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장,
다음날 예식은 호화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성대하게 치러진다.
허인희의 신부로서의 모습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또한 신랑인 최영환의 모습도 너무나 준수하고 멋진 모습이다.
일생의 단 한번뿐인 그들의 날을 위해서 신랑과 신부의 모습은 최대한 멋을 내고 가꾸었던 까닭에 다른 때보다도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두 사람의 모습이다.
결혼식엔 많은 하객들이 참석을 했다.
신랑 쪽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하객들이 참석을 해서 식장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두 집안 모두 처음으로 갖는 경사라서 그런지 친지들과 지인들이 많이 찾아와 두 사람의 새로운 인생을 축하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조촐한 피로연이 바로 시작이 된다.
최영환의 어머니인 장소영 여인은 며느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마냥 흐뭇하다.
원래가 막힘이 없는 시원스러운 성격인 장소영 여인이다.
사남매를 데리고 삼 십 초반에 홀로 된 여인이지만 자식들은 어느 누구에 못지않지 모두 제대로 가르치고 키운 사람이다.
맏아들인 최영환을 비롯해서 이남 이녀를 둔 그녀는 남편이 남기고 간 땅을 일구면서 경상북도 함창에서 나는 누에에서 나오는 명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조그맣게 시작했던 것이 생각보다 명주의 판매는 그 수효가 많았다.
전국적으로 판매망을 넓혀 나가면서 자신의 집에서 직접 명주실을 만들어 명주를 짜면서 판매고를 늘려갔던 것이다.
누에에서 나오는 것은 실로 생각보다 많았고 수효도 상당한 분량이었다.
원래가 상주 함창은 예로부터 누에의 고장이다.
장소영은 농사만을 가지고는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 누에고치에서 나오는 명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오는 날의 장소영을 사장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재산을 만들어 주게 된 것이다.
장소영은 명주로 수의 옷도 만들어 판매를 하고 명주솜도 만들고 있다.
누에를 직접 사다가 집에서 실을 뽑아서 명주를 짠다.
명주는 여러 종류로 나뉘어서 나오는 것이다.
최상급은 일반 한복지로 나가고 다음이 이부자리의 호청으로도 나간다.
그리고 맨 하위품이 수의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명주솜으로 만들곤 하는 것이다.
명주솜 또한 일반 솜보다 가격이 높은 것이다.
지방마다 특색이 있지만 명주는 보통 수의로 많이 나가곤 한다.
더구나 제주도 지방에는 수의로 단연 명주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금 장소영의 상권은 전라도와 제주도에 거의 집중하고 있었다.
서울과 충청권에서는 삼베를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전라도와 제주도에는 특히 제주도에는 수의로는 명주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장소영은 돈이 모아지자 함창 읍내에 삼층의 건물을 지어서 살림집과 가게를 한곳으로 하고 원래 살았던 이안에는 공장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실을 뽑고 명주를 짜고 있었다.
그녀가 거닐고 있는 종업원의 수만도 이 십 여명이 넘는 숫자였다.
장소영은 이 결혼을 위해서 돈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으로 겪는 혼사였고 잔치였다.
물론 고향에서 혼사를 치룬 다면 더 많은 축하객들이 오겠지만 그래도 아들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했고 며느리의 친정이 서울이었기에 모든 것들을 며느리의 편리를 위해서 양보를 하는 것이었다.
맏아들인 영환은 어려서부터 신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똑똑하고 야무진 아들이다.
초등학교만 상주에서 보냈고 중학교부터는 대구에 있는 학교로 보낸 아들이다.
학교 성적도 남보다 뛰어나서 서울에서도 그 어렵고 유명하다는 대학의 법대에 합격을 했던 것이다.
그녀의 생각대로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사법고시에 합격을 할 줄 알았던 아들은 사법고시보다 군대를 먼저 다녀왔다.
무슨 일이든지 확실하고 정확한 것을 일상생활로 삼고 있는 아들의 성격을 아는 장소희는 그런 아들의 의견을 따랐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결혼을 먼저 해야겠다는 아들의 말에 그녀는 무조건 동의를 해 주었다.
어쩜 그것은 아들의 생각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고시공부를 한다고 결혼을 마냥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차라리 결혼을 하고 모든 것에 안심하고 공부를 한다면 오히려 더 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여러 차례의 맞선 끝에 결정을 한 것이다.
장소영은 허인희를 보자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아주 미인이라고는 하지 않아도 어느 곳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인상이다.
여자로서 키도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보기 좋은 키였다.
장소영은 자신의 키가 너무 크기 때문에 키가 너무 큰 여자들은 별로 달갑지가 않다는 생각을 늘 해오곤 했던 것이다.
또한 허인희의 얼굴에는 구김살이 없다.
