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여! 제발
임성욱
(시인/사회복지학박사)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무서운 꿈을 꾸었느냐?/아닙니다./슬픈 꿈을 꾸었느냐?/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김지수 지음)에 나온 글귀다. 그렇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은 슬프다. 하지만 모두 다 이뤄질 수는 없잖은가. 특히 시간이 주인공인 세계에서는.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모든 생명체의 시간은 한정적이다. 이 나라의 정치인들은 현재의 나이를 잘 여며보길 바란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데도 영원히 살 것처럼 날마다 으르렁거리고 있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합법을 가장한 폭력도 많다. 선배 정치인들의 말로를 그동안 수없이 많이 봐 왔을 것인데도. 신기하다. 세상사 일장춘몽이다. 그 힘을 국민을 위해 써라. 최소한 악인만은 되지 말라. 그러함에도 날마다 상대방을 죽이려 하는 데 영일이 없다. 무엇을 위해서 그럴까. 이런 사악한 의식들은 어디로부터 비롯되었을까. 언제부터 배태되었을까. 감정은 대물림 된다. 모든 심리실험에서 증명되고 있다. 감정조절을 잘못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대부분 장성해서도 감정조절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을 잘하는 등 사기근성이 있는 사람들 역시 어렸을 때부터 학습된 경우가 많다. 가정이라는 동일 공간 내에서 함께 살아가며 학습하기 때문이다. 도덕성은 보통 2가지 방향에서 측정된다. 정서(양심, 공감, 이타성)와 인지(자제력, 책임감, 분별력, 공정성)라는. 옛날에 서울대학교에서 다각적인 도덕성 실험으로 도덕성이 높은 아이 6명, 도덕성이 보통인 아이 6명 등 총 12명을 선발하여 단체로 탁구공 나르기 실험 등 몇 가지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 팀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규칙을 잘 지키면서 실험에 응했다. 물론 결과는 규칙을 잘 지키지 않은 팀보다 훨씬 못했다. 즉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이 자아를 잘 통제한 것이다. 이런 아이들이 인생을 더 잘 살아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도덕성이 낮은 아이들은 과잉행동, 문제행동, 공격성 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덕성은 환경이나 상황과도 연결된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사진을 촬영해서 인화해 보여주면서 “이 사진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소중한 사진 좀 찢어줄래?” 하고 얘기했을 때, 처음에는 머뭇거리지만 결국 선생님이 찢어주길 바라기에 감히 거절 못하고 찢어갔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신의 신념이나 양심이 꺾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다방면에서 학습되어간다면 습관화되어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다져진 습관은 결국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권 싸움도 바로 이같은 배태의 산물이 아닐까. 이처럼 자꾸 부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어 간다면 대의정치는 종곡을 고해야할지도 모른다. 그렇잖아도 대다수 국민들은 피곤하다. 급상승중인 물가, 줄어드는 수입 등으로. 바람직한 삶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맑은 샘물 역할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정치인들이. 그런데도 자꾸만 마중물 역할만 하고 있다. 진흙탕 속으로 함몰되어가게 하는. 정녕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공염불이란 말인가. 국민이 바라는 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