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의 활약과 무신론 커뮤니티의 반응.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기독교인, 신학박사, 철학박사)는 서구권에서 많은 토론에 참여하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왔다. 크레이그가 무신론자를 상대로한 토론에서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자, 무신론자들로부터 '크레이그 좀 이겨달라.'는 내용의 하소연이 히친스나 해리스에게 쇄도하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아래에서 퀀틴 스미스가 호평하듯 크레이그는 우주론적 논증을 통해 철학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는데 크레이그의 논증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은지는 모르겠다.)
古크리스토퍼 히친스(무신론자, 저널리스트) : "저의 무신론 친구들은 크레이그를 터프하고 엄격한 학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소 토론회에 참여하기전에 '오늘 토론 행운을 빈다.' 거나 '실망시키지 말아달라.'식의 격려를 받아보지 못했는데 오늘 크레이그와의 토론회에 나오기전에는 동료들로부터 그런 격려를 꽤 받았습니다." -'Does God exist?' 토론회 사전인터뷰에서..
샘 해리스(무신론자, 철학전공, 신경과학 박사) "요즘 무신론자들에게 신의 진노를 일깨우고 있는 크레이그 박사와 토론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토론회에 나오기 전에 '지지말아달라.'는 메일을 생각보다 많이 받았습니다." -'The God Debate II' 토론회 모두진술에서..
퀀틴 스미스(무신론자, 철학박사, 서미시건 대학 교수) "윌리엄 레인 크레이그는 오늘날의 중요한 철학자중 한명이다. 신의 존재에 관한 논증에 한해서는 크레이그의 논증만큼 자주 다뤄지고 출판된 사례가 많지 않다."
c. 사람들이 '도킨스 vs 크레이그' 의 토론을 기대하기 시작.
당시 iPetitions(아고라 같은 개념)에 두 사람이 토론을 나눠야한는 서명운동이 생길정도였다.
한 청년은 도킨스에게 크레이그와의 토론을 피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도킨스와 크레이그의 토론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다보니 토론회의 스폰서들은 흥행카드로 여겨지는 두 사람의 토론회를 주최하고자 노력한다.
d. 도킨스의 거절이유1.
도킨스 : "난 수많은 토론을 해왔다. 하지만 창조론자와는 토론을 하지 않을 것이고 크레이그와 같은 전문토론가에게도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 자격요건을 갖추기를 바란다. 난 바쁜 사람이다."
도킨스는 크레이그와의 토론을 거절한다. 도킨스는 여기서 예전과는 달리 갑작스레 자격요건을 요구하며 크레이그를 전문토론가 정도로 폄하하는데 사실 퀀틴 스미스의 호평에서 볼 수 있듯 크레이그는 진지한 철학자로 평가되는 편이다. (철학논문도 150편 정도 출판했다고 한다.) 크레이그는 우주가 137억년되었고 진화론도 기독교신앙과 조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서 창조론자로 볼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 도킨스의 거절은 황당하게 여겨졌고 심지어 도킨스가 토론을 피한다는 억측도 제기되곤 했다.
e. Reasonable Faith Tour가 시작되며 도킨스와 크레이그의 토론을 다시 제안.
시간이 흘러 Reasonable Faith Tour가 시작되었고 스폰서들은 도킨스 vs 크레이그의 토론을 또한번 제안한다.
f. 도킨스의 거절이유2
도킨스: "크레이그의 자기홍보에 도움을 줄 생각이 없다."
이번에는 크레이그가 자신을 홍보에 이용한다는 이유로 토론을 거절한다.
g. 크레이그의 응답.
크레이그: "토론의 참여자는 투어의 스폰서들이 정하는 것이다. 내가 그를 지목해서 홍보를 꾀한다는 도킨스의 비난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크레이그는 투어의 방향은 스폰서들이 정하는 것이고 그간의 대결요청도 모두 자신과는 무관하게 스폰서측에서 노력한 결과인데 도킨스가 착각을 하고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거절이유도 좀 황당하게 여겨졌고 도킨스는 의외의 비난을 받게된다.
h. 보다못한 무신론자가 도킨스의 처사를 두고 겁쟁이라며 비난하게 되었고 이것이 텔레그래프에 보도됨.
