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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일, 일요일, Cairo, Hotel Luna
(오늘의 경비 US $44: Canary Islands 아침 2.90, 커피 1.50, 간식 1.50, 버스 2.10; 이집트 숙박료 100, 비자 $15, 환율 US $1 = 0.75 euro, 5.5 Egyptian pound)
Canary Islands 도시 Las Palmas에서 어제 밤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 며칠 전 남미의 칠레에서 날아왔으니 시차적응이 되려면 여러 날 걸려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 또 이집트 수도 Cairo로 날아가니 몸이 많이 혼동될 것 같다.
오늘 아침 Las Palmas를 떠나고 밤 10시 반에 Cairo 공항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보내준 택시를 타고 무사히 Cairo 시내 호텔에 도착했다. 내일부터 Cairo에서부터 소위 "Cairo-to-Cape Town", 줄여서 "C-to-C"라 불리는 아프리카 남북 종단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Cape Town은 남아공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이다.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남미로 가서 2004년 남미 여행을 했을 때 못간 칠레의 East Island와 에콰도르의 Galapagos 군도에 다녀오고 역시 가기가 쉽지 않은 Spain의Canary 군도에 다녀왔다. 이 여행들은 올해 여행을 "Oneworld"라는 세계일주 항공권을 사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Las Palmas에서 비행기 고장으로 두 시간 늦게 출발했는데 다행히 스페인 수도 Madrid에서 Cairo 비행기를 갈아타는데 지장은 없었다. Madrid에서도 20분 늦게 떠났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기장의 안내 방송이 있었는데 20분 늦게 떠나서 미안하다며 늦게 도착한 다른 비행기에서 짐을 옮겨 싣는 것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늦게 도착한 비행기는 틀림없이 내가 Las Palmas에서 타고 온 비행기였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내 짐이 내가 갈아탄 비행기로 옮겨지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기장 덕택에 짐도 같이 오게 된 것 같다.
작년 중동을 여행할 때 그런 일이 있었다. 비행기 연착으로 갈아타는 비행기에 간신히 올랐는데 짐이 못 와서 목적지 비행장에 내려서 다음 비행기로 오는 짐을 기다리느라고 밤중에 몇 시간 동안 공항에서 기다린 적이 있었다.
이제 비행기 타는 것은 당분간 없다. Oneworld 세계일주 항공권은 9월 2일 이번 여행을 끝내고 남아연방의 Johannesburg에서 홍콩 경유 서울로 돌아가는 항공편만 남았다.
Cairo 호텔은 서울로 말하면 명동 한복판 같은 곳에 있다. 밤 11시도 넘게 도착했는데도 호텔 주위에는 대낮같이 사람들로 붐비었다. 일요일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다. 호텔은 오래된 건물 5층에 있는데 좀 을씨년스럽다. 5일치를 선불하고 들었는데 방에 조그만 유리창 하나밖에 없어서 좀 굴속 같은 기분이지만 깨끗하고 욕실이 붙어있어서 그런대로 만족이다. 호텔에서 준 타월이 깨끗이 빨지를 않은 모양인지 땀 냄새가 좀 난다. 역시 후진국 티를 낸다. 내일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고 해야겠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차편은 무료지만 (5일 묵기 때문에) 15 pound 주차비는 (약 3천 원) 내가 냈다. 호텔 앞에서 나를 내려주느라고 길가에 잠깐 주차한 주차비인 모양이다. 호텔 직원이 체크인을 하는 중에 벌써 관광 선전을 한다. 오늘은 피곤하니 체크인이나 하고 관광얘기는 내일 하자고 피했다. 나는 혼자 관광할 계획인데 호텔에서 좀 귀찮게 굴 것 같다.
어제 Las Palmas에서 현금 $900을 잃어버려서 그 돈을 보충하느라고 Las Palmas와 Madrid 공항 ATM에서 300 euro씩 두 번 찾았다. Cairo 공항에서도 ATM에서 이집트 돈 2,000 pound를 찾았다. 이제 이집트에서 당분간 쓸 돈은 충분하다. Las Palmas에서 돈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좀 우울했지만 액땜한 것으로 생각하고 빨리 잊어버리련다. 근래의 미국 주가 폭락으로 뮤추얼 펀드에 있는 내 여행비 잔고가 반쪽이 나서 좀 스트레스를 느낀다.
드디어 오늘부터 아프리카 남북 종주 여행이 시작되었다.
Las Palmas의 일출
Las Palmas의 일출
Las Palmas의 일출
Madrid 공항 터미널 내부
2009년 2월 2일, 월요일, Cairo, Hotel Luna
(오늘의 경비 US $73: 숙박료 100, 점심 13, 식품 5,50, 식수 5, 수단 비자신청 수수료 $50, 환율 US $1 = 5.5 Egyptian pound)
어제 밤에는 오랜만에 잘 잤다. 아침에는 방값에 포함된 호텔 아침 식사를 들었는데 너무나 조촐하다. 빵, 버터, 잼, 커피, 삶은 계란 한 개가 전부다. 그래도 아침으로는 충분하다. 아침 식사를 하며 미국 Alabama 주에서 왔다는 청년 Nate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지난 겨울방학 동안에 한국에 가서 4주 동안 영어캠프에서 영어를 가르쳤단다. 왕복 항공권 구입비를 빼고 나면 남을 것이 없을 것 같다고 했더니 왕복 항공권은 따로 준단다.
