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배수로 - 유영희
오늘
어쩌다 보니 아침을 먹지 못했다. 곧
외출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배가 고팠다.
장맛비가 한창 내리고 있으니 따뜻한 국물이 땡겼다.
라면을 꺼내기 위해 팬트리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방문을 열었다. 순간 내눈을 의심했다.
방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었다.
몇 초 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빨래바구니에서 세탁 하려던 수건 들을 한아름 들고와 방바닥 물기를 닦았다.
'뭐야!
도대체 물이 어디서 들어온거지'
혼자말로 중얼거리며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베란다 창문으로 빗물이 새어 들어온 거(것) 같았다.
잠옷바람에 나갈수 없어 옷을 대충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때마침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분명 배수로가 있었는데...'
물이 가득고여 창문으로 찰랑 찰랑 넘치기 직전이다.
창문이랑 연결된 베란다 담장 아래로 내려가 손을 저어가며 배수구멍을 찾았다.
무언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 들어올렸더니 고여있던 물이 순식간에 회오리를 그리며 배수구멍으로 빠져나갔다.
누군가!
배수구를 쪼깨진 시멘트 조각으로 막아놓았던 것이다.
다행이란 생각과 동시에 누가 배수구를 막았는지 짜증이 올라왔다.(났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방안에 있던 물건들을 거실로 빼 내었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
2층 사람이 배수구를 막았다는 확신이 든다.
얼마전에
'이상한 냄새가 난다'
며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낸다고 확인하러 내려 왔었던 사람들이다.
층간 소음문제로 껄끄러운 사이가 되어 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장맛철이라 하수구 냄새가 창문을 타고 올라오니 아마도 배수구를 막아버렸을 것이다.
'이기적인 사람들!'
("이기적인 사람들!")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다. 방안을 말린다고 이 더위에 보일러를 틀고 에어컨도 돌렸다.
거실엔 젖어있는 물건들로 너저분하다.(너저분했다.)
물기를 닦는다고 사용한 수건들도 세탁하고 이리 저리 바쁘게 집안을 왔다갔다 하면서(하며) 문득 생각했다.
'인생은 알수없는 일들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구나! 하지만 신이시여~!
이런일로 살아있음을 확인시키지 말아주세요!'
오늘 일정은 모두 취소 되었다.
☆☆☆☆☆
머피의 법칙에 걸린 하루였군요
더
좋은 일이 곧 찾아올 겁니다.
덕분에!
글 한편 건졌네요.
축하!
☆☆☆☆☆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