영국 텔레그래프의 보도
다니얼 케임(무신론자, 옥스포드 철학박사): "내가 보기에 당신(도킨스)은 텔레비전 또는 라디오 진행자와도 기쁘게 토론해왔고, 중량급 지식인인 전미복음주의연합 테드해거드 목사와 콜로라도 헬하우스의 키넌 로버트 목사와도 기쁘게 토론을 해왔다. 이제와서 가장 유명한 기독교 변증가와의 토론에서 자리를 비운다면 당신 이력서에 겁쟁이라는 항목이 추가될지도 모른다."
사실 케임교수가 중량급 지식인라며 사례로 든 사람들은 모두 초경량급 허수아비들이다. 도킨스가 자꾸 말도 안되는 걸로 이리저리 내빼니까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도킨스를 미워하는거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무신론자로부터의 비난이라 파급력이 굉장했다.
i. 또다른 조롱.
도킨스의 버스 캠페인 "아마 신은 없을 것이다. 즐겨라."에 대한 패러디.
"아마 도킨스는 없을 것이다. 즐겨라."
2. 도킨스 거짓말쟁이로 몰리다.
a. '우연히' 어떤 무신론자의 블로그에서 크레이그의 신학을 비난하는 글을 봤다며 거절이유를 갱신.
도킨스: "크레이그의 명성이 과대포장되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의 신학이 사악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었다. ... 이제 크레이그가 학살과 영아살해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런 사람과는 자리를 함께 하고 싶지 않다."며 거절이유3을 제시.
b. '우연히' 크레이그의 사악한 신학을 알게 되었다는 도킨스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남.
도킨스는 우연히 블로그에서 크레이그의 신학을 접했다고 주장했는데 똑같은 내용으로 크레이그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도킨스의 3년전 포스팅이 발견되면서 도킨스의 주장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이를두고 무신론자들마저도 도킨스에게 실망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종종 보이는데 도킨스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해명을 남기지 않은 듯 하다.
c. 크레이그가 도킨스의 주장대로 정말 학살을 지지하는가?
도킨스가 링크한 크레이그의 의견중 일부분:
"가나인 학살은 우리의 도덕적인 감성을 불쾌하게 한다. 역설적으로 우리의 도덕적인 감성은 유대-기독교의 관습을 따라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 공평한 처사, 범죄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형성해왔는데 신명기의 학살은 이런 가치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나인을 전멸시키라는 일화는 히브리 구약에 묘사된 이스라엘의 신,야훼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리처드 도킨스의 독설과는 반대로 히브리 성경의 신은 공정하고 인내하며 동정적이다."
크레이그는 이후에 성경의 무결성을 지지한다면 어떤 논리를 펼쳐야 하는지 알아보겠다고 전제한뒤에 문제에 사변적으로 접근한다. 도킨스는 이런 전제를 다 뺴놓고 크레이그의 사변적인 내용만을 내키는데로 인용해서 크레이그가 학살을 지지한다고 과장하고 있는 것이다.
d. 도킨스는 학살과 영아살해을 지지하는 사람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도킨스가 기꺼이 자리를 같이 하는 동료들의 사상은 어떤가?
PZ 마이어스(무신론자,생물학자,미네소타 모리스 대학 교수): "신생아는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 신생아를 인간으로 보는 시각이 보편적으로 여겨진 문화는 이제껏 존재한 적이 없다. 나도 아이들을 키우지만, 신생아 시절의 내 아이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댄 바커(무신론 활동가): "도덕성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만약 강간을 해야만 인류를 보존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그 경우에 한해서-단순히 가설적인 수준에서-여성을 강간하는 것도 도덕적일 수 있다. 굉장히 고통스럽겠지만 그럼으로서 인류를 보존할 수 있다면 나는 강간을 할 것이다. 내가 역겹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그 강간으로 인해 목숨을 보존한다면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고 할 것이다."
