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에서 건진 행복!
글 김동석
그림
인물 / 영진, 민물가게 주인, 만수, 금수, 엄마, 아빠
사건 / 저수지에서 장어 자라를 잡아 읍내 민물가게에 팜
배경 / 영광군 두목동(학정리) 저수지

영길이가 고기를 잡은 영광군 두목동(학정리) 호수!
영길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오늘 입학식이 있는 날이었다.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영길이는 학교에 혼자 갔다. 엄마 아빠는 바쁘니까 학교에 올 시간이 없었다. 가는 길에 만식이랑 금수를 만났다. 새 자전거 그리고 교복을 입고 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영길아, 태워줄까?”
“아니, 걸어갈래.”
“그래. 다음에 봐.”
만식이와 금수는 자전거를 타고 씽 달려갔다.
“나도 자전거가 있으면 좋겠다!”
영길이는 가슴 한 구석이 허전했다. 하지만 중학교에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누나는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서울에 가서 공장에 취직했는데 영길이는 중학교에 다니니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마다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게 너무 부러웠다. 영길이도 자전거가 갖고 싶었다.
“어떻게 돈을 모으지.”
중학생이 된 영길이는 돈을 모을 생각을 했다. 이발관에서 청소하면 하루에 500원씩 준다고 했는데 엄마가 반대하는 바람에 갈 수 없었다.
“저수지에서 고기를 잡아다 팔 수 없을까?”
그렇게 생각한 영길이는 학교에서 오는 길에 물고기를 파는 가게에 들렸다.
“사장님, 혹시 물고기 잡아 오면 여기서 사주나요?”
“무슨 물고기 잡아올 건데?”
“잉어, 붕어, 장어, 자라 등요.”
“자라와 장어는 사주지.”
“자라 한 마리 잡아오면 얼마정도 돈을 주나요?”
“천 원 정도.”
“다음에 잡아 올게요. 감사합니다.”
영길이는 학교에서 돌아와 저수지에서 고기를 잡아다 팔 생각을 했다. 상수도 보호구역이라서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다. 그런데 동네 형은 몰래 들어가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아 팔기도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고기를 잡아다 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영길이는 삽과 물통을 들고 논으로 갔다. 흐르는 도랑을 막고 진흙을 파헤쳤다. 그리고 미꾸라지를 잡기 시작했다. 열 마리 정도 잡아서 집에 온 영길이는 약 2cm 정도 크기로 잘랐다. 잘린 미꾸라지를 대나무에 묶어 만든 낚시 바늘에 끼웠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들고 저수지로 나갔다. 그리고 상류부터 걸어가면서 미꾸라지 한 조각을 낀 낚시 줄을 쭉 꽂아 놓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새벽에 꽂아둔 낚시 줄을 거두러 가면 되었다.
그날 저녁 영길이는 잠을 설쳤다.
“고기가 너무 많이 잡히면 어떻게 하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한마디로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다. 한 마리도 잡히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토요일 새벽, 영길이는 저수지로 향했다. 왼손에는 비료포대를 하나 들고 걸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은 좀 추었다.
상류 쪽부터 낚시 줄을 걷기 시작했다. 첫 번째 낚시 줄에는 미꾸라지 덩어리가 그대로 있었다. 통통 불어서 덩어리가 더 커졌다. 손으로 빼서 멀리 던졌다.
“풍덩!”
소리와 함께 작은 파동이 일었다.
“고기가 먹지 않았군.”
몇 개째 꽝이었다. 쉽게 잡힐 고기가 아니었다. 그래도 영길이는 어젯밤에 꾼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남은 낚시 줄을 거두기 위해 열심히 저수지를 돌았다.
“사람들이 논에 나오기 전에 얼른 거둬서 집에 가야 했다. 혹시 누가 보고 군청에 신고하면 벌금을 물기 때문이었다.
상수도 보호구역이라서 낚시가 금지된 곳이었다.
“여기는 미끼를 먹었다.”
낚시 줄을 당겼더니 낚시 바늘만 덩그러니 따라 왔다. 미꾸라지를 고기가 맛있게 먹어 버렸다.
“그래. 잡을 수 있겠다.”
미끼를 먹은 것을 본 영길이는 얼마든지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초에 이슬이 내려서인지 신발과 바지 끝부분이 촉촉이 젖었다. 하지만 아직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고기 잡아서 돈 벌겠다는 생각이 우스꽝스럽게 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갈대밭이 무성한 곳에 놓은 낚시 줄을 잡다 당겼다. 그런데 팽팽한 줄에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잡혔다. 뭔가 잡혔다.”
