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승아의 별명은 닭 강정
어젯밤에도 승아는 엄마를 깨워야 했다.
“엄마!”
엄마 아빠는 깊은 잠이 들었는지 승아가 불러도 대답이 없다.
승아는 다시 엄마를 깨운다. 오줌이 마렵다. 초등학교 4학년인 승아는 지난 겨울방학부터 밤에 혼자 화장실에 가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를 깨운다.
“엄마!”
대답이 없자 방문을 두드리며 엄마를 부른다.
“왜?”
승아가 화장실 가는 것을 알면서도 잠결에 엄마는 대답부터 한다. 한 참 후에야 엄마는 잠옷 바람에 문을 열고 나온다.
“혼자서 왜 못가는 거야 도대체?”
“무서워. 귀신이 나온단 말야.”
“무슨 구신?”
“닭 강정 귀신.”
“얘는 정말.”
“정말이야.”
엄마는 화장실 불을 켜고 문 앞에 서서 기다린다. 승아가 오줌을 다 누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기지개를 펴며 하품을 한다.
승아가 물을 내리고 거울을 한 번 쳐다보더니 나온다. 그리고 방으로 뛰어간다.
엄마는 불을 끄고 승아 방에 들어와 꼭 안아주면서
“잘 자거라. 좋은 꿈꾸고.”
“응. 사랑해.”
승아는 닭 강정을 너무 좋아한다. 유명한 닭 강정을 매주 한 박스씩 주문해 먹는다. 언니는 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는 데 승아는 밥 먹을 때마다 닭 강정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 별명도 닭 강정이다.
“승아는 닭 강정 만드는 집으로 시집가라.”
아빠는 승아에게 닭 강정 집으로 시집가라고 할 정도다.
겨울 방학이 시작된 첫날,
점심을 먹고 공부를 하던 승아는 닭 강정 한 덩어리를 가지고 화장실에 갔다. 오줌을 누면서 맛있게 먹고 있는 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닭 강정~.”
“닭 강정 맛있지?”
승아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먹던 것을 멈추고 가만히 있는 데
“닭 강정 맛있지? 지금 먹고 있는 부분은 내 가슴살이야.”
“엄마야!”
승아는 먹던 닭 강정을 던지고 옷도 입는 둥 마는 둥 뛰쳐나왔다.
“엄마! 귀신이야.”
방에서 낮잠 자는 엄마에게 달려가 화장실에 귀신이 있다고 하니
“뭐라고?”
“귀신이 있어.”
“얘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엄마, 이리 와봐.”
누워 있는 엄마 손을 잡아당기며 일으켜 세운다. 승아 손에 이끌러 화장실에 간 엄마는 안을 한 번 훅 둘러보더니
“있긴 뭐가 있어?”
“엄마, 귀신이 있어. 닭 강 정 맛있지 하고 말했다니까.”
“얘가 헛것이 보이나?”
“엄마, 내가 먹던 닭 강정 조각이 없어.”
“닭 강정 조각?”
“응. 아까 오줌 누면서 귀신이 말하는 소리에 던지고 나왔는데 없어.”
“정말?”
엄마는 화장실 안을 한 참 들여다본다.
“아무 것도 없는데?”
“분명히 내가 먹던 닭 강정 조각을 던지고 나왔는데.”
“없잖아?”
승아도 화장실 안을 한 참 보았다. 하지만 없다. 분명히 먹다 남은 닭 강정이 있어야 하는 데 없다.
“이상하다?”
엄마는 화장실 문을 닫고 스위치를 내린다. 승아는 엄마 곁에 바짝 붙어서 따라 간다.
그 뒤로 승아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엄마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어야 한다.
며칠 후에 승아는 또 엄마를 문 앞에 세우고 똥을 누고 있었다. 역시 한 손에는 닭 강정을 들고 먹고 있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 엄마가 현관문을 열러 간 사이에 화장실 거울에서 그때 봤던 닭 강정 귀신이 보였다.
“닭 강정 맛있지? 그건 내 날개야.”
“엄마!”
승아는 소리쳤다.
“잠깐. 소포 받고.”
경비 아저씨가 소포를 가지고 올라와서 엄마는 복도에서 받는 중이다.
“엄마! 엄마!”
승아는 울면서 엄마를 불렀다. 그리고 두루마리 휴지를 손으로 돌돌 마는 데
“나쁜 귀신 아니야.”