아침에는 호텔 주인인지 어제 밤에 없었던 다른 사람이 일을 보고 있었는데 매우 친절하다. Lonely Planet 지도에 나와 있는 수단대사관 가는 방법을 상의했는데 택시를 타고 가도 되지만 충분히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라며 근처에 당도하면 사람들에게 다시 물어보란다. 택시로 가면 요금을 얼마나 되겠느냐고 물으니 5 pound (약 천원) 정도란다. 이곳 택시는 미터를 안 쓰고 거리에 따라서 적당히 낸단다. 지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힘든 제도다.
거리 구경 겸해서 수단대사관으로 걸어서 가는데 길거리가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다. Cairo 인구가 2천만이라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건널목에는 신호등이 없어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각자 “적당히 알아서” 차들 사이로 건너야한다. 차들은 사람들은 안 보인다는 듯 막 달린다. 무질서의 극치다. 걸어가는데 “할로” “Where do you want to go?" ”good price"를 외치며 붙잡으려 한다. 많이 당해본 일이라 개의치 않고 적당히 뿌리치며 걸었다.
거리에 보이는 건물들은 대부분 영국 통치 때 세워진 오래된 건물들이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 동안 전혀 보수를 안 하고 썼는지 아주 낡아 보인다. 한때는 비까비까했던 건물이었으리라. 가끔 신식 건물들이 보이는데 모두 외국 기업과 관계된 건물들 같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집트 사람들이 지은 건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인도와 비슷한지.
잠깐 이집트 역사를 보자. 알다시피 이집트는 고대문명 발상지다. 세계 다른 곳보다 사람들이 먼저 깨이지 시작한 곳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2천년 동안 계속되었던 고대 통일국가는 기원 전 10세기경 무너지고 기원전 3세기 경 Alexander 대왕이 이집트를 정복한 때부터는 1950대까지 2천년 이상을 외국인들의 지배아래 살았다. Alexander 대왕, 그리스 계인 Ptolemy 왕조 (Cleopatra 여왕이 마지막 군주였던), 로마제국, 아랍 왕조들, Ottoman 제국, 영국 등의 지배를 받았다. 지금 이집트 사람들은 자기네들을 아랍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짜 아랍인은 아니고 7세기경 아라비아 반도에서 Islam 교를 가지고 들어온 진짜 아랍 사람들과의 혼혈족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라비아 반도에 사는 진짜 아랍인들과는 (예를 들면 예멘의 아랍 사람들) 좀 다르게 보인다.
수단대사관은 쉽게 찾았다. 캐나다와 영국 대사관이 근처에 있어서 우선 캐나다와 영국 대사관이 눈에 띠였고 눈에 잘 안 띠는 수단대사관은 두 번 물어서 찾았다. 비자 신청하는 곳에 들어가니 외국인들이 좀 보인다. 어제 신청했는데 오늘 찾으러 오라고 해서 지금 와서 기다리는 중이란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나도 신청을 했다. 신청 서류 중에 미국 대사관에서 발행하는 추천서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서울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하나 얻어왔다. 정말 추천서는 아니고 미국대사관에서는 그런 추천서를 발행 안 한다는 내용의 서류인데 그것도 추천서로 인정해서 받아준단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신청을 받는 직원 말이 오늘 $50을 내고 신청하고 비자 허가가 나오면 비자를 받을 때 $100 더 내야하는데 10일 후에 다시 오란다. 나라에 따라서 수수료도 다르고 비자를 내주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다른 것이다. 미국여권 소지자는 “특별대우”를 하는 것이다. 칠레 입국 때도 그랬지만 수단 경우에도 최악의 특별대우인 것이다. “제기랄”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국여권이라면 아마 하루 만에 나왔을 것이다. 미국여권인 경우에는 본국에 보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단다.
$50 버리는 셈치고 우선 신청을 했다. 이집트 여행계획을 다시 짜서 10일 후에 다시 가보는 수밖에 없다. 비자가 나오면 다행이고 안 나오면 이집트에서 항공편으로 에티오피아로 갈 것이다.
수단대사관을 나와서 걸어 다니면서 Nile 강변과 강 건너에 있는 Cairo Opera House와 Cairo Tower 사진을 찍고 오후 2시쯤 숙소에 돌아왔다. 점심은 작년 중동을 여행할 때 자주 먹었던 schwarma라고 불리는 중동 샌드위치를 먹었다. 숙소 주위에 먹을 곳은 많은 것 같고 지하철역, 버스 터미널, 기차역이 모두 숙소 가까이 있어서 나다니기에 아주 편한 위치에 있다.
수단 비자가 좀 문제지만 이만하면 아프리카 여행은 순조롭게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숙소 Hotel Luna에는 외국 여행객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숙소는 이 건물 5층에 있다
숙소를 나서니 위압적으로 보이는 이집트 대통령 사진이 보인다
숙소 앞길은 매우 복잡한 길이다
조금 걸어가니 Midan Talaat Harb 네거리가 나온다
조금 더 가서 나오는 Midan Tahrir 네거리는 Cairo의 중심지이다
Mogamma란 이 거대한 건물은 소련 정부가 지어준 건물인 것이 틀림없다
이집트의 국립박물관인 Egyptian Museum도 Midan Tahrir에 있다
걸어서 수단대사관에 가서 비자 신청을 했다
처음 대하는 Nile 강이다
아, Nile 강!
웅장한 Opera House 건물인데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Cairo Tower
가로수가 울창한 거리
이곳에서 중동의 대표적인 음식 schwarma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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