샘 해리스: "우리가 원자를 과학적으로 정의하듯이 좋음(good)도 과학적으로 정의해야한다. 나는 좋음을 '의식적인 생명체의 복지'라고 정의하며 여기에 기반해서 과학적으로 윤리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기차를 멈춰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무고한 사람을 기차길로 밀어 희생시켜도 괜찮다."
리처드 도킨스: "영아의 극심한 고통이 예상되는 경우, 영아살해(infanticide)에 반대할 도덕적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
도킨스가 크레이그를 학살지지자로 몰아가듯 위 무신론자들의 글을 읽는다면 두 사람은 영아살해의 지지자라고 봐야 할 것이고 한 사람은 강간지지자, 다른 한 사람은 광적인 공리주의자로 봐야할 것이다. 근데 그런가? 네 사람 모두 그런 종류의 지지자가 아닐 것이며 내가 내키는 대로 인용한 탓에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크레이그도 똑같은 경우인데 도킨스는 이것을 모르고 있다.
마무리:
도킨스가 몇달전에는 겁쟁이라고 조롱받다가 요즘에는 거짓말쟁이로 조롱받게된 과정을 정리해봤다. 도킨스가 계속 핑계를 바꿔가며 그때마다 인신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도킨스의 무신론에는 별 진정성이 없어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무신론자가 도킨스를 공개적으로 조롱한 것도 인상적이다. 도킨스와는 달리 온건하고 존경할만한 무신론자들이 서구권에 많이 존재하는데(사실 대부분이 아닐까? 도킨스나 PZ 마이어스외에는 딱히 흠잡을만큼 과격한 무신론자를 접해본 기억이 없다.) 이를 계기로 그런분들을 자주 뵈었으면 좋겠고 종교인들도 이에 상응하는 자정능력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덧글
원샷원킬 2011/12/22 04:07 #
romangdy 2011/12/22 08:57 #
긁적 2011/12/22 13:42 #
심지어 기독교에 관한 기본지식도 없어요 -_-;
로크네스 2011/12/22 15:21 #
<이기적 유전자>를 위시한 진화생물학 관련 저서를 읽으세요. 도킨스가 진짜 빛을 발하는 부분은 철학논쟁이 아니라 진화생물학 쪽인데, 하필이면 <만들어진 신>때문에 이미지가 이상하게 형성돼서 '토론을 피하는 겁쟁이'니 '거품'이니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271828 2011/12/22 18:22 #
식용달팽이 2011/12/22 10:36 #
같은 무신론자 간에도 도킨스에 대한 비판이 있는 걸 보면, 그가 무신론계의 유명한 스타일 순 있어도 가장 뛰어난 무신론 변증가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유신론자들도... 지적설계론에 관한 책을 몇 권 봤는데, 이건 완전 엉망이더군요. 그래서 기독교인임에도 창조과학회같은 쪽은 조금 멀리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기독교인이라면 응당 그래야 할텐데, 아닌 사람들도 있어서... 이쪽도 자정 운동이 조금 필요하긴 합니다.
로크네스 2011/12/22 15:19 #
271828 2011/12/22 18:26 #
키릴 2011/12/22 11:03 #
도킨스는 전투적 무신론을 지향하지만, 요즘에는 진화론과 창조론이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발 물러서주기도 하더군요. 아직까지는 생명의 기원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므로 진화 이전에 창조가
있었다- 라고 하면 무신론 측에서 뭐라 말하기가 힘들어지는 면도 있고요.
크레이그와의 토론 요청을 거절하는 거야 본인 마음이니 별 상관 않겠지만, 거절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왜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모르겠네요.;;
키릴 2011/12/22 11:15 #
라고 하는데요.. 음...
