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소운/박목철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겨울여행, 따뜻한 남쪽바다를 떠올리며 겨울의 우울함으로부터 벗어나 보고 싶었다. 회색의 계절, 잔뜩 웅크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에도 생명의 흔적을 보기 어렵다. 언제 새싹이 돋기나 할까 싶은 초목이 안쓰럽기 까지 하다.
막상 떠나려니, 행선지를 어디로 할지가 막막하다. 선택의 자유가 너무 주어지니 선택도 어렵다.
바닷가, 푸른 파도와 텅 빈 모래사장이나 갯벌, 비스듬히 반은 누운 초라한 목선, 상상일 수밖에 없다. 전라도 고창, 성(城)도 있고, 미당의 시비(詩碑)도 있고 선운사 동백도 있으니,
전라도, 삐딱한 친구들도 많지만, 잔정도 많고 사람냄새가 나는 고장이 전라도 이다. 어디를 가도 음식이 좋고, 족자에 걸린 그림이나 글씨, 분재 등, 생활 속에 예술의 흔적이 넘치는 곳이 전라도 이다.
가히 예향(藝鄕)이라 할 만한 땅이 전라도가 아니겠는가,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은 처음이라 출발부터 애를 먹었다. 동 서울 터미널엔 고창 행 버스가 없었다. 고속버스 터미널, 라면 한 그릇에 8500원, 몇 바퀴를 돌아도 마땅한 먹 거리가 없어 할 수 없이 선택한 메뉴이다. 일본어 명칭을 붙인 이름값치곤 너무 비싸다.
어둠이 깔리는 저녁 무렵에 고창 터미날에 도착했다. 눈발도 휘날리는, 혼자만의 여행을 더욱 실감나게 하는 분위기이다. 재래시장을 찾았다. 허름한 주막집을 기대하며, 손님이 끊긴 겨울저녁, 좌판을 거두어들이는 파장이다. 어렵게 주막다운 식당을 찾아 그나마 다행, 순대 국밥 한 그릇, 소주 한 병, 진로 소주를 갖다 주기에 고장 술을 달라니 주모가 한마디 한다.
“서울 분들 꼭 참이슬만 찾아서” 하이트 소주 한 병을 기분 좋게 마셨다. 고장 막걸리 맛 좀 보자니, 선운사 막걸리를 가져다준다. 한 병 두병 고창의 밤이 취해간다.
한잔 취하니 행복해지고, 이웃한 술친구가 같이 한잔 하잔다. 형님 아우 허풍도 떨고, 곱상한 주모와 사진도 한 장 찍어 본다. 비틀거리며 여관을 찾았다. 맥주 몇 병을 사들고...
* 시장통 주막집을 찾으려 시장을 헤집고 다녔다. 맛집응 찾는 요령은 간단하다. 번듯한 집만 피하면 된다. 번듯하면 퓨젼음식,
* 전라도 소주는 하이트 란다. 전라도 까지 가서 진로 마실수야, 술맛 다 그게 그거다. 같은 주정으로 물타고 감미료로 만드니,
* 선운산 생막걸리다. 우선 달지가 않아서 수준 급이다. 지방술들 너무 달아서 마시기 어려운데 이건 좋았다.
* 한잔 하다보니 술친구가 생겼다. 소운이 연배가 많아 형님하기로 죽이 맞아서, 둘다 기분 좋게 휘했다.
* 주모 아주머니가 남도 미인형으로 깔끔하다. 아우는 단골 손님인듯,
* 소운도 술김에 같이 한장 찰칵,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라는데, 겨울여행의 말벗이니 그 인연 또한,
* 겨울여행을 하고 좋은 사진과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눈이 내려 미끄러질까 기다시피 다녔습니다. 시간 나는데로 몇편 을릴 예정 입니다. 너무 춥지만 않았다면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