷해졌고 주위
는 그만큼 어두워졌다 하루 중 이 시간에는 죽은 것 같았던 사막
이 생기를 드러낸다. 대지가식어가면서 곤충이 보이고 식은바람
이 부는 것이다
피에르는 셔츠의 단추를 채웠다 그 순간이었다. 총소리가 메마
르게 두 번 울렸으므로 그는 무의식중에 허리에 찬 권총을 움켜쥐
었다. 그 순간 다시 총소리가 울리면서 배에 충격을 받은 그는 허
리를 굽혔다. 그러나 이미 한 손에는 권총을 쁩아쥐고 있었다.
「쟈크! 멀빈!,
목청껏 소리쳤으나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거의 뱉어지지 않는
것을 알았다.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그는 방아치를 당겼다. 발사
음이 귀를 울렸을 때 피에르는 자신을 향해 번쩍이는 섬광들을 보
았다. 총성을 들으면서 그는 모래 위에 얼굴을 묻었다
「이곳에 묻으면 안 돼 , 놈들이 찾아나설지도 모른다. 」
누군가가 굵은 목소리의 아랍어로 말하면서 다가왔다.
「트럭에 실어라.」
플래시가 자신의 몸을 비친으므로 피에르는 숨을 죽였다. 아직
자신은 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배와 가슴 그리고 어깨에 한 발
씩을 맞았으니 곧 죽는다.
사내의 발끝이 어깨밑을 파고들더니 자신의 몸을 젖혔다. 이제
플래시의 불빛이 정면을 비췄다.
「이놈은 세 발이나 맞았군.」
피에르는자신의 팔과다리가 잡혀 들려지는것을느꼈다 트럭
에 실으려는 것이다.
「이봐, 마르텡 씨 . 당신은 저 차로 떠날 작정 인가?.
예의 굵은 목소리가 이번에는 프랑스어로 물었다.
「서둘러야될 거야.날이 밝기 전에 사막을 벗어나려면.」
「북쪽 길은 미리 조사해 두었어 」
대답한 것은 기지에서 같이 타고온 사내다
트럭의 뒤쪽에 던져진 충격 때문에 피에르는 이를 악물었다. 극
심한 고통으로 온몸의 모발들이 칼날처럼 일어서는 느낌이었다.
고통을 느낄 정도면 아직 죽을 때까지는 시간이 있다. 그는 자신
의 몸에 엉켜져 있는 팔다리가 쟈크와 멀빈의 몸인 것을 알았다.
트럭 위로 군인들이 오르자 곧 트럭은 출발했다. 사막용 트럭은
뒤쪽이 화물칸이다
트럭이 흔들릴 때마다 어깨와 가슴에 격심한 통증이 왔으므로
그는 손을 뻗쳐 가슴을 눌렀다. 금방 손바닥이 흥건하게 피로 젖
었다. 이를 악문 그는 상체를 조금 세웠다. 칸막이 안쪽의 병사들
은 이쪽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엉켜진 시체의 허리춤을 뒤졌다. 쟈크는 언제나 뒤쪽 벨트
안에 베레타를 꽃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곧 묵직한
권총이 만져졌으므로 그는 짧게 숨을 뱉었다. 차가 옆으로 기울면
서 덜컹대는 바람에 그의 몸이 트럭 칸막이에 부딪쳤다. 피에르는
베레타를쥔 채로 좌우를 둘러보았다. 이쪽 차는 이미 간 곳이 없
고 사막을 달리고 있는 것은 이 트럭뿐이다. 트럭이 이번에는 반
대쪽으로 기울면서 달렸다. 다시 그쪽으로 몸이 쏠린 피에르는 칸
막이 위로 상체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모래 위에 거꾸로 떨어져
내렸다. 바퀴로 얼굴을 스치면서 트럭은 곧 멀어져 갔다
외인부대의 파견대장 부루노 소령이 마침내 와락 목청을 높
였다
「도망치다니?내 부하를 모욕하지 말어!그리고 어떤 미친놈이
임무중에 손님을 끼고 도망을 친단 말인가?.
그가 손끝으로 앞에 앉은 두 사내를 번갈아 가리켰다.
「난 아무래도 당신들이 이상해. 부대장 지시가 올 때까지 당신
들은 이곳에 있어 줘야겠어 .」
「그것은 우리도 원하는 바야.」
사내 하나가 뱉듯이 말했다
「우리도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이곳에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
어 .」
이미 중대한 사건이 된 것이다. 외인부대원 세 명이 공작원 한
명을호위하여 리비아국경 안으로들어간후에 모두실종된 것이
다. 귀대하기로 예정된 시간보다 열다섯 시간이나 지났으니 분명
한 사고였다.
