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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돼지와 노란병아리!
글 / 김동석
그림 /
010-7334-4876
인물 /
사건 /
배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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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삼촌을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유나는 삼촌에게 전화했다.
"삼촌!
치킨 먹고 싶어!"
유나는 치킨을 매일 먹었다.
"양념!
후라이드!"
삼촌은 유나에게 묻지도 않고 둘 중에 하나 골라보라는 대답만 했다.
"후라이드!"
유나는 양념보다 후라이드를 좋아했다.
"삼촌!
콜라도 추가!"
"알았어!"
하고 대답한 삼촌은 사무실에서 나와 치킨을 시켰다.
아마도 30분 후에는 치킨이 유나에게 배달될 것이다.
..
"김과장!
치킨 먹고 싶어?"
복도에서 치킨 시키는 유나 삼촌을 보고 김부장이 물었다.
"아닙니다!
조카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해서 시켜준 겁니다."
김과장은 얼떨결에 조카에게 치킨 시킨 이야기를 했다.
"그럼!
시키는 김에 우리도 몇 마리 시켜 줘!"
김부장은 바쁘지 않은 사무실 분위기를 보더니 김과장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유나 삼촌은 양념치킨 세 마리, 후라이드 치킨 세 마리를 사무실로 배달시켰다.
"이런! 이런!
도대체 치킨을 몇 마리나 시킨 거야!"
유나 삼촌은 생각지도 않은 돈이 들어가서 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유나야!
후라이드 한 마리! 콜라 한 병!
두 가지 시켰으니 맛있게 먹어!"
삼촌은 유나에게 다시 전화해 치킨 배달이야기를 했다.
"삼촌!
사랑해!"
유나는 삼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
'딩동! 딩동!'
유나 집 초인종이 울렸다.
"나가요!"
유나는 신나게 달렸다.
"치킨 배달입니다!"
"감사합니다!"
유나는 치킨을 들고 들어와 식탁에 앉았다.
엄마도 아빠도 회사에서 돌아오려면 아직도 몇 시간이나 남았다.
"하하하!
먹어볼까!
역시 치킨은 배달시켜 먹어야 맛있지!"
유나는 치킨 상자를 열고 닭다리 하나를 들고 살을 한 입 가득 뜯었다.
"역시!
한국 치킨은 맛있다니까!
콜라!
콜라도 딸아야지(따라야지)!"
유나는 닭다리를 내려놓더니 큰 머그잔을 들고 와 콜라를 한 가득 따랐다.
'크아아! 크아아아!'
콜라를 따른 머그잔에서 거품이 일면서 악마가 웃는 목소리같은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 크아아악!"
콜라를 한 모금 마신 뒤 따라했다.
"본격적으로 먹어 볼까!"
유나는 다시 닭다리살을 뜯기 시작했다.
"유나야!
치킨 배달 왔어?"
하고 삼촌이 전화했다.
"사무촌(삼촌) 버얼써(벌써) 머코(먹고) 이써(있어)!"
"알았어!
맛있게 먹어!"
"크응(응)!"
유나는 대답을 하고 입안에 가득한 닭다리살을 야금야금 씹었다.
'끄억!'
치킨을 먹은 뒤 가끔 마신 콜라는 유나에게 트름을 하게 만들었다.
'끄억! 끄어억!'
유나는 혼자서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었다.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삼촌에게 한 마리 더 시켜달라고 할까!"
유나는 손을 씻고 삼촌에게 전화했다.
"삼초온(삼촌)!
치키인(치킨)!"
"맛있었다고!
알았어!
삼촌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 해!"
하고 말하더니 삼촌은 전화를 끊었다.
"뭐야!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유나는 치킨 한 마리 더 부탁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한 마리 더 먹어야 하는 데!"
하고 말하더니 유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신호가 갔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쁜가!"
유나는 전화를 끊고 한 참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렇지!
아빠에게 하면 되지!"
유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따르릉! 따르릉!'
"공주!
무슨 일이야?"
아빠가 전화를 받더니 딸에게 물었다.
"아빠!
치킨! 치킨 한 마리 먹고 싶어요!"
하고 유나가 말하자
"치킨!
오늘 배달부가 출근하지 않아서 배달하지 못한다고 뉴스 나왔어!"
하고 아빠가 말하자
"무슨 소리야!
조금전에도 삼촌이 치킨 배달시켜 줘서 먹었는데!"
하고 유나가 말하자
"하하하!
공주!
치킨은 하루에 한 마리만 먹어야지!"
하고 아빠가 말하자
"한 마린 부족해!
한 마리 더 먹어야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고 딸이 큰 소리로 말하자
"아빠 바쁘니까 엄마에게 시켜달라고 해!"
하고 말하더니 아빠가 전화를 끊었다.
"뭐야!
세상에서 제일 딸을 사랑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유나는 치킨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래도 치킨은 먹어야지!"