“나쁜 귀신 아니라고.”
“엄마!”
소포를 받고 화장실로 뛰어 온 엄마는
“왜?”
“엄마, 거울에.”
울면서 손가락으로 거울을 가리킨다.
“거울이 뭐 어때서?”
엄마가 보기에 거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승아 눈에만 보인다.
“거울에 닭 강정 귀신 있잖아.”
승아는 울면서 거울을 가리키지만 엄마 눈에는 보일 리 없다.
“난, 어린이들에게만 보이는 귀신이야. 또 착한 어린이들만 볼 수 있는 귀신이고.”
닭 강정 귀신이 승아를 향해 말을 한다.
“나쁜 귀신 아니야. 승아야.”
엄마는 승아 눈물을 닦아주면서
“내일 병원에 가보자.”
하신다.
승아는 엄마 방에 들어와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저녁 때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오자 엄마는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신다.
“승아, 닭 강정 많이 먹더니 이제 닭 강정 귀신도 보이냐?”
아빠는 승아를 보더니 웃으면서 한 마디 하신다.
“착한 어린이들만 볼 수 있는데 우리 승아도 착한 딸이구나.”
아빠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간다.
“승아야, 그 유명한 닭 강정 만들던 할머니가 너무나 정성을 들여서 만든 닭 강정이라 가끔 귀신이 나온다고 하더라.”
승아는 아빠 말이 정말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어린이나 착한 어린이들에게만 닭 강정 귀신은 보인단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마.”
“그래도 귀신인데 무섭지.”
“승아야, 이리 와봐.”
아빠는 승아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간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열더니
“닭 강정 귀신님. 저희 집에 온 걸 환영합니다. 우리 승아 잘 보살펴 주세요.”
하고 말씀 하신다. 그리고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승아야, 아빠 멋지신 분이구나.”
승아 귀에 닭 강정 귀신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가 멋지다고 하는 데.”
“그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빠는 몇 번을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닫고 거실로 와서
“승아야, 가서 말을 걸어 봐.”
“싫어. 무서워.”
“지금은 무섭지만 나중에 안 보고는 못 살 걸.”
그날 밤,
승아는 언니와 닭 강정 귀신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언니, 화장실에 닭 강정 귀신이 산다.”
“뭐?”
“몸집에 네모난 닭 강정 한 조각처럼 생겼는데 몸에서는 꿀이 줄줄 흘러 내려.”
“정말?”
“응. 두 팔은 길고 다리는 짧아.”
언니는
“뻥이지?”
“아니야.”
“그런데 내 눈에는 왜 안 보여?”
“언니는 착하지 않잖아?”
“요게 죽을 라고.”
“하하!”
승아와 언니의 웃음소리를 닭 강정 귀신은 들었다.
다음 날,
승아는 낮에 화장실 스위치를 올리고 문을 활짝 열었다.
“안녕, 승아야.”
“아~ 안녕.”
승아도 엉겁결에 인사를 했다.
“만나서 반가워.”
“으응.”
“난, 사람을 헤치지 않아.”
“정말?”
“응.”
“그런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박스 안에서 잠자고 있었는데 여기로 배달이 된 거야.”
“그랬구나.”
“그런데 화장실에는?”
“화장실에서 먹으려고 했던 그 닭 강정 조각에 붙어 있었는데 화장실에 가지고 와서 먹는 바람에 이 거울에 숨게 되었어.”
“그랬구나.”
“미안해. 놀라게 해서.”
“계속 화장실에만 있을 거야?”
“응. 난 화장실에서만 착한 어린이들과 만날 수 있어.”
“왜?”
“많은 어린이들이 닭 강정 귀신이 있다고 믿지 않으니까.”
“그래?”
“밖으로 외출할 때는 주머니에 넣어서 다닐 수 있어. 하지만 나랑 이야기 하고 싶을 때는 변기통이 있는 화장실로 가야 해. 그리고 내 얼굴을 보려면 손거울이 필요해”
“정말?”
“응.”
“내일 엄마랑 63빌딩에 가는 데 그럼 같이 가도 돼?”
“당연하지.”
승아는 무서운 마음이 가시고 닭 강정 귀신과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코트 주머니 속에 닭 강정 귀신을 넣고 엄마랑 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