밝고 맑은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나 순수해 보여서 장소영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장소영은 장사를 하면서 언제나 사람들의 눈동자를 본다.
눈동자는 그 사람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 장소영의 지론이었다.
처음 아무런 경험도 없이 장사를 시작할 때만해도 사람을 볼 줄 몰라서 많은 어려움과 많은 이용을 당하기도 했었다.
명주를 등짐을 지고 제주도로 들어가서 판매를 하기 시작했던 장소영은 그곳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하는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그녀들을 믿고 맡겨놓은 물건과 돈을 날리기도 여러 차례였다.
젊으나 젊은 여인이 등짐을 지고 명주를 팔러 다닌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곳곳에 많은 유혹들이 있고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는 살벌한 전쟁터였다.
그러나 성격이 강한 장소영은 그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웠던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에 대한 안목도 늘어나고 나름대로 사람을 판단할 줄 아는 혜안이 트이게 된 것이다.
장소영은 아들과 함께 들어선 허인희의 모습을 보고 아들의 판단에 더 믿음이 간다.
고시에 합격을 하고 난후면 이름 있는 집안의 규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세상이라지만 장소영의로서는 그러한 며느리를 원치 않는다.
아들이 원하는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차는 그런 며느리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바로 지금의 허인희가 자신이 원하고 아들이 원하는 그런 여인이었다.
사남매 모두가 그렇지만 특히 맏아들인 영환은 지금까지 어머니의 속을 단 한 번도 썩여준 일이 없는 착실하고 성실한 그리고 믿음직한 아들이다.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어디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장소영은 피로연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보통 예식이 끝나면 그곳에서 바로 폐백을 받지만 장소영은 집에서 폐백을 받으려고 이곳 식장에서는 폐백 받은 절차를 사양했다.
일단 선산에 들려서 인사를 올리고 남편에게 알리고 나서 폐백을 받을 생각이었다.
아들이 고시에 합격을 하고 나면 서울에다 신접살림을 따로 차려줄 것이다.
이미 그 모든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맏이라고 한집에 데리고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장소영이다.
때가 되면 아들네가 다녀가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 세상의 어느 어머니보다 모든 것들을 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그녀의 습관이었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고 나자 어린 사 남매를 데리고 살아가다 보니 어느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맏아들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살아가고 있었다.
맏아들인 영환은 그런 엄마의 마음에 단 한 번도 실망을 주거나 속을 썩이는 일이 없이 오늘까지 바라던 대로 성장을 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면서 너무나 마음이 흐뭇했다.
이제 어느 정도 피로연의 분위기는 무르익어간다.
최영환은 피로연의 분위기를 깨트리지 않기 위해서 살며시 새 신부인 허인희의 손을 잡아끈다.
그리곤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서 자신들이 떠날것을 알린다.
“어머니!
저희들은 이만 출발을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그래!
어서 더 늦기 전에 출발을 하거라!
장인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거라!“
“네!”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허인희는 시어머니께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다.
“그래!
가서 고운 꿈도 꾸고 좋은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네!”
최영환은 다시 신부 댁의 피로연장을 찾아서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이정자는 떠나는 딸을 보내면서 다시 눈물을 짓는다.
“엄마!
다녀올게요!“
“그래!
모쪼록 몸조심하고 잘 다녀오너라!“
눈물을 찍어내는 어머니를 보는 허인희는 다시 엄마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엄마!
잘 살게요!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잘 살게요!“
“그래야지!
세상의 그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그러나 이정자의 마음은 다시 허전해져 오면서 떠나보내는 딸자식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장인어른!
장모님!
저희들 걱정은 하시지 마세요.“
“최 서방!
우리 인희를 아껴주고 많이 사랑해 주길 부탁하네!“
허민욱은 최영환의 손을 잡으며 딸자식을 부탁한다.
“장인어른!
말씀 명심하고 노력을 하겠습니다.“
“고맙네!
자네만 믿겠네!“
“감사드립니다.
그럼,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작별 인사를 오래 하고서야 승용차에 오른다.
그들의 신혼여행은 최영환이 운전을 하고 충주에 있는 수안보온천으로 향하는 것이다.
신혼여행이랄 것까지도 없이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함창의 본가로 들어갈 계획이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린 최영환은 하루라도 빨리 공부에 전념해야 했던 것이다.
그것은 허인희도 함께 걱정을 하면서 승낙을 한 일이기도 했다.
허인희도 하루라도 시간을 아껴보자는 마음이었다.
남들처럼 멀리 신혼여행을 떠나서 며칠씩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허인희는 최영환의 운전석 옆에 탄다.
그들은 아주 간편한 옷차림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신혼 여행길의 신혼부부라기보다 보통의 여행을 즐기려는 젊은 남녀의 애정행각으로 비쳐들 수도 있는 그런 간편한 옷차림이었다.
