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고등학생들의 학업부담은 가히 살인적이다.
간혹 이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학생은 안타깝게도 실제 살인(자살)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 자살율이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 중 하나로 교육관계자들은
고등학교 교과목 축소를 이야기 했고,
그리고 다른 방안으로 수능 과목수의 축소가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현재 수능은 보통 국,영,수+사회탐구2과목 또는 과학탐구 2과목, 총 5개 과목을 보면 된다.
12월은 전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기말고사를 보는 시즌이다.
그런데 시험 감독을 하게 될 때면 간혹 깜짝 깜짝 놀라는 일이 있다.
답지를 받자마자 답안을 작성하고 바로 눕는 학생들이 제법 많다.
(김수영씨의 시 '풀'에서처럼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물론, 국,영,수 과목들은 열심히 하곤 하지만,
자신이 수능에서 선택하지 않는 과목 시험은 정말 빨리 눕는다.
이 학생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해당 과목의 성적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어떠한 일말의 영향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은 5과목만 보면 되지만
학교에서는 적어도 10과목 이상의 수업 시간이 있다.
시험 성적에도 이렇게 미련이 없는 학생들의 학교 중 수업은 어떨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거다.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자신(대학 진학)에게 유리한 과목과 불리한 과목을 골라낸다.
그리고 불리한 과목 수업에는 교사 몰래, 때로는 떳떳하게 잠을 자기도 하고
다른 과목을 공부하기도 한다.
자신의 대학 진학(인생)과 무관한 수업에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이런 저런 말로 타이르고 훈화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아이들 영악하다.
어른들보다 영리하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삶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론은 그렇다.
국,영,수 과목에 대한 대책 없이, 학교 내신에 대한 대책 없이
단순히 입시에 반영하는 과목 수 만을 줄여주는 것은 답이 아니다.
어른들이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줄여준다고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지만
결론적으로 학생들의 학업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속상하다.
첫댓글 아...학부모로서 정말로 죄송스럽네요... 그리고 선생님 말씀에 완전 공감합니다. 국영수만 공부인줄 아는 녀석들 많지요.그러다보니 애들이 얼마나 무식한지...맞아요..국영수위주의 입시제도에 대한 개선 진짜 필요합니다. 국사를 안배우는 나라 진짜 말이 되냐구요? ㅠ
맞습니다. 수업도 입시선택처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듯 합니다.
제 생각은 어려서는 기초과목이 정해지면 선택보다는 교양 차원에서 다 배우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선택권이라는게 자신의 기호 적성 흥미보다는 입시에 유리하느냐 쉬우냐 학점따기 편하냐 이렇게 결정되어버리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