271828 2011/12/22 18:40 #
키릴 2011/12/22 23:32 #
"야훼는 성 안의 사람들만을 죽이라고 했지 밖으로 도망치는 사람들까지 죽이라고 명하지는 않았으므로 이를
학살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저도 교회를 다니고 바이블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진짜 기계적으로, 객관적으로 보면 저 말이 틀렸다고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말마따나 도망치는 사람들까지 죽이라고 명했다는 건 바이블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다
야훼에게 직접 물어 이런 소릴 했냐, 안 했냐 확인할 길도 없죠.
그런데 사실 이 정도의 주장을 펼칠 정도면 토론을 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 얼마든지 다양하게 저런 식의 논지
전개를 펼칠 수 있단 말이죠. 유신론자들 중 일부도 저런 식의 논지 전개에는 매우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무신론
진영은 오죽하겠나요 -_-; 아마 도킨스도 지금 저와 비슷한 기분이 들어 저런 글을 쓴 게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종교가 과학을 방해한다" 는 주장은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습니다. 진화론 반박은 제쳐두고,
바이블에 나온 노아의 방주를 과학적으로 실험해 본 결과 이건 분명 가능한 일이다- 라고 주장하는 창조과학회나
뭐 기타 등등 기타 등등을 봤을 때요 ^^;;
271828 2011/12/23 07:24 #
2. 실제로 도킨스와 EHA(영국 휴머니스트 협회)는 키릴님이 추측하신것과 비슷한 이유로 토론을 거절했습니다. '크레이그는 훌륭한 철학자가 아니라서 유의미한 토론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EHA와 도킨스(EHA 부의장)는 여기서도 의외의 복병을 만납니다. infidel.org의 운영자(나름 수준있는 무신론 커뮤니티이며 운영자는 크레이그의 논증에 철저히 반대하는 무신론자입니다.)가 '크레이그는 비유신론(non theistic)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철학자로 평가되는 편이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사람이다. 인신공격에 치중하지 말고 크레이그의 논증을 상대하라.'며 크레이그를 변호한 것이죠. 크레이그를 향한 EHA와 도킨스의 대응이 무신론자에게도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AC 그레일링(EHA 부의장)도 크레이그와의 토론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이 나서 곤욕을 치루고 있는데 크레이그를 향한 EHA와 도킨스의 대응이 올바른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3. 종교와 과학에 대한 부분은 맞는 말씀이십니다. 창조론,지적설계론,기타등등의 경우 '종교가 과학을 방해한다.'의 예시로 사용될 수 있겠죠.
키릴 2011/12/23 12:30 #
그놈의 훌륭한 철학자가 맞네 아니네 운운은 제가 봐도 얼척없긴 하네요 -_-;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나름대로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
실성한자 2012/01/29 16:34 #
왜 타블로는 진작에 학력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지 않았을까? 개연성이 없잖아. 그렇다면 그는 분명히 그동안에 자신의 학력을 조작하려는 준비를 했을거다. 그렇게 해서 왓비컴즈는 타블로를 맹렬히 깠고, 그가 학력인증을 하자 잠수탔죠;
이 비유가 여기에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도킨스도 어지간히 자존심 상했나봅니다. 마치 키배를 뜰때 '이새끼는 어떻게 해도 못알아먹고 헛소리만 지껄이는 고장난 라디오와 같다' 라고 자각은 하지만 상대가 계속 도발을 하면 참을 수 없는 사람처럼 말이죠; 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가 창조론자와 함께한 토론들은 전부 이상하게 왜곡된것들뿐이거든요.
271828 2012/01/29 22:05 #
실성한자 2012/01/31 09:30 #
실성한자 2012/01/29 16:36 #
객관적으로 보면 크레이그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히친스와의 토론을 감상해봤습니다만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알 수가 없더군요.
271828 2012/01/29 22:06 #
쓺 2012/01/30 17:05 #
음...찾아보니 이미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고 하던데요?
271828 2012/01/30 18:02 #
- http://271828.egloos.com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