하고 말하더니 유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따르릉! 따르릉!'
한참동안 신호가 갔지만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엄마가 많이 바쁜가!
우리 엄마는 딸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니까!"
유나는 엄마랑 전화 통화가 안 되자 고민했다.
"역시!
삼촌에게 전화해야지!"
유나는 다시 삼촌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삼촌도 바쁜 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
치킨 한 마리 더 먹어야 한다고!"
유나는 핸드폰을 소파에 던지며 큰 소리로 외쳤다.
결국!
유나는 치킨 한 마리 먹고 저녁을 맞이했다.
..
"엄마!
왜 전화를 안 받아!"
회사에서 돌아온 엄마에게 유나는 짜증섞인 말투로 물었다.
"바쁘니까!"
하고 말한 엄마는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아고! 아고!"
"유나야!
엄마 다리 좀 주물러 주라!"
"10분에 천 원!"
"뭐라고!"
"10분에 천 원!
한 시간에 오천 원!"
유나는 엄마를 안마해주고 받은 돈으로 치킨을 사먹을 생각이었다.
"됐어!
저걸 딸이라고 키우다니!"
엄마는 짜증을 내며 말했다.
"호호호!
알았어!
다시 부르면 시간당 천 원씩 더 받을 거야!"
하고 말하더니 유나는 안방에서 나갔다.
"곧 부르겠지!"
유나는 엄마가 곧 부를 것이라 생각했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항상 딸에게 다리 안마를 부탁했었다.
"유나야!"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딸을 불렀다.
"왜!"
유나는 자기방에서 꼼짝도 않고 대답만 했다.
"이리 와봐!"
엄마는 침대에 누워 딸을 불렀다.
"엄마가 이리 와!
나 공부하니까!"
하고 말한 유나는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호호호!
내가 쉽게 엄마 꼼수에 넘어가지 않지!"
유나는 엄마가 또 부르면 치킨시켜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엄마는 유나를 부르지 않았다.
..
"엄마가 왜 안 부르지!"
유나는 엄마가 누워있는 안방이 궁금했다.
"혹시!"
하고 말한 유나는 안방으로 달려갔다.
"뭐야!
잠들었잖아!"
엄마는 힘들었는지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뭐야!
치킨 한 마리!"
유나는 머릿속으로 계산한대로 돌아가지 않자 짜증이 났다.
"엄마!
저녁 먹어야지!"
유나는 큰 소리로 자고 있는 엄마에게 소리쳤다.
"아써(알았어)!
조그만(조금만) 이따가(있다가)!"
엄마는 잠결에 딸에게 대답했다.
"배고프단 말이야!"
유나는 더 크게 소리쳤다.
"저기!
해바(햇반) 있잖아!"
하고 엄마는 말하더니 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뭐야!
딸이 배고프다고!"
하고 유나가 말했지만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
"오늘은 포기할까!
아니면 삼촌에게 전화를 할까!"
유나는 소파에 누워 곰곰히 생각했다.
"삼촌이 전화를 받을까!
바빠서 안 받으면 어떡하지!"
하고 생각한 유나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오늘은 포기!"
하고 말한 유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돼지야!
돈 좀 써야겠다!"
유나가 빨간돼지저금통을 보고 말했다.
"무슨 말씀!
혹시 제 배를 가를 생각이라면 안 됩니다."
하고 빨간 돼지저금통이 말했다.
"만 원만!
아니 이만 원만 쓸게!"
유나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빨간돼지저금통에게 말했다.
"어디다 쓸 건데요?"
"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치킨을 사먹을 거야!"
"그건!
절대로 안 되요!"
"왜!
내돈이잖아!"
"무슨 소리예요!
돼지에게 준 돈은 돼지 거라고요!"
"야!
내가 오늘같은 날 쓰려고 저금통에 넣어둔 거야!"
하고 유나는 빨간돼지저금통을 보고 말했다.
"내가 달라고 한 적 없잖아요!"
"그랬지!"
"내게 준 돈은 내가 맘대로 쓸 권한이 있어요!"
"뭐라고!
이게 죽을라고!
다시는 돈 안 준다!"
"맘대로 하세요!"
빨간돼지저금통도 큰 소리쳤다.
"기다려!"
하고 말한 유나는 부엌으로 가더니 큰 식칼을 들고 들어왔다.
"엄마야!"
빨간돼지저금통은 큰 식칼을 처음봤다.
"봤지! 봤지!
이 식칼로 배를 갈라 돈을 다 빼갈 거야!"
"그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빨간돼지저금통도 뱃속에 든 돈을 지키기 위해 큰 소리쳤다.
..
"이만 원만!"
"안 된다니까요!"
"할 수 없다!
오늘 돼지를 잡아야겠다!"
"오늘 돼지를 잡으면 악마의 저주를 받아요!"