옆쪽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는 손님중의 선임자로 프랑스 보
안부대의 대령 이었다.
「소령, 당신 부대원이 호위하고 간 사람은 국방부의 구매담당
보좌관 마르텡 씨야. 그리고 그가 가져간 상자는 리비아군이 보유
한미라주전투기의 레이더 전자장비 부품이야.」
그가 충혈된 눈으로 부루노를 바라보았다.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국가적인 문제가 되네. 물론 소령
도 잘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부루노가 입술끝만 비틀고 웃었다.
「당신들 하는 짓은 항상 그렇지 . 당신들이 일을 저지르면 방패
막이가 되는 건 언제나 야전군이야.」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에 부루노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리비아
는 서방국가는 물론 전세계의 국가로부터 무기수입을 금지당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번 사건이 노출되면 부대장급 정도에서 끝날 일이 아니
었다 내각이 붕괴할지도 모른다. 나토 회원국은 물론이고 미국정
부는 강력한 항의를 해을 것이었다 이것은 서방국가에 대한 배신
행위였다. 대령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열시 정각에 저쪽과 만나기로 되어 있으니 안내를 붙여주게,
소령 .」
「바슬로프 대위를 데려가시오.」
뱉듯이 말한 부루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에르 상사는 내가 잘 압니다. 사막에서 길을 잃을 사람도 아
니고 사고를 일으킬 사람은 더욱 아니오.」
「저쪽도 밤새도록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는 거야.」
담배를 빼어문 대령이 흘낏 부루노를 바라보았다.
「마르텡은 4백만불어치의 첨단 전자장비를 갖고 있었어 소
령 .」
반쯤 몸을 돌렸던 부루노가 석상처럼 굳어졌다.
「4백만불이 라고 했소?.
「그렇다네 , 소령 .」
「그것을 저쪽에 팔려고 했나?.
「그건 소령이 알 필요가 없고.」
어깨를 편 부루노가 대령을 쏘아보았다
「이제 알겠다. 내 부하가 도망쳤다. 어쨌다 했던 이유를.」
「거금이 될 장비야. 아무도 일생 동안 그만한 돈을 만질 수조차
없을걸세 .」
「마르텡이 갖고 튀었을 수도 있지 않겠소?.
「비무장 민간인이 무장한 외인부대원 세 명을 처치하고 말인
가?.
쓴웃음을 지은 대령이 머리를 저었다.
「더욱이 정부요직에 있는사람이 말이야.불가능한추측이야.」
파리 몽파르나스타워 건너편에 대리석 10층 건물이 있다. 대원
그룹은3개층을 빌려 유럽본부사무실로 쓰고 있었는데 7층이 전
자 사무실이다. 전자가 대원그룹의 주력제품인 만큼 본부장 안세
만도 전자출신이었고 직원도 많았다. 유영화가 본부장실에 들어
서자 안세만이 컴퓨터에서 시선을 몌었다. 그는 40대 후반이었지
만 백발에 주름이 깊어 10년쯤 더 들어 보였다.
「거기 앉아.」
턱으로 앞쪽 의자를 가리킨 그가 테이블 위의 서류를 들었다
「국방부의 클로비스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 추가분의 가격은 5
퍼센트 깎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는 거야.」
「잘되 었군요.」
유영화의 얼굴이 환해졌다. 5퍼센트 깎더라도 이쪽은 20퍼센트
넘게 이윤이 남는데 달러로 계산하면 2천만불이 넘는 이득이다.
유영화는 건네받은 서류를 재빠르게 훌어보았다. 국방성에서 발
송한주문서였는데 이미 본사회장의 사인까지 마쳐져 있다.
「그럼 이걸 제출하고 오겠습니다. 」
「클로비스를 만나 결제조건을 확실하게 하고 오도록.」
「알겠습니 다. 」
가볍게 일어선 유영화는 방을 나왔다. 프랑스에 이주한 한국계
2세인 그녀는 대원그룹 유럽본부에 근무한 지 3년째였다. 스물다
섯 나이의 약관이었으나 명문 파리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한데다 입사한 이후로 발군의 실적을 올려 전자의 국방부 입찰 책
임자가 되어 있었다. 주위 동료들 중 그녀의 미모가 실적에 일조
를 했다고 중상하는 자도 있었지만 패자의 변일 뿐이다. 유영화는
이미 부장(General manager)으로 입사동기보다 세 계단이나 위인
신분이 되어 있었다
첫댓글 고맙게 잘보고 있어요~~~
걸! 기대~!
감사합니다
감사~~~~~~
잘 보고 갑니다
ㅈㄷ
감사합니다
ㅈㄷ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