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닌 올해로 103세가 되셨다.
아버지께서 1987년 늦봄에
70세를 끝으로 떠나가셨으니
어머닌 38년을 홀로 사신 셈이다.
난 어머니의 장수하시는 이유 중엔
아버지의 부재가 한 몫 했다는 생각이다.
전형적인 옛 어르신들인 부모님은
하나에서 열 까지 어머니가 아버질 떠받들듯
챙겨주는 삶이었으니...
일곱남매인 우리 형제들은
혼자되신 어머닐 알뜰히 살펴드렸다.
둘째아들내외가 결혼하고서도
부모님과 같은 울타리 안에서 쭈욱 살았던지라
나머지 형제들은 가끔씩만 들여다 보며
어머니 용돈만 채워드리면 되는 거였다.
최근들어
어머니가 부쩍 건강이 안좋아지셨다.
그간 별다른 지병 없이 잘 지내오셨었는데
이젠 기력이 다하신 것 같다.
어머닌 한 세기 동안을 살아내신
역사의 산 증인이시다.
일제 강점기 초에 태어나셔서
8.15해방도 겪으시고
6.25 동란도 겪으시고
국가 계엄사태도 겪으시고
IMF 사태도 겪으시고
최근 10년새엔 대통령이 두명씩이나
탄핵되는 것도 보시고..
어머닐 뵐때마다 자꾸만 눈물이 난다.
짠하다.
얼마나 고달프셨을까~
난 시부모님을 모시지도 않았고
자식을 둘만 낳아 키우면서도 엄청 힘들던데...
둘째오라비가 올해로 일흔다섯이다.
우리 아버지 떠나실때의 나이 보다도
다섯 해를 더 나이 먹은 거다.
75세의 늙은 아들이 103세의 어머닐 봉양하고 있다.
짠하다.
부모를 모신다는 건
밥만 차려드리면 되는게 절대로 아니다.
특히 며느리 입장에선 더욱 더 마음이 힘들다.
시집 오면서부터 오늘날 까지
시어머니와 한 집에 사는 올케가 너무도 짠하다.
103세를 살아내시는 어머니도 짠하고
그 어머니를 봉양하는
70대 중반의 아들내외도 짠하다.
난
내손으로 밥 지어먹고
내발로 걸어서 여행도 다닐수 있는
85세 까지만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날 잠자듯이 떠나면 좋겠다.
장수가 꼭 복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