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서 '설렁설렁' 비를 맞고 왔습니다. 옷이 조금 젖었네요. 해가뭄에 단비가 오듯 오늘은 비가 하루종일 쭈룩 내립니다. 오랜만에 비가 오니 무엇보다 정취가 있네요. 할릴없이 우둑커니 서서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참 오랜만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설렁설렁. 이와 다른 가용 표현이 정가은, 정다운, 정다은, 정겨운. 꼭 사람 이름자 같습니다. 아무튼. 정가은은 다가 가고 싶은 맘. 그런 사람. 정가운은 따수해질 무렵 봄에 내리는 비, 곡우 느낌. 뚜벅뚜벅. 더 함께 정소은, 정소운, 정서원, 정가나, 정소원, 정소희, 정나은, 정나운, 정혜림도. 생각하기에 따라 종종 달라지는 이 느낌.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겁니다.
정가온? 예. 왜요? 선생님. 있는가 해서
있는가해서는 마음을 실어 담은 말. 사소함에도 마음이 쓰이는 일. 각자 위치에 따라 웃사람과 아래사람의 생각이 다르고, 좋고 나쁨에 따라 생각도 달라지고. 잊고 있다가 어느날 찾아보기도 하고.
있는가봐서는 위와 비슷하나. 보통은 마음을 실어 담은 말. 사소함에도 마음이 항시 가거나 눈여겨 보는 일. 다른건 대개 꾸-역한 일이지요.
지위에 따른 다른 시각차. 우린 그걸 보통 상충(相衝)이라 합니다. 상충이란 서로 맞지 않아 어긋나는걸 보완하다 그런 뜻이거나 또는 아무리 옆에서 그래도 무겁게 행동 처신하라 그런 뜻입니다.
교실 창문 너머로, 있는가 해서, 없는가 해서. 있는가 봐서.ㅎ 국민학교땐 복도 창문이.. 시골 학교와는 달리 냅다 높았..? 아니 낮았습니다. 중학교땐 배꼽 가슴팍에 내리 딱. 고등학교땐 싸울까봐 높게. 대학교땐 거의 뭐. 암실. 암실 수준은 뻥이고 '탈출구'가 문밖에 없었다는거. 그게 군부독재시대의 유산이랬지요.
강의실 문의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개폐적 공간 그 이상의 위상이, 이젠 한물 갔습니다. 우리때는 그냥 상아탑의 귀신 그런거 신경쓰기 보다 때에 따른 다른거에 더 관심사, 괘념치 않았던 듯 합니다. 오늘날 대학은 그 기능이 유명무실? 이젠 넘사벽이 아니라 넘사벽은 대신에 사회 구조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야, 선생님 오신다와 오신다 선생님은 차이가 있는 말. 떠들면 아는 일 알게모르게.
어쨌든 곡우절 그맘때에 봄비 찬비를 맞으면 몸에 김이 서(우)림. 그걸 보면 그 느낌이 참 구슬픕니다. 아마 정가운 느낌이란 그런 물든 감정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