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하지 않은 고물상
화곡동에 ‘베개 고물상’이 생긴 지도 벌써 40년이 되었다. 이 고물상 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물은 고철도 아니고 값비싼 그림도 아니다. 폐지나 고철은 다른 고물상보다 가격을 덜 쳐준다. 그래서 이곳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속상해 할 때도 있다.
베개 고물상은 처음에는 ‘행복한 고물상’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고물상이 1년도 안 되어 이름을 바꾸었다. 이유는 사장이 보기에 고물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물상 이름을 바꿔야겠어.”
“그냥 둬요. 돈 들어가니까.”
“그래도 바꿔야 돈을 더 많이 버는 거야.”
“당신은 아무튼 못 말려요.”
“당신은, 푸짐한 고물상이 좋아 아니면 넉넉한 고물상이 좋아, 또는 베개 고물상이 좋아?
“그게 그거 아니 예요?”
“이 사람아. 좀 깊게 생각해봐?”
“난, 행복한 고물상이 백 배 좋은데.”
“고물 줍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데 어떻게 행복한 고물상이야.”
“당신 맘대로 해요. 그럼.”
“알았어.”
그 뒤로 김사장은 ‘푸짐한 고물상’으로 하려다 ‘베개 고물상’으로 간판을 다시 만들어 걸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베개를 모으고 좋아한다는 마음이 움직인 것 같다. 푸짐한 고물상도 좋은 이름이라 생각했지만 마음에 담아두고 고물 줍는 어르신들에게 좀 더 푸짐한 가격을 쳐주기로 했다. 상호를 변경한 뒤 고물상은 더 번창하고 있다.
“사장님, 고물 값 정말 푸짐하게 쳐주는 거예요?”
“네.”
고물을 줍는 사람들이 간판이 바뀌자 김사장에게 한 마디씩 한다.
“저 영감이 웬일이야?”
“하기야, 베개 하나만 가져다 줘도 가격을 비싸게 쳐 주는 것을 보면 짠 사람은 아닌데.”
베개 고물상 김사장이 제일 가격을 높게 쳐 주는 게 바로 베개이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베개는 고물상에 몇 개 없다. 가격을 쳐 준 베개는 저녁에 퇴근하면서 가지고 집에 들어간다.
고물을 줍는 사람들도 김사장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또 차별화된 전략이 돈을 벌게 해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베개가 세 개나 들어왔군. 기대된다.”
김사장은 새로 들어온 베개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즐거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