그러나 허인희의 곱게 한 화장과 그녀의 손가락에 끼어있는 반지로 새 신부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피곤하지 않소?”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비로소 최영환이 옆을 보면서 말을 건넨다.
“피곤하긴 해도 기분은 아주 좋아요.”
“나도 기분이 매우 좋소!
더구나 단 둘이서 이렇게 떠나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네!”
“아무리 시간이 아깝다 해도 더 좋은 곳으로 멋진 신혼여행을 갈 껄 그랬나?”
최영환은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는 말이다.
“아니에요!
지금 그렇게 마냥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여행은 다음에도 얼마든지 할 수도 있는 일인걸요.“
“그렇게 말을 해 주니 내 마음이 더 편하오.
조금만 기다려 주오!
고시에 합격을 하고 나면 제일 먼저 당신과 아주 근사하고 멋진 여행을 하리다.“
최영환은 인희의 그런 넉넉하고도 사려가 깊은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특별히 예쁜 미모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디를 내 놓아도 그리 빠지지 않는 미모이기는 했다.
또한 쭉 뻗은 각선미도 최영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와 선을 보고 나서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인희의 차분하고도 사려 깊은 마음에 자신의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평생을 살아도 별 탈이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마음이다.
영환은 그녀를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설사 사랑이 아니라 하더라도 평생의 반려자로서 손색이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어머니가 한눈에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이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속에 내 보내지 못하고 있는 어떤 그림자를 씻어 내 줄 수 있다는 한 가닥의 희망도 생기는 것이었다.
영환은 가끔 인희를 볼 때마다 마음의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자신에게 이미 마음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그러나 말끔히 지워버릴 수가 없는 한 여인에 대한 증오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그 여인에 대한 미움과 증오 그리고 사랑은 자신의 힘만으로도 어찌 할 수가 없다.
결혼을 서두른 것도 자신의 마음의 평정을 위함이었다.
영환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고시에 합격을 해야만 했다.
그 무슨 일이 있어도 고시에 합격을 해서 그들에 대한 복수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안정이 최우선이었던 것이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공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지난 일들이 가슴을 할퀴고 있었다.
또한 알 수 없는 분노와 그리움이 함께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운전을 하면서 영환은 깊은 심호흡을 한다.
이제 아내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탄탄한 앞날을 위해서 더 이상의 지난날들을 생각하지 않으리라 다시 다짐을 해본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인희의 음성이 영환의 깊은 상념을 깨운다.
“어?
아니........“
“피곤하면 제가 운전을 할게요!”
“당신이 길을 알 수가 있소?”
“옆에서 일러 주면 되지요!”
“아니요!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니 피곤할 것도 없소!
나보다도 당신이 많이 피곤할 것 같은데 잠시 눈이라도 붙이구려!“
영환은 새로 결혼한 아내를 옆에 두고 자신이 지난날에 대한 상념에 빠져 들었던 것이 미안한 생각을 한다.
“어제 잠을 충분히 자서 그런지 별로 피곤한 것을 느끼지 못하겠어요.”
“내가 당신을 만난 것이 참으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오.”
“그렇게 생각을 해 주니 고마워요!”
“아니오!
이건 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오.
당신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참으로 편안하게 해 주고 있소!“
“.......................”
“당신의 그런 점이 난 너무나 좋았던 것이오!”
“고마워요!
언제나 그 믿음에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을 할게요.“
인희는 그의 그런 말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을 한다.
아직 한 번도 그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를 못했다.
그러나 그의 성격이 워낙 진중하고 행동이 무거운 사람이라서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를 못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였다.
그리곤 잠시 서로의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
이제 차는 충주에 들어선다.
“거의 다 왔군!”
영환은 혼잣말처럼 말을 한다.
이제 어둠이 완전히 내려 앉아 어딘지 분간을 할 수가 없는 인희였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지방은 거의 가본 곳이 없는 그녀는 어딘지 알 수도 없다.
잠시 뒤에 차는 불빛이 휘황찬란한 네온이 켜져 있는 온천장에 도착을 한다.
이미 예약이 되어 있는 관광호텔 앞에 들어선다.
정문에 서 있던 웨이터가 달려 나오면서 차의 문을 연다.
“어서 오십시요!”
구십도 각도로 인사를 하면서 그들을 맞이한다.
온천장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관광호텔이다.
영환은 차에서 내려 차의 열쇠를 웨이터에게 내어 주고는 인희의 어깨를 살며시 끌어안고 호텔 로비로 들어간다.
웨이터의 안내로 그들이 예약해 놓은 룸으로 들어간다.
룸은 침실이 따로 되어있는 특실이었다.
그들은 잠시 서로를 마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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