"뭐라고!
악마의 저주!"
"이게 협박도 할 줄 알고!
그래도 소용없어!
넌! 오늘 제삿날이야!"
"웃기시네!
네가 제삿날이 되면 주인도 제삿날이 된다는 것 모르세요!"
빨간돼지저금통도 주인을 닮아서 큰 소리치는 데는 소질있었다.
"죽고 싶다 이거지!"
주인님!
하루에 치킨 한 마리!
한 달이면 삼십 마리!
일 년이면 삼백육십 마리!
한 마리 치킨 값을 만 원이라고 하면 얼마인 줄 아세요?"
빨간돼지저금통이 유나에게 물었다.
"뭐가 그렇게 복잡해!
난! 치킨이 먹고 싶어서 돈이 필요하다고!"
유나는 빨간돼지저금통을 보고 화를 냈다.
"365 × 10,000 =3,650,000원
이렇게 큰 돈이란 걸 좀 알았으면 합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유나는 빨간돼지저금통이 말하는 돈을 세워보더니 깜짝 놀랐다.
..
유나는 결국 빨간돼지저금통 배를 가르지 못했다.
치킨 한 마리 더 먹고 싶었던 유나는 꿈속에서 빨간돼지랑 놀고 있는 노란병아리를 봤다.
"안녕!"
유나가 인사했지만 귀엽고 깜찍한 노란병아리는 들은 척도 안했다.
"날 무시하다니!
내가 얼마나 치킨을 좋아하는 데!"
유나는 노란병아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크면 잡아먹을 거죠?"
노란병아리가 유나에게 물었다.
"호호호!
당연하지!"
유나는 노란병아리가 빨리 컸으면 했다.
"기다리세요!"
하고 말한 노란병아리는 빨간돼지랑 멀리 사라졌다.
"치킨! 치킨!
노란병아리 치킨!
빨간돼지배를 갈라 돈을 꺼냈어요!
유나는 그 돈을 들고 치킨 사러 달려갔어요!"
어디선가 노래가 들렸다.
유나는 잠에서 깨었다.
"치킨! 치킨!
노란병아리 치킨!
빨간돼지배를 갈라 돈을 꺼냈어요!
유나는 그 돈을 들고 치킨 사러 달려갔어요!
하루에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먹고 싶은 유나!"
조금 전에 꿈속에서 들은 노래를 따라 불렀다.
"치킨!
이제 꿈속에서도 나타나다니!"
유나는 그동안 먹은 치킨을 생각했다.
..
"유나야!"
"삼촌!"
"치킨시켜줄까?"
"아니!"
"왜!
오늘은 두 마리 시켜줄게
삼촌 보너스 탔거든!"
하고 삼촌이 말하자
"삼촌!
오늘은 치킨 먹고 싶지 않아!"
"뭐라고!
치킨 귀신이라도 봤어!
그 맛있는 치킨을 안 먹는다고?"
삼촌은 조카의 말을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삼촌!
돈 많다니까!"
"그래도 싫어!
앞으로 치킨은 안 먹을 거야!"
"왜!
왜! 왜! 왜!
그 맛있는 치킨을 안 먹는단 말이야!"
삼촌은 갑자기 치킨을 안먹겠다는 조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튼!
삼촌 당분간 치킨 안 먹을 거야!
전화 끊어!"
하고 말하더니 유나는 전화를 끊었다.
"왠일이야!
하루에 두 마리나 먹던 녀석이!"
삼촌은 지갑에 돈이 쌓이는 기분이었다.
..
유나는 매일 한 마리 먹던 치킨을 끊었다.
콜라도 매일 마셔야할 정도로 중독되었는데 끊었다.
"돼지야!
오늘도 이만큼 넣어줄게!"
유나는 용돈을 받은 돈을 빨간돼지저금통에 넣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이제 배를 갈라도 좋아요!"
하고 빨간돼지저금통이 말했다.
"아니야!
좀 더 들어갈 수 있어!"
유나는 꽉 찬 빨간돼지저금통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더 배를 크게 만들어 볼게요!"
하고 말한 빨간돼지저금통은 배를 유나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하하하!
그만! 그만해!"
유나는 오랜만에 빨간돼지저금통을 보고 웃었다.
그날 밤,
유나는 꿈속에서 빨간돼지와 놀고 있는 노란병아리를 봤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먼저 인사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하고 노란병아리가 먼저 유나에게 인사했다.
"안녕!"
유나도 노란병아리에게 인사했다.
유나에게 손 흘들며 빨간돼지와 노란병아리는 신나게 달렸다.
"나는 빨간돼지!
나는 노란병아리!
우리는 친구! 친구!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나는 빨간돼지!
나는 노란병아리!
들판을 달리는 빨간돼지와 노란병아리가 부르는 노래가 멀리까지 들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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