주변에 흙탕물이 이는 것을 보니 분명히 뭔가 잡힌 게 틀림없었다.
“뭘까? 도대체 뭘까?”
영길이는 다시 줄을 잡아당겼다.
‘푸다닥!’
물속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물방울을 온 사방에 튕겼다. 순식간에 영길이는 옷이 다 젖었다.
“장어다!”
영길이는 물속에서 튀어 오르는 장어를 봤다. 새까만 꼬리로 물을 이리저리 치면서 도망치려고 했다.
영길이는 힘껏 낚시 줄을 당겼다.
가슴이 쿵쾅 뛰었다. 무섭기도 했다.
그렇게 영길이는 처음으로 장어를 한 마리 잡았다.
“와! 크다.”
“잡았다! 장어를 잡았다.”
영길이는 소리쳤다. 그리고 남은 낚시 줄을 거두러 갔다.
“너무 좋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미끼를 먹고 걸려든 장어를 보니 너무 행복했다.
낚시 줄을 다 수거하고 보니 손바닥만 한 붕어 한 마리와 장어 한 마리를 잡았다.
영길이는 고기를 넣은 비료포대를 들고 씩씩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장어 한 마리 잡았어요.”
“장어! 어디서?”
“저수지에서.”
“장어를 잡았다고!”
“붕어도 한 마리 잡았어요.”
“잘했다. 아빠 장어탕 해주자.”
영길이는 시장에 가지고 가서 팔 생각이었는데 엄마가 아버지에게 장어탕을 해준다는 말에 그만 포기했다.
“형, 고기 잡았어?”
어제 미꾸라지를 칼로 자르는 것을 본 막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더니 고기부터 잡았는지 물었다.
“잡았지. 장어랑 붕어.”
“정말?”
“그래.”
“어디?”
“장독대 앞에 있어.”
방에서 나온 막내는 장독대로 달려갔다.
“와! 와! 장어다. 크다!”
막내는 비료포대를 열어보더니 신난 기분이었다.
“장어 갔다 팔 거야?”
“아니. 아빠 장어탕 끓여드릴 거야.”
저수지에서 잡은 첫 번째 장어는 그렇게 아빠가 드셨다.
다음 날, 저수지에서 영길이는 잉어 한 마리와 자라 한 마리를 잡았다. 잉어는 엄마가 끓여 먹는다고 하고 자라는 읍내에 가지고 갔다.
학교 가면서 들고 가는 비닐봉지에 담은 자라는 제법 무거웠다.
“아저씨, 자라 한 마리 잡아왔는데 얼마 받을 수 있어요?”
“허허! 정말 잡아왔구나.”
“어디 보자. 좀 작다. 이건 1,000원 주마.”
“네.”
영길이는 자라 한 마리를 잡아서 민물고기 파는 가게에서 천 원을 받았다.
“이렇게 매일 돈을 벌면 되겠다.”
영길이는 돈을 모으면 친구들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제일 먼저 사고 싶었다. 동생들도 태워줄 생각이었다. 학교까지 걸어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살 돈을 모으려면 열심히 모아야 했다.
영길이는 매일매일 저수지에 낚시 줄을 놓고 잡은 자라, 잉어, 장어 등을 팔아서 돈을 차곡차곡 모아갔다.
큰 자라를 두 마리 판 날은 3,000원을 받기도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영길이는 논으로 미꾸라지를 잡으러 갔다. 너무 신나서 힘들지도 않았다.
막내 동생도 형을 따라서 미꾸라지를 잡으러 갔다. 형이 돈이 생기면 아이스크림을 동생들에게 사주기 때문이었다.
“형. 오늘도 아이스크림 사줘?”
“알았어.”
저녁때가 되자 영길이는 저수지로 향했다.
어제 영길이는 처음으로 일기장에 저수지에서 낚시 줄로 고기를 잡은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칭찬도 받았다.
“영길이는 벌써 돈을 버는 구나!”
하시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고기를 잡으니까 일기 쓰는 게 더 재미있다!”
영길이는 저수지에서 고기 잡는 일을 하면서 학교 가는 게 재미있었어요.
고기 잡아서 돈 버는 영길이는 벌써 저금통에 만 이천 원이나 모았다. 곧 자건거를 살 것 같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